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연기가 어려운 김호정 "즐기면서 잘하는 사람 없어"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0.11.01 15:07 / 조회 :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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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배우 김호정(52)이 연기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호정에게 있어서 연기는 즐길 수 없고, 어려운 존재다. 그는 즐기면서 연기를 잘하는 또래 배우는 한 명도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1991년 연극을 통해 연기에 발을 내 딛은 김호정. 그는 연극,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평소 신수원 감독의 팬이라고 밝힌 그가 영화 '젊은이의 양지'를 통해 청춘을 향한 위로를 전한다.

'유리정원', '마돈나', '명왕성' 등 전작들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던 신수원 감독의 신작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통해 모두가 꿈꾸는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인생실습이 남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그린 극현실 미스터리다.

신수원 감독의 팬인 김호정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인 '젊은이의 양지'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2014년 개봉한 신수원 감독의 영화 '마돈나'에서는 단역이었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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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역할이 독특해서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런 분과 작품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했을 때도 좋았다. 이번 작품인 '젊은이의 양지'를 통해 주인공을 했다. '영화가 왜 좋지?'라고 했을 때 나한테 꿈과 희망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내 모습과 닮았을 때 위로를 받는다. 그때 희망이 생기는 느낌이다. 사실 신수원 감독님의 영화는 너무 힘들어서 힘들 수도 있는데 저는 참 좋더라.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이야기가 리얼하다. 감독님의 장점이 이런 것 같다. 너무 칙칙하거나 너무 울음을 빼고 설명을 하는 건 저도 보기 힘들다. 그런데 감독님은 감정을 통해 극의 재미를 잘 살려준다."

김호정은 개봉에 앞서 일반 시사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영화계가 다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주의 깊게 봐준다고 전했다.

"코로나 때문에 상업 영화들이 맥을 못 추니까 작은 영화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상황과 분위기가 안 좋다 보니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젊은이의 양지'는 스펙타클하거나 재밌지 않다.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끝까지 가고, 음악도 별로 넣지 않았는데 관객분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 작품인 것 같다. 집중하면서 끝까지 보는 게 놀랍더라. 영화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 피곤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일반 시사회 때 관객분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저보다 더 잘 보시더라. 개봉하면 또 다른 관객분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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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김호정은 극중 이세연 역을 맡았다. 이세연은 휴먼네트워크 콜센터 센터장이다. 어릴 때부터 성장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 자랐으며, 노력만을 강요하다 딸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고 바뀌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김호정은 자신은 많이 누린 세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는 많이 누려서 아직까지 주인공을 하고 있다. 무언가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성취감을 맛보고,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꿈이 있었다. '젊은이의 양지'를 찍고 나니 팬데믹 상황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행복이라는 기회조차도 없더라. 극중에서 '다 하면 된다'라고 하는데 저 또한 '왜 해보지도 않냐'라고 말할 때 있기에 후회가 된다.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저 역시 선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배우다. 항상 기다려야 하고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김호정은 '젊은이의 양지'를 통해 젊은 윤찬영, 정하담과 호흡을 맞췄다. 김호정은 윤찬영과 정하담을 보고 극중 캐릭터 같았으며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더 잘 대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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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그렇게까지 속이 깊은 이야기를 하고 '저렇게 하나?'할 정도로 놀랐다. 찬영이라는 친구는 촬영 당시 고3이라 시험을 봐야하는 상황인데도 침착하게 촬영을 하는 거 보고 박수 쳐주고 싶었다. 현장에 와서 뭐 하나 흔들리는 기세 없이 끝까지 하더라. 하담이라는 친구는 처음 작업을 해봤는데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친구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을 잘 대해주려고 한다. 후배라서 그런 건 아니고 만나는 인연들이 소중하다. 대함을 받으면 좋기 때문에 저 역시 그렇게 하려고 한다."

30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김호정은 연기에 대해 즐기면 안된다고 했다. 다른 일은 즐길 수 있지만 연기만큼은 즐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확신이 없다는 건 아직까지 자신에게 부족한 게 보이기 때문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에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고 했다.

"연기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인물이 되어야 한다. 즐기면서 연기를 하는 내 또래 배우는 한 명도 없다. 연기를 잘한다고 정평이 난 송강호, 이병헌 같은 배우들도 즐기면서 연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치열하게 연기만 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자들이 놀랍다. 매번 즐기는 사람이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정점을 찍었더라도 더 잘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할 줄 아는 게 연기 밖에 없지만, 아직도 내가 부족한 게 보인다. 죽을 때까지 잘 해봐야지라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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