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아내한테 그러면 안 돼" '결사곡' 전노민, 불륜해륜에 내적 회초리[★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1.08.13 06:00 / 조회 :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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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노민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남자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어? 내가 예수 그리스도도 아니고 석가모니 부처님도 아니고"


"우리도 20년, 25년 살면 법적으로 이혼하게 만들어야 해"

배우 전노민(54)이 어록을 남겼다. 그가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Phoebe(임성한), 연출 유정준, 이승훈, 이하 '결사곡')에서 시즌1, 2 연속 한결 같은 '분노 유발자'로 맹활약했다. '결사곡'엔 주인공 세 남편이 모두 불륜남으로 등장, 그 중 전노민이 분한 박해륜은 적반하장의 눈물을 흘린 '지질한 불륜남'의 유형을 보여줬다. 전노민이 쓰레기 대사를 읊을수록 임성한 작가의 막장극이 진가를 발휘했고, 끝내 '결사곡'의 시청률이 상승했다.

'결사곡'은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여자 사피영(박주미 분), 부혜령(이가령 분), 이시은(전수경 분)이 각각 남편 신유신(이태곤 분), 판사현(성훈 분), 박해륜(전노민 분)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이 드라마는 신유신과 아미(송지인 분), 판사현과 송원(이민영 분), 박해륜과 남가빈(임혜영 분)의 불륜을 그리다가 시즌2 엔딩에선 판사현과 아미, 사피영과 서동마, 송원과 서반이 결혼식을 올리는 대반전을 선사했다. '결사곡2' 마지막회는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자 종편 드라마 시청률 TOP3인 16.6%를 기록했다.

전노민은 극중 선진대학교 연영과 학과장 박해륜 역을 맡았다. 박해륜은 이시은과 결혼생활을 하던 중 뮤지컬 배우 남가빈과 불륜을 저지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며 이시은과 이혼했다. 박해륜은 자식인 향기(전혜원 분), 우람(임한빈 분)에게 천륜을 느끼면서도 남가빈과 재혼을 결심했지만, 남가빈이 전 남자친구 서동마(부배 분)와 재회한 후 이별 통보를 받았다. 박해륜은 이시은에게 이혼 당시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회상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곤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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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노민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결사곡'이 시즌2까지 마쳤다.

▶1년 가까이 촬영했는데,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짜임새있고 재미있었던 것 같고 시즌1보다 시즌2에서 욕을 두 배로 먹은 것 같다. 생각보다 반응이 더 크게 있어서 좋았다. 방송이 끝난 날 밤엔 잠이 금방 안 오더라. 가장 많이 받은 문자가 '뭐야?'라는 것이었다. 엔딩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박해륜의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나도 해륜이 어디 간 건지 제일 궁금했다. 전수경 씨가 제일 먼저 연락 와서 해륜이 어디로 간 거냐고 묻더라. 나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해륜 성격으론, 가빈에게 다른 남자가 대시했을 때 둘이 잘 살라고 할 것 같다. 사람들이 해륜을 보고 죽으러 간 거냐고 하던데 나도 해륜이 산 속에 들어갔나, 다시 마누라를 찾아가나 여러가지로 생각하긴 했다. 해륜 성격으로 봤을 땐 산 속이나 섬 같은 데에 가서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났나도 생각했다.

-'결사곡' 불륜 남편들 중 가장 많은 욕을 먹은 것 같다.

▶우리 셋(전노민, 이태곤, 성훈)은 서로가 나쁜 놈이라 욕하고 있다.(웃음) 시즌2 제작발표회 때 성훈이가 나를 제일 나쁜 놈이라 몰아갔는데 내가 생각할 땐 태곤이가 제일 나쁜 놈이었다. 남자분들이 여자 분들보다 더 욕을 많이 하더라. TV를 보면 아내가 남편들을 쳐다보면서 전노민처럼 하지 않냐고 묻는다더라. 너무 길게 욕을 먹다 보니 그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사람들 인식에 불륜남으로 꽂힐까봐 우려 반 걱정 반, 내가 열심히 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은 것도 있었다.

-해륜이 이렇게까지 최고 욕받이 캐릭터가 될 줄 예상했나.

▶전혀요. 임성한 작가님이 '욕 좀 먹을 거예요'라고 말하셨을 때도 몰랐다. 대사를 보고 이걸 꼭 말해야 하나 싶었는데, 촬영 하면서는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려고 했다. 예상보다 더 욕을 먹어서 당황했다. 어딜 가면 최근에는 이상한 눈빛들로 쳐다봐서 당황스러운데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결사곡' 시즌2 말미에 시즌3 제작도 암시했다.

