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장석 딜레마에 갇히다 "옥중경영, 완벽 차단 어려워" [★이슈]

야구회관(도곡동)=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2.20 06:17 / 조회 :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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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 /사진=뉴스1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장석 딜레마'에 빠졌다. 이른바 '옥중경영'을 막아야 하는데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

KBO는 지난 2018년 11월 16일, 당시 히어로즈의 대표이사였던 이장석에게 영구실격 처분을 내렸다. 서울지방법원이 이 전 대표에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것이 근거였다.

이 때 KBO는 이 전 대표에 대해 "현 시점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KBO리그에 관계자로 참여할 수 없으며, KBO 리그에 더 이상 복권이 불가능하다. KBO는 향후 히어로즈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구단은 물론 임직원까지 강력 제재할 방침"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난 2019년 10월, 투옥 중인 이 전 대표가 구단 경영에 개입한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언론 제보를 받은 KBO는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법조인, 전직 경찰,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약 3개월 동안 활동했다.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KBO는 다음 주 중 상벌위원회를 열고 마침표를 찍을 계획이다.

하지만 KBO가 공언한 '강력 제재'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KBO 관계자도 "솔직히 옥중경영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징계 수위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처벌 수위가 높아도 낮아도 KBO가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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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회관 내 10개 구단 소개판. /사진=한동훈 기자
이장석 전 대표는 이미 KBO가 퇴출한 인물이다. 징계나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KBO는 이 전 대표의 뜻대로 움직인 히어로즈 구단 임직원을 조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끊임없이 누군가로 대체 가능하다.

처벌 기준 또한 애매하다. 선수나 구단이 규칙을 어겼을 때 적용되는 벌칙내규와 같은 근거가 갖춰져 있지 않다. 전례가 없는 일이니 당연하다. 이런 경우에 대비한 KBO 규약 부칙 제 1조는 총재의 권한에 따라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해 놓았다.

게다가 '옥중경영'은 KBO 규약 위반일 뿐 범죄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히어로즈 구단주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자칫 KBO가 남의 회사 운영에 간섭하는 꼴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일단, 히어로즈에 제기된 의혹을 샅샅이 규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KBO는 수사 기관이 아니다. 검찰처럼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정법을 어긴 사실이라도 밝혀냈다면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 물론 이 역시 애초에 제한된 수사력으로 증명해내긴 어렵다.

KBO는 이 전 대표를 영구실격하면서 히어로즈 구단에 '이장석 전 대표의 직간접적(대리인 포함) 경영 참여 방지책'을 제출하도록 했다. 히어로즈가 이를 명확히 준수했는지도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여러 어려움에도 이 전 대표를 야구계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명분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이 전 대표는 횡령과 배임 혐의 이전에도 미신고 혹은 축소된 현금트레이드를 비밀리에 자행하며 리그 질서를 어지럽혔다. KBO의 결정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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