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일본 개봉 韓영화 흥행 1위 "韓日 관계 회복되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2.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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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생충'으로 한일 관계과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사진=뉴스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제치고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배급사 비타즈 엔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0일 '패러사이트: 반지하 가족'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22일까지 누적 관객 220만명을 기록했다. 티켓 판매 수입은 30억엔(약 325억원)을 넘어서 2005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세운 역대 한국영화 일본 흥행 1위 기록(30억엔)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당초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했다가 입소문으로 차츰 순위가 오르더니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소식이 알려지자 1위로 껑충 뛰었다. 영화 개봉할 때 SNS에서 셀럽 마케팅을 실시하는 일본에선 '기생충'과 관련해 유명감독, 배우, 만화가 등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최측이 150여 좌석을 준비했지만 200여명이 몰려 일부 기자는 바닥에 앉아 취재하기도 했다는 후문.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관객이 수상 전부터 영화를 보고 뜨겁게 반응해 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라며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내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며 "전 세계가 양극화로 고통을 겪고 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물론 난 비관주의자는 아니지만 모두의 불안과 두려움을 '기생충'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공생을 다룬 영화다. 제목은 '기생충'이지만 어떻게 사람이 사는 것이 좋은가를 그려 전 세계가 공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영화가 일본에서도 많이 소개됐는데 그 후로는 교류가 적어졌다"며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기생충을 계기로 서로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는 2000년대 초반의 모습이 돌아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도 "일본 영화계는 오랜 전통이 있고 거장이 많다. 일본 필름 메이커들의 폭넓은 세계를 항상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 '괴물' 상황과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질문에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 소동을 다뤘다. 문제는 우리가 만드는 공포가 더 크다.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면서 국가적, 인종적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 조만간 슬기로움을 찾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이 같은 기자회견은 일본 주요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마이니치, 도쿄, 아사히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24일 '기생충' 기자회견에 지면을 할애했다. 아사히는 송강호가 '기생충'을 계기로 양국이 서로 성원해 주는 시기로 돌아가면 기쁘겠다고 말한 사실을 주목해 보도했다.

한편 한국영화는 2000년대 중반 한류 붐으로 일본에서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30억엔, '외출'이 27억 5000만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2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외교 갈등 등으로 한류 붐이 꺾이면서 '택시운전사' '부산행' 등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일본에서 별다른 흥행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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