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양경원 "건축설계과→회사원→배우 확신했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0.02.21 08:50 / 조회 : 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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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경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후라이 까지 말라우."

손예진을 쥐잡듯이 잡으려는 저 북한 동무는 누굴까.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연기파 배우 양경원(38)의 강렬한 첫 인상이었다. 안방극장에선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였던 이 배우는 사실 연극에서 잔뼈가 굵다.

2010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양경원은 뮤지컬 '조로',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유도소년', '나와 할아버지', '뜨거운 여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했다. 그 이전엔 국민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출신으로 회사원인 이력도 있다. 그러다 우연히 뒤늦게 극단에 들어섰고 '사랑의 불시착'이란 레전드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남기게 됐다.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지난 16일 시청률 21.7%로 tv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했다.

양경원은 극중 북한 민경대대 5중대 특무상사 표치수 역을 맡았다. 표치수는 거친 인상과 성격을 가졌지만 속정이 있는 인물. 박광범(이신영 분), 김주먹(유수빈 분), 금은동(탕준상 분)과 함께 리정혁을 따르는 5중대원으로 활약했다. 또 윤세리와 앙숙처럼 지냈지만 점차 깊은 우정을 쌓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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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경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캐주얼한 양경원이 생소하다. 의외로 실물파인 것 같다.

▶어떤 분은 화면이 낫다 하시고 어떤 분은 실물이 낫다 하시는데 거기서 거기다.(웃음)

-요즘 인터뷰 자리가 많을 텐데 매니저 없이 직접 스케줄을 관리하기 힘들지 않나.

▶어제 온 메시지를 오늘 출근길에 봤을 정도로 연락이 많이 온다. 인터뷰가 하루에 3, 4건씩 들어오고 작품 출연 제안이 1, 2건씩 들어온다. 매니저 없이 다니고 있는데 '사랑의 불시착'을 하면서도 5중대원 친구들의 매니저분들이 내 스케줄을 같이 챙겨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요즘엔 엑셀로 스케줄을 정리하며 시간 조율을 하고 인터뷰를 다니고 있다. 지금 시기가 좀 바쁜 거라 생각한다.

-'사랑의 불시착'과 표치수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너무나 감사하다. 표치수를 연기할 수 있게 된 환경에 감사하다. 작가님, 감독님께서 나한테 모험을 해주셨다. 표치수란 인물을 만드는 데 북한 자문 선생님과 중대원들, 세리, 정혁씨가 있어서 가능했고 너무 고맙다. 촬영이 끝나고 요즘엔 인터뷰가 있어서 스케줄도 정리하느라 4시간밖에 못잔다. 그래도 인터뷰가 너무 재미있고 나 자신을 정리하는 기분이다. 양경원이란 사람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었고 진심으로 힘이 됐다. 한 번도 내 이름을 검색하지 않은 날도 많았는데 요즘엔 검색을 하면서 긍정적인 관심이 많아 기분이 좋다.

-손예진, 현빈과 처음 만나기도 했다.

▶세리(손예진)는 세리로서, 정혁(현빈)은 정혁대로 완벽히 있어줘서 케미 맞추는 어려움은 없었다. 상대 배역을 너무 잘 만난 것 같고 감사드린다. 손예진 씨와 연기를 한다는 게 신기했다. 연기할 때 너무 집중이 잘 되고 편했는데 그게 손예진 씨의 내공 덕이었던 것 같다. 현빈 씨는 남자가 봐도 정말 멋있었다. 왜 이렇게 멋있을까 싶을 정도로 외모도 멋있는데 성격도 좋으셨다. 불편하지 않게끔 서먹하지 않게끔 장난도 쳐주는 얌전한 개구쟁이셨다. 연기할 때도 배려를 되게 많이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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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경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5중대 대원으로 분한 이신영, 유수빈, 탕준상과의 케미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먹이(유수빈)는 되게 사랑스럽다. 딱 중간에서 그 역할을 굉장히 잘 해줬다. 말도 잘하고 장난도 귀엽게 쳤다. 주먹이 신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배웠다. 광범이(이신영)는 캐릭터와 정말 다르다. '형 형' 하면서 톤이 올라가는데 털털한 매력이 있다. 나를 잘 따라주고 연기 얘기도 많이 했다. 은동이는 정말 막둥이인데 매일 뛰어와서 안기고 영상통화하며 형을 잘 챙겼다. 나와 22살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연기할 때는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느껴졌다. 귀여움과 상남자가 보이고 가능성이 기대된다.

