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강철비2'는 순한 맛..프레임 걷어내고 보시길"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8.16 11:30 / 조회 : 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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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양우석 감독의 길은 늘 달랐다. '변호인'을 연출하고 난 뒤 그가 집필한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화한 '강철비'를 선보였다. 북한의 핵위기를 전면에 다룬 영화였다. 그가 다시 내놓은 '강철비2: 정상회담'도 여러모로 달랐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전에 이미 쓴 시나리오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과 평화협정, 그리고 수교까지 이야기했다. 그는 메시지를 장르로 풀어낼 줄 아는 장인이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국제관계 스릴러에 블랙코미디와 잠수함 장르가 결합된 영화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을 줄 아는, 양우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철비2'는 세 가지 장르를 하나로 엮은 듯 한데.

▶분단물이란 큰 틀에서 초반부는 국제정치 스릴러로 중반부는 SNL 같은 블랙코미디로 후반부는 잠수함 장르 영화로 만들려 했다. 남북 문제에 쉽게 접근하면서도 장르적으로 풀 수 있게 이런 구조를 생각했다.

-초반은 직접 설명이고, 잠수함으로 들어간 뒤에는 메타포가 가득한데. 하나하나 찾는 재미가 있다. 예컨대 잠수함에 갇힌 북한 위원장이 담배를 계속 피려 하는 건 핵미사일 개발을, 미국 대통령이 그런 북 위원장의 담배를 못 피우게 하려 문을 열고 똥을 싸겠다고 하는 건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경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화 속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가던 각각의 태풍들이 합쳐져서 '스틸레인'이란 태풍이 돼 동해로 오는 것도 명백한 메타포고. 잠수함은 그 자체로 한반도의 은유인데.

▶풍자라는 것, 블랙코미디라는 것 자체가 메타포일 수 밖에 없다. 블랙코미디는 현실에서 가져와서 영화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야 관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 위원장의 담배는 핵이요, 그걸 못 피우게 하려는 미국 대통령의 행동 역시 블랙코미디로서 메타포다. 미국 대통령이 헐크처럼 힘을 쓰면서 문을 막자 그걸 보고 북 위원장이 담배 안 피겠다라고 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미국이 힘을 보이자 핵을 포기하겠다는 은유기도 하다. 원래는 북 위원장의 그 대사 바로 뒤에 한국 대통령이 북 위원장에게 "미국과 싸우지 마시요"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노골적일 것 같아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을 먼저 탈출시키면서 북 위원장에게 하는 걸로 순서를 바꿨다.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과 미국, 북한의 정상들 모습이 현실에서 가져온 듯 하면서도 영화적으로 재창조돼 웃음을 준다. 그런데 그걸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잖은 것 같은데.

▶블랙코미디를 현실로 이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강철비2'를 영화를 보지 않고 '친문친북 반미반일' 영화라는 프레임으로 가두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블랙코미디가 순한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운 맛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실관람평에 똑같은 글을 복사해서 붙이기도 하더라. 그런 프레임을 걷어내고 보시길 바란다.

'강철비2' 시나리오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기 전에 썼던 것이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나온 뒤에는 현실에서 이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평화협정으로 이어져 영화가 만들어지면 뒷북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게 갔다. 그렇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그리고 그 해결을, 관객이 상업영화라는 장르에서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영화를 영화로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분들도 많아서 감사하다.

-'변호인' 때고 그렇고, '강철비' 1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프레임을 짜서 공격하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슬픈 감정이 먼저다.

-미국 대통령을 통역하면서 벌어지는 상황도 블랙코미디인데.

▶사실 통역관 대사는 코믹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제일 무서운 이야기다. 제일 심각한 이야기를 가장 코믹하게 해야겠다고 고민하면서 그 장면을 생각했다. 잠수함 속에서 한국과 미국 대통령 통역을 북한 정상이 하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그래서 코믹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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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과 양우석 감독/'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


-'스틸레인' 시리즈가 그렇지만 '강철비'도 그렇고 '강철비2'도 그렇고 북한에서 쿠테타가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난 한국이 북한에 대해 가장 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게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정권 교체 시스템이 없는 나라다. 그렇기에 북한에서 급격한 정권 교체와 붕괴가 일어난다면 쿠테타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또한 그걸 작품에서 극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잠수함을 부감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 듯한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그 자체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은유인데. '강철비'1편에서도 그렇고 '변호인'에서도 그렇고 부감을 그렇게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면. 보여주면 믿는다고 생각한 것인가.

▶'변호인'에서 부감은 장면 전환을 위한 방식이었고, '강철비' 1편도 그렇고 '강철비2'도 그렇고 부감은 여러 사람들의 죽음 뒤에 썼다. '강철비' 1편에선 폭격 뒤에, '강철비2'에선 잠수함 사병들이 죽은 뒤에 부감을 사용했다.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우리가 준비를 제대로 못 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일을 관객이 생각해보길 바랐다. 또한 '강철비'1편과 2편의 부감 장면은 정우성의 얼굴로 바로 이어진다. 정우성이 영화 속에서 느꼈을 참담한 심정을 관객이 같이 느끼길 바랐다.

-잠수함 전투가 매우 인상적인데. '크림슨 타이드' '붉은 10월' 같은 잠수함 영화의 쾌감이 있는데. 어떻게 설계했나. 실제 동해 해저를 참고했나.

