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한국마사회장, 그는 함정에 빠졌나?

채준 기자 / 입력 : 2021.05.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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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이 덫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필리핀식 '셋업'에 당한 것처럼 인식 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셋업은 필리핀 비리 경찰들의 금품갈취 수단이다. 조직적으로 외국인들을 술에 취하게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도록 유도한다. 또 두려움에 떨게 해서 금품을 강탈한다. 핵심은 이들이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약점을 잡고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점이다.

최근 마사회에서는 김우남 회장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김우남 회장은 3월 4일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마사회 일부간부들은 의심이 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마사회 임원 B는 자신과 특수 관계에 있는 여비서를 신임 회장의 비서로 발령한다. 역시 자신과 오랜 시절 합을 맞춘 간부 C를 김우남 회장의 최측근에서 보좌(정식 인사 발령 없이)하도록 지시한다. 또 자신과 특수 관계에 있던 운전직 사원을 회장 수행기사로 추천 했다(회장 거부). 자신의 사람들로 회장 주변을 채우려는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4일부터 일을 시작한 김우남 회장은 최측근이 된 C와 업무를 진행했다. 6일 김우남 회장은 치명상을 입었다. C와 별정직 채용에 관한 대화 중 의견 차이를 보였고 화가 난 김우남 회장은 해선 안 될 막말을 했다. 최측근인 C는 이때 회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취했다.

마사회의 한 직원은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이상하다. 사회생활도 오래한 사람이 회장과 일을 한지 딱 사흘 만에 녹취를 했다. (약점을 잡기 위해)마음먹고 들어간 게 아닐까 의심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사회 직원은 "C와 회장 사이 논쟁의 쟁점이었던 권익위의 권고에 대한 C의 해석은 이해하기 어렵다. C는 권익위의 권고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우리 회사(마사회)는 비슷한 상황의 권익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무시했다.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당시에는 김우남 회장처럼 권익위 권고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 내용은 C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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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블라인드 게시판 캡쳐
녹취는 했지만 C는 김우남 회장의 막말을 한 달 이상 참았다. 온라인 베팅에 관한 회의와 간담회도 이어졌다. 평화로웠다. 그런데 4월 9일 회장이 4개의 보직에 인사발령을 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회장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 채웠던 B는 돌연 사직서를 냈다. 회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는 인사에 항의하는 차원이었다. 항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여느 공기업이나 사기업, 체육단체도 인사권은 회장의 전권이며 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전권임을 모를리 없는 B는 회장에 맞섰다.

11일에는 마사회 직원 노조가 노조원도 아닌 C를 대신해 막말 녹취록을 공개하며 회장을 비판 했다.

13일 공중파 뉴스에서 다루면서 일은 일파만파 커졌다.

14일에는 D간부가 나섰다. 회장의 인사발령 초안 작성 지시를 정면 거부했다.

D는 "B임원의 명령만 받겠다"고 했다.

15일 B임원은 스스로 복귀했다.

마사회에서는 B의 사직서 제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김우남 회장에 대한 맹공이 이어졌다. 조직적인 반란으로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4월 말에는 이런 의혹을 더욱더 구체화 시키는 일이 있었다. E간부는 "B임원을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인사 판을 모두 짜 놓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일들이 우연히 일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 직원들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에서도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 부분을 의심 하고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이번 김우남 회장 막말 사태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고도로 준비된 기획이었다면, 만약 마사회에 존재하는 특정 사조직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벌인 일이라면 이것은 범죄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대통령의 인사권에도 반하는 행위로 판단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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