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기처럼 우직하게"..'스토브리그' 하도권의 꿈[★FULL인터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0.02.23 09:00 / 조회 : 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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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권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하도권(43·김용구)이 안방극장에 시원한 강속구를 꽂아넣었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에서 드림즈 에이스 투수 '강두기'로 분한 그는 확실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림즈는 꿈이잖아요. 아주 달콤한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스토브리그'가 지난 14일 16회(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9.1%)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스토브리그'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드라마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난 그는 "'스토브리그'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한겨울에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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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에이스 투수 강두기를 연기한 하도권 /사진='스토브리그' 방송 화면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하도권은 극 중 국가대표 1선발급 투수로, 바이킹스에서 드림즈로 트레이드돼 고향팀에 돌아온 강두기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인터뷰하자는 기자 분들 연락 오시는 걸 보면 제일 많이 실감합니다. 하하."

강두기는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군림한 인물. 배우로서 무명 생활이 길었던 하도권은 그런 강두기를 연기하면서 "힐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강두기 선수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응원하는 팀에 이런 선수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판타지한 인물이었어요.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잖아요. 불평하지 않고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그러면서 또 최고의 에이스로서 잘 해내는…힘이 많이 되더라고요. 강두기한테 위로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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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권 /사진=이동훈 기자


하도권은 힘차게 강속구를 뿌리는 강두기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프로야구 선수의 투구 폼을 참고하며 연습하는 열정을 보였다. 팔꿈치 통증까지 참아가며 훈련에 임했다. "운동선수를 연기하는데 그 종목에 익숙하지 않으면 정당성이 안 생기니까요." 야구를 해본 경험은 없었지만, 훈련하면서 연예인 야구 리그에서 실제 경기를 뛸 정도로 애착도 생겼다.

"작가님이 특별히 롤모델을 제시해주지는 않았지만, 백넘버 54번 양현종 선수를 굉장히 관심 있게 보며 연습했어요. 고인이 되신 최동원 감독님 생각도 많이 나더라고요. 양현종 선수는 경기 영상을 통해서만 봤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락이 닿아서 곧 뵐 것 같아요. 원래 양현종 선수가 착용하는 선글라스로 강두기 콘셉트를 잡으려고 했었거든요. 양현종 선수에게 '너무 팬이다.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너무 영광이었죠."

무뚝뚝하고 강직한 강두기를 연기한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남자답고 마초스러운 면은 비슷하지만 강두기보단 좀 더 여리고, 섬세한 것 같다"며 웃었다. "연기하면서 다 느끼고 있지만 과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고요."

극 중반까지 갈등 관계를 그렸던 배우 조한선(임동규 역)과도 실제론 친한 사이라고 했다. "친한데 친하다고 얘기 못하다가, 신인 시절 친했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굉장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동료들끼리 실제 선수들처럼 너무 가까워지고 친해져서 헤어지는 게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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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권 /사진=이동훈 기자


사실 '스토브리그'가 시작하기 전까지 하도권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2004년 '미녀와 야수'를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원래 성악가가 꿈이었지만 무대에서 외국어로 노래는 한다는 게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뮤지컬로 전향을 하면 내 정서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죠."

2014년 '아가씨와 건달들'을 끝으로 무대 연기를 접고, 매체 연기에 도전하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6년 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일이 없어 3년이란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이후 '사임당-빛의 일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황후의 품격', '의사 요한' 등에 출연했지만, 상대적으로 역할 비중이 작았다.

"뮤지컬에서 매체로 넘어오면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퇴로는 없다'는 각오였어요. 어떻게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죠. 그런데 그 확신이 점점 흔들리더라고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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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권 /사진=이동훈 기자


하도권은 힘든 시기에 '스토브리그'를 만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스토브리그' 출연 이후 달라진 입지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소속사가 없던 그에게 여러 엔터테인먼트사가 러브콜을 보냈고, 차기작 제의도 곧바로 들어왔다. "꿈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스토브리그'는 저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이에요."

주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는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음악을 해서 그런지 내면에 섬세하고 여린 부분이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소박한 삶과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새로운 발걸음을 뗀 그의 목표는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그는 촬영 중간 주위로부터 '강두기를 보며 힘과 위로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저 제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것을 감사함으로 받으니까…역으로 제가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강두기'라는 옷을 입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강두기처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힘이 될 수 있는 연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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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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