▶잠수함 전투는 3차원 전투다. 누가 먼저 상대를 발견하느냐, 지형을 어떻게 참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밀덕의 끝은 전술사요, 전술사의 끝은 지형과 일기다. 영화 속에서 폭풍이 몰려온다는 설정을 넣은 건, 그렇기에 미국 제7함대가 못 온다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 독도 앞바다 속 지형을 참고해서 잠수함 액션을 설계했고, 전문가들에게 가능할 지를 문의했다. 잠수함이 급기동과 급하강을 하는 건 도박이지만 그 도박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뢰가 바닷속 깊은 곳에서 폭발하면 실제로 그렇게 구 같은 폭발 모양을 보이고 수축한 뒤 물방울로 변한 뒤 수면 위로 올라가서 팽창한다. 그렇게 고증했다.

-잠수함 용어를 몰라도 전혀 상관 없을 정도로 전개가 빠르고 쉽지만 '핑 한 방 쏴주라우'의 '핑'(능동소나) 같은 용어들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은데.

▶'핑'은 능동소나로 잠수함에서 상대 잠수함을 찾으려 쏘는 음파를 말한다. 그걸 상대 잠수함한테 쏜다는 건, 얼마든지 어뢰로 쏴서 맞힐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류수영이 맡은 북한 핵잠수함 함장 이름이 철우다. 철우는 '강철비'라는 뜻으로 1편에선 정우성 곽도원 두 배우의 극 중 이름이기도 했는데.

▶'강철비2'에서 곽도원이 맡은 북한 호위총국장 이름이 박진우다. 박철우는 박진우 친동생이다. 1편에서 철우의 의미는 재앙이자 친구란 의미였다. 곽도원이 2편 시나리오를 읽고서 자기한테 류수영이 맡은 함장이 철우이지 않겠나며 아이디어를 냈다. 동생이기도 하니 진우, 철우가 어울리기도 하고. 철우가 죽으면서 진우가 폭주하는 계기도 되니.

-'강철비2'에서 앵거스 맥페이든이 연기한 미국 대통령 이름을 스무트라고 지은 건 대공황 시절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 만든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주창한 스무트 상원의원에게서 따온 것이라고 했는데, 그럼 정우성이 연기한 한국 대통령 이름을 한경재로, 유연석이 맡은 북한 위원장 이름을 조선사로 지은 이유는.

▶한경재는 원래는 한경제였다. 한 경제한다는 뜻으로 지었는데 너무 직설적일 것 같아 한경재로 바꿨다. 대한민국을 경세제민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정우성이 '더 킹'에서도 그랬지만 한씨 역을 많이 맡기도 했고. 조선사는 말그대로 (북)조선의 역사다. 북한의 행태를 도저히 한 캐릭터로 응축할 수 없어서 유연석이 맡은 위원장과 곽도원이 맡은 호위총국장 박진우로 지킬 앤 하이드처럼 나눴다. 박진우가 중국을 혈맹으로 생각하는 북의 보수파를 상징한다면, 조선사는 핵개발을 한 지도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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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상회담'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미국 대통령이 납치되고 난 다음,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는 게 아니라 중국군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 다리를 폭격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미국의 북한 대처는, 곧 미국이 중국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결정 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북한을 곧바로 폭격하기보다 우선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우익을 악의 축으로 그렸는데.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속 인물 같은데.

▶일본을 악으로 그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본 우익 세력이 중국과 결탁해 북한 쿠테타를 사주하는 건, 결국 미국이 일본을 이용해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걸 피하려 한다는 설정이었으니깐. 다만 일본 우익을 구체성보다는 압축해서 묘사하다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추상적으로 표현되긴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미국이 일본을 이용해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려 하는 작전명이 카게무샤(가짜 영주)인데.

▶실제 영주는 미국이고, 가짜 영주가 일본이란 의미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 시물레이션 중 비슷한 걸 참고해서 만들었다.

-북한 잠수함 부함장 장기석을 맡은 신정근이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데.

▶장기석은 내 친구 이름에서 가져왔다. 장기석은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이름의 조선사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위원장 조선사가 미국 대통령과 잠수함에서 먼저 탈출한 뒤 잠수함 속에서 조선사를 대신하는 인물이다. 그저 내가 지킬 건 잠수함 사병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토미 리 존스 같은 배우를 염두에 뒀다. 그래서 신정근을 떠올렸고, 마침 정우성과 같은 소속사라 부탁했더니 흔쾌히 함께 하게 됐다.

-쿠키 영상에서 정우성이 맡은 한국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 통일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데.

▶통일을 강요한다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든, 노든, 북한을 외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란 의미였다. 실제로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를 하게 되면, 한국에게 북한은 더이상 수복해야 할 지역이 아니라 외국이란 의미가 된다. 그런 북한과 통일을 한다는 건 다른 나라와 통일을 한다는 의미가 될 수 밖에 없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외국과 국경을 맞대고 그냥 지내게 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과 수교가 갖고 있는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쿠키 영상을 만들었다.

-또 다른 쿠키영상으로 극 중 미국 대통령이 북미 수교와 핵폐기에 대한 공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고 연설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현재 상영 버전에는 실리지 않았다. 잠수함에서 정우성과 신정근 분량도 더 있었다고 하고. 현재 상영버전은 2시간 11분이지만 2시간 35분 편집 버전도 있었다고 하던데. 혹시 확장판이 만들어지면 그 쿠키 영상과 잠수함 분량을 담을 계획은 있나.

▶확장판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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