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현 "'모차르트!', 제가 덜 유명할 때 '본사'로 자부심을"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20.07.04 13:15 / 조회 : 6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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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박강현(31)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모차르트!'의 10주년인만큼 타이틀롤에 대해 부담감이 있지만, 어려운 시국에도 소중함과 감사함을 안고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사(공연을 본 사람)'가 되려면 박강현이라는 배우가 덜 유명할 때 자신의 '모차르트!'를 봐야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강현은 지난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했다. 그는 '베어 더 뮤지컬', '인더하이츠', '이블데드', '칠서', '광화문연가', '킹키부츠',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등에 출연했다. 박강현의 최근 행보는 놀랍다. 빠르게 대극장 주연을 꿰찼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 롤을 연기한다.

뮤지컬 '모차르트!'(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최고의 천재성을 지녔지만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모차르트의 자유롭고 빛나는 청년기부터 그의 비극적이고 쓸쓸한 죽음에 이르는 삶의 여정을 인간적인 시선에서 풀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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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박강현은 '모차르트!'에서 타이틀 롤인 볼프강 모차르트 역을 맡았다. 볼프강 모차르트는 자유를 갈망하는 천재 작곡가다.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끝없는 내적 갈등을 지속하는 인물이다.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 '모차르트!'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에요. 특히나 저같이 연극영화과를 나온 친구들이나 뮤지컬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모를 수 없는 작품이에요. 넘버들도 유명해서 한 번 이상은 다 따라봤을 거에요. 심지어 노래방에도 '모차르트!'의 넘버들이 있어요. 재밌을 것 같기도 하면서 걱정도 됐어요. '모차르트!' 뒤에 10주년 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잖아요. 사실 그런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새롭게 합류했기 때문에 그동안 '모차르트!'를 사랑해주신 관객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모차르트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정답이 어딨겠어요. 그래서 '나만의 것을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앞서 '모차르트!'의 타이틑 롤이 부담이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전 불면증이 없는데 첫 공연 전날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눈을 감고 있었는데 3~4시간 동안 잠이 안 들더라고요. 정말 지옥 같았어요. 결국 지쳐서 잠이 들긴 했어요. 웬만한 일이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공연 직전 임박해서 무대에 돌라가는 순간에도 부담이 되거든요. 무대 위에 올라가기만 하면 제가 공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잘하든, 못하든 어쨌든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부담보다는 그래도 즐겨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이기에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부담이 덜어지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첫 공연 이후 7회(인터뷰 날짜 기준) 밖에 안했지만 수면시간이 계속 늘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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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일이 연기됐어요. 이 시기에 관객과 만나고 있는데, 여느 작품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 공연이 4일이나 미뤄졌어요. 개막이 연기되면서 처음에 배우들도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공연이 미뤄져서 아쉽긴 했지만, 어려운 시국 속에 관객분들과 지금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소중함,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항상 커튼콜을 할 때 관객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모차르트!'는 조금 더 특별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없었다면 무대 위에 저희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무대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모차르트!'의 오디션은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그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했나요?

▶ '모차르트!'의 오디션이 뜬 뒤에 오디션을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이 지정곡이었어요. 유명한 곡이었고 유명한 배우들이 어떻게 불렀는지 다 알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불렀어요. '모차르트!'의 줄거리도 잘 몰랐던 상태였기도 했고요. 오디션장에서 감정을 배제한 채 노래를 불렀는데 혹평을 받았어요. 오디션장에서 혼났죠. (웃음) 오디션장에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계셨는데 노래 속 감정에 대해 조언 받았어요. 다시 한 번 불러보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말씀해주신 감정을 끌어냈어요. 그리고 합격을 했어요. 두 형들이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본에 써져있는대로 기본에 충실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모차르트의 성격을 찾아보거나 예전에 봤던 영화, 연극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모차르트에 대해 정답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한 공연 중에 가장 제 마음대로 캐릭터를 분석하지 않았나 싶어요.

-김준수, 박은태 배우와 함께 '모차르트!'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됐는데 형들에게 조언을 구한 부분이 있나요?

▶ 형들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준수형은 초연 후 10년 만에 하는 거고, 은태형은 초연 후 그 사이에 몇번 더 했어요. 할 때마다, 연출마다 신의 위치도, 이어지는 드라마가 달라졌다고 이야기 해줬어요. 형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제가 형들에게 '여기서는 왜 이러는 거에요?'라고 질문을 하면 답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많이 해봤던 형들이기 때문에 특정 신에서는 어떤 게 필요하겠다고 의견을 많이 주셨어요. 물론 이번 연출님이 (신에 대해) 열어두는 편이라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작품을 하면서 의견을 내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저는 정말 모르니까 조금 조금 의견을 내긴 했어요. 가사를 조금 바꾼다는 부분 정도랄까요? 크게 의견을 낸 부분은 없어요. 시키는 대로 아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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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공연 내내 가발을 착용하는데 불편한 부분은 없나요?

