최지만의 인생 목표 "어머니가 말하셨죠, 훌륭한 선수가 되기보다는..." [★창간17 인터뷰]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1.09.01 14:38 / 조회 : 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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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이 야구공을 들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하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 필자가 최지만(30·탬파베이)을 처음 만난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시애틀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애리조나 루키리그에서 타율 0.360, 2홈런 30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왕과 타점왕에 리그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최지만은 당시 필자와 인터뷰에서 "루키 월급이 300달러(약 36만원)였지만 그 돈을 쪼개 쓰고 모아서 시즌이 끝나고 귀국할 때 어머니의 선물을 샀다"고 했을 만큼 검소하고 성실한 선수였다. 같은 시기에 미국에 진출했던 한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계약금으로 자동차를 구입했던 것과는 자못 다른 행보였다.

#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16년 4월 5일(현지시간) 최지만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최성수 전 동산고 코치)의 등번호를 기리며 자선재단(Choi 51)을 설립한 것이었다. 자선재단 첫 번째 일로 농아인 야구선수 서길원을 에인절스 구장에 초청해 시구를 주선했고, 미국에서 공부하던 그에게 장학금(2400만원)도 지급했다.

# 그 다음에는 자신을 위해 난생 처음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 차는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최지만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이따금 그에게 '차를 바꿔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아직 멀쩡한데 왜 바꿔요?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다친대요. 초심을 지켜야 해요. 하하."

자기 차는 수년째 바꾸지 않으면서도 매년 한미 양국에서 수천만원 이상의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 최지만. 때문에 그의 선행이 더 진실되고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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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하는 최지만.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잦은 부상과 방출을 겪으면서도 정글 같은 메이저리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지만은 어느덧 메이저리그 4년차가 됐다. 스타뉴스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그에게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최지만과 일문일답.

- 근황부터 듣고 싶다.

▶ 햄스트링(허벅지 뒤쪽근육) 부상 때문에 현재 팀과 함께 이동하며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햄스트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조금 지루하지만 매일 차도가 있어 긍정적으로 치료하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당했던 햄스트링 부상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 메이저리그 4년차다. 처음 미국에 올 때 여기까지 오리라 생각했나.

▶ 전혀 아니다. 사실 어렸을 때는 나보다 3살 위인 친형(정우)이 더 야구를 잘했다. 공부에 관심이 있던 나는 그래서 주위에서 야구를 하지 말고 계속 공부를 하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하하. 야구는 하면 할수록 느끼지만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남긴 말씀이 정답인 것 같다. '야구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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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 올해도 탬파베이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할 것 같다.

▶ 그렇다.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한 선수가 못하면 반드시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메워주는 등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이어져 돌아가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작년에는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졌지만 올 해는 월드시리즈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

-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선수의 생명은 길어야 10년 남짓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의 수명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보다는 선수 생활이 허락되는 그 날까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메이저리거라는 목표보다는 먼저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선수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 그 어떤 일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다. 때문에 가능하면 먼저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 자체를 즐기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목표가 확고해지고 아울러 부상이나 슬럼프 등 어려움이 생겨도 쉽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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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오른쪽 위)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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