▶시즌3를 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방송을 보는데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해서 놀랐다. 방송이 끝나고 제작사 대표가 전화와서 '고생 많으셨다'고 말해줬다. 내가 '시즌3 가냐'고 물으니 '당연히 가는 거죠 형. 무슨 소리야'라고 하더라. 이제 조금 걱정이 된다. 상상하지 못한 얘기들이 나와서. 우려 반 기대 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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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시즌2의 엔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커플들이 결혼하는 장면으로 충격을 줬다. 배우 입장에서 어떻게 봤는지.

▶엔딩은 대본에 없었다. 엔딩 찍는 장면들은 작가님이 배우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 누가 뭐로 찍는다고 말해서 뭔 소리하고 있어라고 했는데, 커플 얘기가 나와서 '뭐지?' 생각하면서 거기서 커플이 안 되면 시즌3에서 안 나오는 건가 싶었다. 전수경씨랑 '당신이랑 나랑 시즌3에서 까였어'라고 농담했다. 우리 집이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도 말해줬다. 향기 역의 혜원 씨까지 다 노력했다. 혜원 씨까지 다 희안하게 전씨다. 대사 연습도 같이 잘 맞췄다. 끝나고 나서 수경 씨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짠하네'라고 말해줬고 나는 '나 다시 받아주나'라고 농담했다. 전화 받고 여운이 한참 남았다.

-해륜이 "남자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어? 내가 예수 그리스도도 아니고 석가모니 부처님도 아니고"라고 말한 장면이 전노민 배우의 신 중 가장 많은 욕을 먹었다.

▶제일 화제가 된 신인 '예수 그리스도, 석가모니 신'은 4~5시간 연습했다. 너무 놀란 게, 향기가 한 번에 감정신을 끌고 가더라. 감독님도 박수치면서 칭찬해줬다. 당시에 시작 전까지도 많이 망설였다. 감독님한테 '이 대사 끝까지 해야하냐'고 물었는데 감독님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지질하다고 생각했는데 미친 척하고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분노유발 멘트가 될 줄은 몰랐다. 하고 나니 후련하더라. 배우들끼리 호흡이 잘 맞아서 예상한 5시간이 아닌 3시간 만에 촬영했다. 그 장면은 내가 보면서도 참 답답했고 저 멘트를 딸한테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실제로 대사를 읽으면서 얼굴이 빨개지지도 했는데 점점 뻔뻔해졌다. 시즌2에선 그보다 더 심한 대사인 '25년 살면 법적으로 이혼 해야 돼'란 걸 보면서 욕먹는 게 피부로 더 느껴졌다. 인스타그램에는 내가 '3대 분노유발자'라고 뜨더라.

-박해륜을 이해해 본 지점이 있는가.

▶이해하기 힘든데, 직업이 교수라서 욕을 더 먹은 것 같다. 나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

-이태곤이 맡은 신유신이 불륜 남편들 중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 이유는?

▶나는 한 여자랑 상대하지 않았냐. 태곤이는 세 여자를 상대했다. 내가 태곤이한테 나쁘다고 했더니 태곤이가 '형이 더 나빠'라고 하더라.(웃음) 신유신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 첫 사랑과 살면서 전 아내까지 만나러 갔다. 자신이 잘못하고도 상대에게 뭐라고 하는 게 지금 세대에선 안 통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남자지만 이해를 못했다. 신유신은 진짜 나쁜놈인 것 같다.

-개중에 이해가 간 장면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많았다. 사실 성훈이 역할은 남자들도 여자들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가정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성격이 안 맞는 배우자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나쁜 짓을 하는데 이유를 부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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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노민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실제로 친구 중에 박해륜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은가.

▶친구이지만 욕을 할 것 같다. 아내가 부잣집 사람인데 나를 공부시키고 교수까지 시켜줬는데도 해륜이 느닷없이 '그만 사는 거 어때?'라고 말한다. 한 여자의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냐. 나라면 친구도 친구의 아내도 못 볼 것 같다. 요즘에도 보수적인 남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전수경과 부부 역할로 만난 소감은?

▶너무 잘 맞았고 너무 편했다. 수경 씨는 '황금빛 내 인생'에서 내 처제 역으로 함께 하기도 했다. 따로도 만나면서 연습했는데, 수경 씨가 남편과 통화할 때 내가 옆에서 '와이프 뺏어서 미안하다'고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웃음) 수경 씨는 상대에게 맞춰주는 성격이라 연기하기 편했다. 또 함께 상대역으로 연기하고 싶은 배우다.