-'사랑의 불시착'의 재미 중 5중대의 몫도 컸다.

▶중간중간 흐름에서 대중의 반응이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감사했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니까 정혁과 세리 이야기 중심으로 가면서도 우리는 사이드 메뉴로서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것 같다.

-표치수의 캐릭터가 센 캐릭터였지만 반면에 잔정이 많았다. 여러 유행어도 만들지 않았나.

▶'에미나이, 후라이 까지 말라우'란 대사가 많은 대화 속에서 표치수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아내가 모니터링을 굉장히 디테일하고 신랄하게 해줬고 표치수의 방향을 잘 잡아줬다. 내 주위에 조력자가 많았다. 현장에서 소견도 많이 주셔서 도움이 됐고 감사하다.

-함경도 북한 사투리가 큰 숙제였을 텐데.

▶예전에 연극 '로기수'에서 1인 다역을 하면서 인민군을 연기한 적이 있다. 그때 백경윤 선생님께 북한 사투리를 배웠는데 '사랑의 불시착'을 하면서 또 만나게 됐다. 북한에 대해 궁금한 점은 백경윤 선생님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 탈북자분들의 이야기에 대한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는데 다큐를 많이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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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경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북한 비밀 요원으로 카메오 출연한 김수현과도 호흡했다.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다. 우리에겐 대스타셨는데 보자마자 인사도 반갑게 해주시고 사진도 찍자고 해주셨고 딱 극 중의 그 인물로 현장에서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랑의 불시착'이 두 번째 드라마다. 전 드라마는 '아스달 연대기'에서 터대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전까지 단역만 하다가 배역을 받고 장기 출연을 했던 작품이다. 9회 때 자결을 했지만 '아스달 연대기' 인연이 아직도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다. 시즌2도 잘 됐으면 좋겠다. 연극과 드라마의 연기 근간은 같다. 차이점은 이걸 내가 표현할 때의 방법, 양식이 다른 것 같다. 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도 있고 점차 내 연기에 대한 확신도 생긴다.

-알고 보니 국민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출신에서 탭댄스를 배우다가 연기로 전직했다.

▶대학교 때 설계 과제 중에 자유 과제로 탭댄스를 주제로 자료를 찾으며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그러다가 회사 다니면서 예전의 내 호기심이 발동해서 주말마다 탭을 배우러 다녔다. 뮤지컬 트레이닝도 하던 곳이었는데 더 재미를 느끼고 매일 퇴근하고서 다니다가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 건축 관련 회사에서는 2년 반 일 해봤는데 계속 연기가 눈에 밟혔다. 나중에 못하면 아쉬울 것 같아서 사표를 내고 빨리 연기에 도전해보고 맞는 길인지 판단하려고 했다. 다행히 이 길 말고 달리 해보고 싶은 길은 없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항상 정답이 없는 것을 해내왔다. 표치수가 사랑받은 상황은 내가 열심히만 해서 된 것은 아니었겠다.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거미줄처럼 잘 엮여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음 캐릭터가 세상에 잘 태어나고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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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경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내가 뮤지컬배우 천은성이다.

▶2012년에 처음 만났다. 이후에 만날 일이 없었는데 결혼 생각 없던 내가 5년 만에 '결혼은 저런 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하고 만났다. 아내는 가족을 너무나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표현도 풍부했다. 밝은 기운을 갖고 있었고 맺고 끊음이 확실했다. 반대의 성향에 끌렸다. 아내가 필라테스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어서 나에게도 가르쳐줬는데 아내는 허투루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표치수의 유쾌한 여운이 있어서 예능 러브콜도 많겠다.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다.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을 엊그제 녹화했는데 아내가 김수미 선배님을 존경하고 작품을 같이 했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한 오만석, 장소연 씨와 함께 출연해서 북한 음식도 나눠 먹고 재미있게 녹화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사랑의 불시착' 모든 배우, 스태프 관계자들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시청자들께 너무 감사하다. 잘 만든 작품은 많지만 사랑받는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기적 같은 일을 느끼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 분 한 분의 관심이 저희에게 기적이 됐다. 표치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하다. 나도 나름의 의무감을 갖고 또 다른 즐거움과 좋은 영향력을 끼쳐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잘 살라우.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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