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이드 인 루프탑' 청춘 퀴어 보단 이정은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6.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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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포스터


언젠가 대만 청춘 영화가 성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그 감성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듯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이정은 뿐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별 1일차를 맞은 하늘(이홍내 분)과 썸 1일 차를 맞은 봉식(정휘 분)이 별다를 것 없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취준생인 하늘은 3년 간 동거한 애인 정민(강정우 분)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하지만 결국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반려묘 아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캐리어 하나에 자신의 짐이 담긴 채로 쫓겨났다. 이내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민은 완강했다. 하늘은 집에서 쫓겨나 봉식의 옥탑방을 찾아간다.

봉식은 욜로(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를 외치는 BJ다. 저축 대신 배드민턴도 힙한 복장으로 친다. 같이 배드민턴을 치는 사이인 민호(곽민규 분)가 자꾸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훅 들어오는 민호를 밀어내는 봉식이다. 그러면서도 점점 봉식도 이끌리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청춘 영화와 비슷하다. 남녀에서 남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힙하고 쿨한 청춘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그래서인지 여느 퀴어물과는 달리 영화 속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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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극중 등장하는 대사들은 2000년대를 휩쓸었던 귀여니의 웹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 등에 나올 법 하다. 유치하다. 어떤 대사는 유치함을 떠나 강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현실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도 감정이 쌓이지 않으니 공허하다.

지난해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지청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홍내는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180도 변했다. 애교있고, 귀여운 스타일로 변신한 것. 그동안 무게감 있고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던 이홍내이기에 그의 변신은 반갑지만 어딘가 모르게 백스텝을 하게 만든다. 생활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이정은이다. 김조광수 감독과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한 이정은은 극중 순자 역을 맡았다. 영화 '기생충' 인터뷰 당시 자신의 얼굴을 귀염상이라고 표현했던 이정은이였다.

봉식이 살고 있는 옥탑방 건물의 2층에 살고 있는 순자(이정은 분)는 귀여움의 극치다. 텃밭을 가꾸며 시도 때도 없이 봉식의 옥탑방을 찾아오지만, 김치전을 부쳐주는 등 옆집의 푸근한 정을 그려냈다. 이정은은 등장하는 순간마다 극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흐트러졌던 자세마저 바르게 만든다. 이정은의 말투는 틱틱거리지만 누구보다 봉식을 걱정해주고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걱정을 해준다. 이정은의 분량은 짧지만, 등장 할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성 정체성의 고민이 없는 20대 청춘들의 로맨스를 그렸지만, 결국 남는 건 이정은의 귀여움 뿐이다. 공감도 몰입도 자아내지 못했다.

6월 23일 개봉. 러닝타임 87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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