-남가빈 역의 임혜영과 호흡은?

▶(임혜영이) 극중 캐릭터하고 너무 똑같다. 드라마는 처음이라 했는데 처음에 고생을 하다가 나중에 많이 캐릭터를 찾았다. 시즌2에서 더 열심히 해서 캐릭터를 살리려고 했다. 뮤지컬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이해를 잘 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있었다. 더 많이 연습을 함께 해보지 못해서 아쉽긴 하다.

-임성한 작가가 박해륜의 모습에서 어떤 점을 강조했나.

▶임성한 작가님이 이 캐릭터를 믿어주신 것 같다. '40살의 여자가 50살의 남자에게 끌리는 느낌을 만들어 달라'라고 말해주셨고, 나의 있는 그대로 성격을 보여주면 살 것 같다고 했다. 당시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고민을 하다가 열심히 했다. 해륜을 모니터 하면서 '저렇게 해서는 안 좋아할 것 같은데'란 모습도 있었다. 해륜은 실제 교수 느낌을 위해 너무 멋을 내도 안 될 것 같았다. 해륜에 실제 내 모습도 많이 있었는데, 나와 해륜은 성격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았고 말투도 비슷했다. 내가 지금도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연기예술학과 연출 전공을 하고 있는데 학교 생활에서의 도움도 많이 됐다. '결사곡'이 방송될 때는 교수님이 '어제 드라마에서 조금 그러시던데요'라고 말해주더라.(웃음)

-연출을 따로 해볼 생각이 있는 것인지.

▶지난 1, 2월에 두 작품을 연출했다. 앞으로 연극을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향기(전혜원)가 내 작품을 보러 와 줘서 기분이 좋았다. 향기가 '우리 아빠 최고'라고 하더라. 연출이 너무 힘들어서 한 두 달 사이에 몸무게 4~5kg이 빠졌다. 40대 초에 연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 이제 하게 됐는데, 대학원을 다니면서 생전 해보지 않은 PPT도 10페이지 이상 만들어봤다. 요즘 많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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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노민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과거 영어영문을 전공하고 항공사에서 근무하다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는 연출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향후 목표가 있는지.

▶특별한 목표보다는 배우들은 일이 없어서 텀이 길어지면 의기소침 해지고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 나는 특별히 오래 쉬어본 적은 없지만 쉬는 시간이 있으면 시간 죽이는 게 아까워서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 틈 나면 뭘 배워보려고 생각해서 하나씩 하고 있다. 작년엔 오토바이 면허도 따 봤고, 요트 면허도 생각했다. 시간이 되면 뭘 하나씩 이루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결사곡' 시즌2를 마치며 해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해줄 말이 너무 많다. 첫째는 고생한 와이프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식들은 부모가 거울이지 않냐. 예전에 강원도에 어린이 봉사를 간 적이 있다. 수녀원의 아이들과 위탁가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수녀님이 '말로 하는 게 더 무섭다'고 하더라.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거울을 잘 비춰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해륜에겐 누구를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생각을 바꾸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대본을 보면서 욕 나온 적이 많았다. 딸이 남가빈 집에 찾아간 걸 해륜이 끌고 내려오는 장면에서 '이거 뭐야'라고 생각했다. 내가 대사 하면서도 막 올라오고 얼굴이 빨개졌다. 손 잡고 내려가면서 향기 팔에 멍까지 들었다.

-시즌3에서 기대하는 박해륜의 모습이 있다면?

▶예상한 것과 다른, 갱생의 길을 걷는 박해륜이 나오면 어떨까 싶다.

-'결사곡'이 TV조선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3의 부담감도 있겠다.

▶시청률이 너무 높게 나와서 또 이걸 넘을 수 있을까 싶다. 시즌2를 하면서 기대 반 우려 반이 있었는데 이 정도의 완전히 다른 면이 보일 줄 몰랐다. 시즌3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지금 만큼이나 이상은 기대할 수 있겠다. 박해륜의 모습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영혼으론 안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결사곡'이 전노민에게 남긴 것은?

▶개인적으로 나에겐 배우 생활에서의 또 다른 모습이 보여서 의미 있고 고마운 작품이다. 욕 먹은 것도 내가 열심히 했다는 표시이겠다. 우리 드라마엔 슈퍼스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몇 억짜리 배우가 있었던 게 아닌데 대본 대로 열심히 하면 반응이 좋게 나온다는 걸 알았다. 많은 걸 암시해 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이슈가 되는 드라마를 만들었고 작가님도 오랜만에 복귀하셨는데 그 다음이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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