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크 워터스', 불편하지만 알아야하는 지금 이야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3.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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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크 워터스' 포스터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이 환경 속에서 어떤 일들은 모르고 살아가는 게 속 편하다. 그렇기에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살아가기도 하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영화 '다크워터스'는 어쩌면 우리가 눈 질끈 감고 지나가려 했던 일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영화는 젖소 수백마리가 떼죽음 당하고, 기형아들이 태어났던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다. 미국의 거대 화학 기업 듀폰사가 먹여 살리다시피했던 이 마을에 중증질병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에 수백 마리의 젖소를 잃은 농장주 윌버 테넌트가 대기업 담당 변호사인 롭 빌럿(마크 러팔로 분)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기업을 위한 변호를 하던 롭은 듀폰을 상대로 한 농부의 소송이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거부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지인인 윌버 테넌트의 농장이 자신이 어린 시절 놀았던 농장이라는 것을 알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 준다. 젖소들이 떼죽음 당한 것을 수상하게 여겼지만, 미국 환경조사국 결과를 알아내서 전해준다.

그러던 롭 빌럿은 사건을 자세히 조사하고, 듀폰사가 배출하는 독성폐기 물질인 PFOA에 주목한다. 당시 이 물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가운데, 롭 빌럿은 여러 사람들을 통해 그 물질이 유독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C8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8개의 탄소가 결합 돼 있는 것으로 분해가 되지 않는다. 이 물질은 당초 전쟁에서 쓰였지만, 기업들이 일상 제품을 만드는데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알려진 것이 없었지만 유독 환경오염 물질로 신장암 고환암 갑상선암 등 암과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임산부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동물들을 죽이는 물질이다.

두 아이의 아빠인 롭 빌럿은 이 물질이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 등에 쓰인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결국 그는 회사 사람들을 설득해 거대 기업에 맞선다.


전 세계 매체에서 독성물질 PFOA의 위험성을 보도하고, 듀폰은 정보 은폐 혐의로 미국 환경보호국 사상 최고액의 벌금 192억원을 추징당했다. 그럼에도 듀폰사는 거대한 자본과 힘을 이용해 빠져나갔고, 듀폰사가 지역에서 사업을 철수하며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이 오히려 소송에 앞장 선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 계속해서 이어진 소송에서 의료진이 방대한 역학조사에 나섰고, 듀폰사의 PFOA로 인해 주민들이 각종 암과 질환을 앓게 됐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됐다. 7년이 걸린 조사 끝에 사실이 드러났지만, 듀폰사는 피해배상을 거절한다. 결국 롭 빌럿은 3500명이 넘는 사람들 개개인의 단체 소송을 맡아서 진행하게 됐다. 롭 빌럿이 재판을 시작하고부터 20년 만인 지난 2017년, 듀폰이 총 8000억 원의 보상금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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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크 워터스' 스틸컷


이 20년이라는 시간, 롭 빌럿은 자녀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4번 넘게 감봉되며 가장으로서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도 해치게 됐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롭 빌럿은 거대 기업에 맞서 사실을 폭로하고 재판을 이끌며 수천명의 사람들을 살렸다.

롭 빌럿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는 홀로 신념을 지키는 그 힘든 과정을 오롯이 연기해냈다. 마크 러팔로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실화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그 감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했다. 실제 환경운동가로 일하고 있는 마크 러팔로의 진심이 담겼다.

롭 빌럿의 아내 사라 역할을 맡은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좋다. 그녀는 남편이 20년간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모습을 무심히 표현해냈다. 특히 모든 일을 홀로 처리하던 사라가 처음으로 가정일을 걱정하는 남편에게 화내는 모습과 건강을 잃고 쓰러진 남편을 걱정하는 진심 어린 모습은 영화에 현실성을 더하며 감동을 전했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 그런데 정의가 승리하는 것은 참 힘들다는 것이 느껴진다. 영화를 본 후 마음이 불편하다. 찝찝한 마음에 PFOA라는 물질에 대해 찾아보면, 이 물질이 여전히 일상에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쓰는 프라이팬도 혹시, 하는 마음에 직접 찾아보게 되고 코팅이 안된 (비싼) 주물팬을 찾아보게 된다. 또한 듀폰사의 PFOA 사건은 가까이 있는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 현재 진행형인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쉽게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는 걱정거리를 더 늘리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환경에 대해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꼭 관심 가지고 알아야 한다는 울림을 준다.

3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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