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남자' 박세민 "'낮손님' 女시각 에로틱코미디영화"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4.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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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낮손님' 박세민 감독/사진=이동훈 기자


"냉장고를 녹이는 뜨거운 남자, 박세민입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박세민은 가장 인기가 많은 개그맨 중 한 명이었다. 팝송을 엉터리 한국어로 녹여서 사용하는 팝송개그, 느끼한 저음으로 19금과 15금의 경계를 타는 느끼개그, 비교를 적절히 구가하는 비교개그 등으로 인기가 그야말로 뜨거웠다. "냉장고를 녹이는 뜨거운 남자"는 그를 대표하는 유행어였다.


팝송개그는 박세민이 효시요, 느끼개그는 그의 전매특허였다. '개그콘서트' 등에서 콩트 장르로 굳혀진 팝송개그와 금기의 벽을 깨고 있는 이른바 '섹드립' 개그는 박세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한창 개그맨으로 인기를 누렸던 박세민은 어느 순간, 영화감독에 도전했다. 서세원이 '납자루떼'로, 이경규가 '복수혈전'으로, 심형래가 '영구와 공룡 쭈쭈'로 영화 감독에 도전했을 때, 박세민은 '신사동 제비'(1989년)라는 성인코미디물로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출발이 다르다. 다른 개그맨들이 자신들의 로망을 첫 영화에 담았다면, 박세민은 자신의 장기를 영화에 담았다. 그때부터 코미디와 성인물을 접목했다.

1994년 비디오 시장을 강타했던 '토요일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는 그런 감독 박세민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었다. 성적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가 수련 끝에 절정의 고수(?)로 거듭나는 내용인 '토요일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는 에로와 코미디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토요일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는 대학생들이 꼽은 영화 1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에로영화에도 걸작이 있다고 기사화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 B급무비 수작으로 회자되곤 한다.

박세민 감독은 '토요일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성공으로 2편(1995년)을 찍기도 했다. 그 뒤 여러 부침을 겪었다가 25년여만에 신작 '낮손님'을 내놨다. 역시 에로틱코미디 영화다. 스스로는 "섹스코미디영화"라고 했다. 감독 박세민이 규정하는 자신의 영화 장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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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낮손님' 스틸


'낮손님'은 어머니로부터 모텔을 물려받은 경숙의 이야기다. 503호만 매번 찾는 두 남자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 경숙이 그 방에 몰래 CCTV를 설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전작들보다 코미디는 줄고 에로는 늘었다.

박세민 감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영화라 수위 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코미디, 에로의 적정 수준을 조절해서 지금 관객의 반응을 살핀 뒤 다음 단계를 고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에로 영화들이 남성의 시각에서 주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여성의 시각을 많이 담으려 했다"고도 말했다.

박세민 감독의 전매특허는 소품을 이용한 코믹 베드신이다. 80년대 한국 에로영화들이 키스신이나 베드신을 물레방아나 어항 등으로 편집해 대체한 것을 패러디해 교묘하게 소품을 편집해 웃음을 유발시켰다. 그런 코믹 베드신은 '낮손님'에도 잔향이 남아있다. 그런 그의 코미디는 누군가에게는 폭소를, 누군가에는 실소를, 누군가에게는 어이없음을 줄 것 같다. 그건 그의 코미디 철학이기도 하다.

"관객이 다 웃길 원하지 않는다. 두 사람만 웃어도 괜찮다. 그 두 사람이 '너네는 왜 웃긴지 모르지'라면서 웃으면 좋다. 그런 코드들을 많이 심었다."

'낮손님'에서 모텔을 찾는 단골손님들이, 때로는 남자는 그대로인데 여자가 바뀌고, 여자는 그대로인데 남자가 바뀌고, 남자는 그대로인데 상대가 남자로 바뀌는 건, 그런 박세민 감독의 코미디 코드다. 편견은 없고, 코드는 있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에는 웃긴 영화이길 바라는 게 그의 목표다.

박세민 감독은 "나에게 영화는 코미디로서 한 서비스"라고 했다. 그가 '섹스코미디영화'를 선보인 것도 "방송에선 제약과 한계가 너무 많아서 더 많이 웃길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위해서"였다.

영화감독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목표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로 내 욕심을 추구하는 건 없다. 코미디를 서비스한다는 느낌으로 만든다"고 했다.

박세민은 '낮손님'에 감독이자, 주연배우이자, 엔딩곡 작사에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인 그림들까지 모두 직접 자신이 담당했다. 미대 출신인 그는 영화에서 화가로 등장한다.

박세민은 "특별히 나를 투영하진 않았다. 그저 그림도 직접 그리고 연기도 할 줄 아는 배우를 찾기가 힘들어서 그냥 내가 했다"면서 "사실 감독은 연출만 하고 연기자는 연기만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두 가지를 모두 하기엔 내 그릇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낮손님' 아이디어도 아내가 제공했다고 밝혔다. 모텔 같은 방을 매번 찾는 다른 남자들이란 기본 설정을 아내가 제공했다는 것. 그러니 창작자로서 공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그는 아내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코미디로 풀어내는 게 숙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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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낮손님' 박세민 감독/사진=이동훈 기자


한국 나이로 63세. 박세민 감독은 육십세가 넘는 나이에, 25년여만에 영화를 선보였지만, 그래도 시대의 변화를 담으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철없던 젊은 시절, 남성의 시각에 기댄 '섹스코미디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많이 부족해도 여성의 시각을 담은 '섹스코미디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한다. '503호'에 담긴 정치적인 뉘앙스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하다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503'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다) 그는 "방송을 하는데 PD가 503호는 빼고 말해달라면서 설명을 해줘서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박세민 감독은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또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낮손님'에 대한 반응을 공부해서 다음에는 더 본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어릴 적에는 무서울 게 없어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멋모르고 도전했던 B급 영화 창작자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사람들의 룰에 맞춰가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낮손님'으로 공부를 해서 B급 무비 창작자로서 방식이 어떤 게 맞는지, 더 센 B무비를 만들어야할지 고민할 생각이다."

박세민 감독은 여전히 뜨거운 남자인 것 같다. 적어도 B급 무비 감독으로선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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