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이라니..'기생충' 영광에 올린, 황당한 숟가락 [★FOCUS]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2.18 17:27 / 조회 :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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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생충' 포스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영광에 뜬금없는 숟가락이 올라왔다. 어이없는 해프닝이라고 넘기기에는 괜히 기분 나쁜 '표절' 주장에 대중이 들끓고 있다.

지난 17일 인도 매체 인디아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인도 영화 제작자 PL 테나판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자신의 영화를 표절했다고 주장 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PL 테나판은 '기생충'이 자신이 제작한 1999년 작품인 '민사라 칸나'(Minsara Kanna, 감독 KS 라비쿠마르)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생충'이 우리 영화 플롯을 가져갔다. 우리 영화가 '기생충'에 영감을 줬다"라며 "국제변호사를 선임해 고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장면이나 내용이 '기생충'과 비슷한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민사라 칸나'를 연출한 라비쿠마르 감독은 "이 논쟁이 영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가져올 것"이라며 "아직 영화를 못 봤지만 '민사라 칸나'가 영감을 준 '기생충'이 오스카를 수상해서 기쁘다. 표절에 관련된 소송은 제작자에게 달려있다"라고 밝혔다.

감독은 보지도 않고, 제작자가 "플롯을 훔쳐갔다"라고 주장하는 이러한 황당한 상황을 그저 웃고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찝찝하다. '기생충'이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기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가 오스카를 휩쓸고 난 뒤 가장 주목받는 시기에 근거 없는 주장이 나온 것에 '노이즈 마케팅',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 관객과 평론가들도 '민사라 칸나' 측의 '기생충' 표절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인도 매체는 "'기생충'은 계급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적 차별을 담은 블랙 코미디로, 플롯은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매우 다르다. 영화의 내용과 미학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어이없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민사라 칸나'를 찾아봤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고, 갑자기 주인공들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는 전형적인 '발리우드'(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논리도 없는 주장이지만, '기생충'의 화제성과 더불어 표절 주장도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으니 제작사로서는 더없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영광스러운 순간에 올린 인도 한 제작자의 숟가락이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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