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빈의 이중생활, 2군 감독하면서 '석사논문' 완성 "내가 워낙 무식해서..."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8.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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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빈 KT 2군 감독. /사진=KT 위즈, 그래픽=김혜림 기자
서용빈(50) KT 위즈 2군 감독은 2018년부터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야구하고 밤에는 대학원생으로 변신했다. 4년에 걸친 노력이 '석사 논문'으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평생 운동장에서 방망이만 휘둘렀던 운동 선수에게 논문 집필은 너무 어려웠다. 서용빈 감독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내가 워낙 무식해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논문을) 몰아서 쓸 수가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했다"고 돌아봤다.

작년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서 감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SPOTV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주중에는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들었다. 방송사에서 편의를 봐줬다. 서용빈 감독 해설 경기는 주말에 배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KT 2군 감독을 맡으면서 바빠졌다. 논문 작성 자체가 힘든데 여유 시간도 줄었다. 서 감독은 2군 훈련을 마치면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했다. 그는 "늦는 날은 밤 12시, 1시까지 감독실에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석사 수료와 졸업은 천지 차이다. 과정만 이수하면 수료다. 마지막 관문 논문을 완성해야 졸업이다. 학자가 아닌 이상 수료 과정만 밟고 논문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요즘은 사소한 표절도 큰 문제가 된다. 서 감독은 끝까지 했다.

서 감독은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스포츠코칭을 전공했다. 논문 제목은 'KBO 우수 팀의 상황에 따른 공격 전술에 관한 사례 연구'다. 야구 관련 서적은 많지만 전략 전술에 관한 논문은 희귀하다. 서 감독은 "일단 참고문헌이 없었다. 자료 수집이 가장 어려웠다. 보편적인 걸 쓸 수도 있었지만 교수님과 상의 끝에 한 번 해보기로 했다"고 뿌듯해 했다.

2군 감독 본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 열정은 성적으로도 나타났다. KT는 현재 KBO리그 단독 선두다. 2군의 티 안나는 적절한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시즌 초반 황재균이 코뼈를 다쳤을 때 김병희가 빈틈을 채웠다. 박경수가 부상으로 빠지자 강민국이 잘 버텨줬다.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이 오기 전까지 외야 공백은 김태훈, 김건태 등이 해결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이 가서 잘한 것이다. 1군에서 부른 타이밍들이 다 좋았다"며 몸을 낮췄다.

박사까지 도전이다. 서용빈 감독은 "석사는 사실 5년 잡았는데 3년 정도에 했다. 수업에 전부 출석했다. 장학금도 받았다"고 으쓱하면서도 "60살 되기 전에 박사까지 해보겠다. 논문도 더 써야 하고 학술지에도 실려야 한다는데 가을부터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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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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