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 韓영화들, 숨 죽이고 있지만 그래도 간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3.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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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연기한 '결백' '침입자' '콜' '사냥의 시간' 포스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007' 시리즈 제작,배급사 MGM은 공식 SNS 등을 통해 '노 타임 투 다이' 개봉을 11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한국에선 4월 8일, 북미에선 4월 10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극장이 문을 닫고 한국, 일본 등이 악영향을 받고 있자 결국 개봉일을 7개월 뒤인 11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들도 개봉을 속속 연기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은 2월 극장가에 이어 3월과 4월에도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2월 말부터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했다.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3월 5일로 예정됐던 '결백', 3월 12일 개봉이던 '침입자', '후쿠오카' 등이 모두 개봉을 뒤로 미뤘다. 3월로 예정 됐던 '콜'도 개봉을 연기했고 전환상영 예정이던 '기생충 : 흑백판'의 상영도 미뤄졌다. '나는 보리', '나는 촛불', '교회오빠',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등 작은 영화들의 개봉도 연기됐다. 디즈니 '뮬란', 르네 젤위거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주디' 등 주요 외화들과 애니메이션도 줄줄이 개봉 연기 소식을 전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극장으로 발길을 끊은 가운데, 박스오피스 평일 기준 일일 관객수가 5만 명대로 쪼그라들었다.

개봉을 연기한 한국영화들 중 '사냥의 시간'과 '결백' '침입자' 등은 3~4월 개봉을 검토 중이다. 이미 마케팅 비용 상당수를 소진한 데다 3월 25일 개봉 예정이었던 '뮬란'이 개봉을 연기했기에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고 신중하게 개봉 날짜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개봉을 연기한 영화들 외에 4월 개봉을 검토하던 영화들을 줄줄이 도미노로 개봉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4월 개봉을 고려하던 성동일 하지원 주연 영화 '담보'는 개봉 일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CJ ENM으로선 '담보' 개봉을 연기하면 5~6월 개봉 예정이었던 이제훈 주연 영화 '도굴'도 변경이 예상된다.

칸국제영화제 출품 및 초청 여부에 따라 5~6월 개봉을 검토하던 한국영화들 상당수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행사 연기를 결정하면서 5월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칸국제영화제도 정상 진행이 가능한지 지켜봐야 한다. 때문에 칸영화제 일정을 고려했던 한국영화 개봉 일정도 변수가 한층 커졌다.

디즈니는 3월에서 4월로 연기한 애니메이션 '온워드'와 4월말 개봉 계획인 '블랙 위도우'는 예정대로 개봉을 진행할 것 같다. '뮬란'은 올해 매월 개봉 일정이 있는 디즈니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6월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극장이 폐쇄된 만큼, 중국 시장을 겨냥한 '뮬란'은 중국에서 다시 극장 영업을 재개하는 시점과 한국 개봉 일정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코로나19 여파가 가라앉으면 본격적으로 개봉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여름 성수기 시장. 올여름 극장 성수기에는 '반도' '영웅' '모가디슈' '승리호' '서복' 등등 쟁쟁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 개봉이 예정됐다. 올 여름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로 각 학교들 개학이 일제히 미뤄진 만큼 여름방학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예년보다 시장 규모도 같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200억원대 이상 영화들이 연이어 맞붙는다면 자칫 공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각 투자배급사들은 올여름 개봉작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올 여름 개봉을 확정한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 뿐이다.

하반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는 않다. 지난해 화제작들을 쏟아냈던 디즈니 라인업이 올해는 상대적으로 약한 가운데 상반기에서 밀린 한국영화들이 상황을 지켜보며 대거 개봉을 고려할 게 불 듯 뻔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져 손익분기점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내년으로 개봉을 아예 연기하는 영화들도 속출할 것 같다.

암울한 전망이 많지만 그래도 상반기 촬영을 계획한 영화들을 속속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빈 주연 '교섭'은 코로나19로 요르단이 한국인 입국 금지를 선언해 촬영 계획에 차질을 빚었지만 한국 촬영 분량부터 먼저 찍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3월말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 새롭게 캐스팅을 속속 진행 중인 '해적2', 유연석 주연의 한불 합작영화 '고요한 아침' 등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촬영 일정을 속속 잡고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해외 촬영 일정이 있는 영화들은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제작은 차질없이 진행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야외 공공장소 촬영 허가가 쉽지 않기에 제작에 돌입하는 영화들과 현재 촬영 중인 영화들은 세트 촬영을 우선하고 있다. 부산 등 세트 촬영 장소가 한정됐기에 일정 조율이 변수이기는 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한국영화들이 그래도 활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관계 당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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