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민덕희' '내가 죽던 날' 진화하는 韓여성서사 영화들 [종합]

라미란과 염혜란 '시민 덕희' 출연배우들과 김혜수와 이정은, 김선영 등 '내가 죽던 날' 출연배우들.

한국 여성영화 서사가 진화하고 있다. 2030 여성 서사뿐 아니라 중년여성들이 이끄는 다양한 서사들이 상업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라미란과 염혜란 등은 '시민 덕희' 출연을 결정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시민 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주부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보이스피싱 조직 두목을 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1킬로그램' '선희와 슬기' 등을 연출한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라미란은 주인공 덕희 역을 맡아 '정직한 후보'에 이어 또다시 여성감독이 연출하는 여성 주인공 영화의 원톱 주연을 맡게 됐다.

개성 강한 악역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던 염혜란이 라미란과 함께 보이스피싱 두목을 잡는 평범한 중년 여성 역을 맡는다.

여성 주인공 영화가 드문 한국영화계에서 중년 여성배우들이 이끄는 영화는 이례적이다. 20~30대 여배우가 주연을 맡는 상업영화도 드문 한국영화계에서 40~50대 여성배우들이 이끄는 영화가 등장하는 건, 반갑다. 더욱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이끄는 서사가 아닌 새로운 서사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실화가 바탕이기에 감동과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영화계에는 여성 서사 영화 제작이 늘고 있다. 주목할 건, 2030 여성 서사뿐 아니라 4050 여성 서사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만들어졌던 6070 여성 서사가 엄마, 할머니 등 모성애를 강조하는 영화들이었다면 4050 여성 서사는 이야기 폭이 한층 넓어졌다.

김혜수가 주연을 맡은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이 그렇다. 지난해 11월 크랭크업한 '내가 죽던 날'은 태풍이 몰아치던 밤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게 된 형사 현수(김혜수 분)가 그녀의 흔적을 쫓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단편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내가 죽던 날'은 사라진 소녀의 흔적을 쫓으며 삶의 답을 찾아가는 여성의 이야기 속에 섬세한 표현력과 깊이 있는 감성을 담았다. 주인공 현수 역을 맡은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 시나리오에 반해 영화가 투자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김혜수는 투자가 안 돼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도 박지완 감독을 맡아 시나리오의 미덕을 이야기하며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내가 죽던 날'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투자배급을 맡아 제작에 돌입했다. 김혜수 뿐아니라 '기생충'의 이정은, 믿고 보는 배우 김선영, 신예 노정의까지 합류했다. '내가 죽던 날'은 4050 여배우들이 이끄는 서사라 상대적으로 남자배우 비중이 적어 남자배우 캐스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상엽이 시나리오에 반해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2030 여성 서사도 한층 다양해졌다는 걸 입증하는 영화다.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회사 영어토익반 강좌를 같이 듣는 고졸 말단 여자 사원들이 회사의 부정을 알게 되면서 의혹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가 주연을 맡았다. 90년대가 배경인 만큼, 여성 고졸 사원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그 상황을 뚫고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업영화 여성 서사들은 한국영화에 다양성을 더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포와 미스터리, 멜로와 모성을 강조한 휴먼 드라마에 국한됐던 여성 서사들이 보다 풍성해지면서 한국영화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제공해 줄 것 같다. 흥행과 비평에 성공한다면 여성배우들의 활동 영역과 생명이 한층 넓고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과연 보다 다양해지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여성 서사 영화들이 어떤 결과를 낼지, 각 영화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촬영에 들어가고 개봉 준비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