▶ 어떻게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가발 착용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코트를 입으면 머리를 뒤로 빼야하기 때문에 불편해요. 장발하는 저의 모습이 객석에서 어떻게 비춰지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 모습을 객석에서 봐야할텐데. (웃음) 가발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서 표정도 가려지더라고요. 격한 액션(?)이 많아서 가발이 입 안에도 들어가기도 하고,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도 있어요. 공연 중에 입에 들어간 가발을 빼면 집중이 깨져버릴 것 같아서 그 상태로 공연을 한 적도 많아요. 제 머리가 아니라서 불편하고 쉽지는 않네요. (웃음)

-세 명(이시목, 김승후, 이서준)의 아마데와 함께 호흡을 하게 됐는데 어떤가요? 또 극중에서 아마데가 들고 다니는 상자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 시목이는 11살, 승후와 서준이라는 친구는 8살이에요. 시목이는 어릴 때부터 '뽀뽀뽀'에 출연하면서 이미 이쪽 물을 먹고 공연을 하면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어른 같아요. 연습 초반에 다른 성인 배우들보다 캐릭터 분석이 더 잘되어 있었어요. 가정 교육을 잘 받은 경향이 있지만 뛰어난 친구 같아요. 무대에서 연기할 때 제가 믿고 가는 부분이 많아요. 정말 어엿한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웃음) 다른 친구들은 제가 케어를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시목이는 그런 케어가 필요없는 배우에요. 벌써부터 철이 들지 않았나 걱정이네요. 어떻게 보면 아마데가 가지고 다니는 상자는 천재성이에요. 그 상자를 이용하는 신들이 많아요. 악몽신에서 아주 큰 상자에 제가 가둬지는데 천재성에 잠식당하는 거에요. 그게 잘 표현되고 있는 거 같네요. 사실 '모차르트!'를 잘 모르는 분들이 아마데가 살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해요. 공연이 끝나고 '그 꼬맹이는 누구야?'라고 물어본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넘버 '황금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그리고 극중 애착 가는 넘버가 있다면요?

▶ '황금별'은 모차르트의 열망이 가장 큰 넘버에요. 이번 공연에서 커튼콜 때 다같이 부르는데 치유의 노래처럼 느껴져요. 너무나 힘든 상황 속에서 어렵게 공연을 하고 있고, 또 관객분들이 어려움 발걸음을 해주시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커튼콜에서 '황금별'을 부를 때 많이 울컥해요. 최대한 안 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황금별'은 제게 의미가 깊은 노래로 남을 것 같아요. 나중에 이 넘버를 듣더라도 이 시기가 생각날 것 같아요. '나는 나는 음악'이 가장 애착이 가요. 공연 초반에 나오기도 하고 모차르트를 가장 잘 말해주는 넘버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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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본인을 괴롭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장면은 있나요?

▶ 2막에서 아버지가 떠나게 되는 장면이요. 그 장면의 감정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어요. 이해하기 쉬운 감정인데 단순하게는 안 되더라고요. 모차르트는 황제가 '브라보'를 외칠 정도로 성공적인 연주를 한 뒤 백스테이지에서 몇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는 거잖아요. 모차르트는 아버지가 '나의 성공을 보러 오셨구나'라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에도 아버지는 모차르트를 혼내고 야단쳐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데 이해해주지도 않고 상처를 주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에 모차르트가 폭발을 해서 아버지와 대립을 해요. 아버지에게 화를 내다가도 갑자기 매달리는데 감정을 전환하는 스위치가 쉽지 않더라고요.

-방금 말한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천재성을 상징하는 상자를 내밀게 되는데 이때 아마데는 눈을 가리더라고요. 여기서는 아마데가 왜 눈을 가리는 건가요? 또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신들이 많은 것 같은데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 아마데가 눈을 가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봤어요. 처음엔 아마데들이 장난 치는 줄 알았어요. 연습할 때 눈을 가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왜 저러고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연출이었어요. 보기 싫은건지 볼 수가 없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연출님께 물어볼게요. (웃음) 애드리브는 열어놓고 있어요.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사를 조금씩 바꾼다든지 장난을 치고 있어요.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오두방정을 떨어요. 매번 공연할 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준비한 건 없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할 예정이에요. 상대 배우랑 약속을 해야하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는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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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사진=이동훈 기자


-콜로레도 대주교와 대립하는 신 등에서도 사실 애드리브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손준호 민영기 배우와 따로 의논한 게 있나요?

▶ 콜로레도 대주교는 장난을 치려고 하지 않아요. 초반부터 모차르트가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막 대해요. 위험한 걸 보여주는 상황을 확실히 해야해서 심한 장난은 안 치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신는 신발의 굽도 빼버렸어요. 웬만하면 깔창을 넣거든요. (웃음) 섰을 때 (손)준호형이 저보다 크고, (민)영기형과는 비슷하거든요. 저는 물리적으로 콜로레도 보다 작게 보이길 원했어요. 그게 신분을 나타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굽을 빼버렸어요.

-박강현의 또 다른 자아가 아마데로 표현된다면 어떨까요? 어려운 시국이지만 박강현의 '모차르트!'를 선택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저의 또 다른 자아가 아마데로 표현이 된다면 약간 조커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되게 장난끼도 많고 악동 같은 면이 살아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극대화된다면 제 몸이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감당할 수가 있거든요. (웃음) '모차르트!'를 보셨던 분들은 한 번도 못 봤던 모차르트이기에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 보셨던 분들은 제 인생의 마지막 모차르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본 사람으로 남으려면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웃음) 제가 유명해질 수도 있으니 덜 유명할 때 '이 사람 공연 봤다'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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