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故자니윤 前부인 "가실 때 손잡아 드리기로 했는데, 화상통화 임종"[인터뷰]

"고인 뜻 살려 시신 기증"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0.03.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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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리(왼쪽)와 故자니 윤 /사진=스타뉴스


"가실 때 손을 잡아 드리기로 했는데, 마음이 아프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고(故) 코미디언 자니 윤(한국명 윤종승)의 전 부인 줄리아 리(66)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 고인의 부고를 접하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10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 한국에 수술을 받으러 나왔다"며 "올 때 만해도 선생님이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운명하시게 됐다"며 침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한 양로병원에서 지내던 중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갑작스럽게 혈압이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고, 8일 오전 4시께 생을 마감했다. 향년 84세.

"한국에 오기 전 선생님(자니 윤)을 뵙고 '조심해서 잘 갔다 오라'는 말씀까지 들었는데, 저혈압이 오시면서 못 일어나신 것 같아요. 뇌출혈도 좀 있으셨고요."

줄리아 리는 1999년 18세 연상인 자니 윤과 결혼했다. 11년 간의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2010년 이혼했지만, 힘들고 아픈 노년을 보내고 있는 고 자니 윤을 다시 찾아가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 2017년부터 치매 증상이 심해져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나흘 전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했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줄리아 리는 결국 영상통화로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다고 했다.

줄리아 리는 "의사 말로는 정신이 혼미해도 청각은 듣는다고 하더라"며 "영상통화로 선생님에게 기도를 하고 '좋은 데서 고통받지 말고 계시라'고 했더니 눈을 한번 뜨시더라. 그걸 화상으로 다 봤다. 아들이 영상통화를 얼른 걸어줘서 아들과 같이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재미교포인 줄리아 리는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지만 아직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를 권고받았다는 것.

"지금 못 가고 있는 제 심정이 너무 힘들어요. 수술을 받으러 한국에 오니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달라고 부탁받았어요. 미국에 가더라도 2주간 일단 격리해서 철저한 검사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마음이 많이 아파요. 가실 때 손을 잡아 드리기로 했는데…당장 별도리가 없어서요. 대신 화상통화로 선생님 운명하시는 걸 보고, 평상시 유언대로 해드렸어요."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UC 얼바인 메디컬센터에 기증됐으며, 기증 절차가 끝난 후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생전 선생님이 항상 얘기하시기를 '의학 계통이 발달 돼야 병이 생겨도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자신의 시신을 통해 살릴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셔서 기증을 하게 됐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에 가실 때 기도를 해드렸는데, 아주 편안하게 가셨습니다."

한편 1936년 충북 음성 출생인 고인은 서울 성동고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 웨슬리언대학에서 성악과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정착한 그는 1960~70년대 블랙코미디를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탠드업 코미디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NBC '자니 윤 스페셜 쇼'를 진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89~1990년에는 한국에서 '자니 윤 쇼'를 진행했다.

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2016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뇌출혈로 입원했고 이후 미국에서 투병 생활을 했다.

고인의 부고에 동료 연예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후배 개그맨 임하룡은 스타뉴스에 "과거 '자니 윤 쇼'에 출연한 적이 있다"며 "이름을 걸고 하는 토크쇼는 당시 처음 있던 거라 대단하게들 생각했다. 해외 진출해서도 성공하셔서 후배들이 다 존경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방송인 배철수는 자신의 SNS에 "Rest In Peace(편히 쉬세요)"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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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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