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반응 식지 말고 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부재의 기억'이 전한 바람 [종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2.18 11:45 / 조회 :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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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미나, 오현주, 이승준 감독,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한경수PD. '부재의 기억'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처음으로 노미네이트돼 이승준 감독과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2학년 8반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와 2학년 5반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 감병석 프로듀서 등이 레드카펫에 올랐다. 두 어머니는 이날 시상식에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아이들의 명찰을 매고 레드카펫에 섰다./사진=김휘선 기자


"반응이 식지 말고 이 기회를 통해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팀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과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냈다.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부재의 기억' 그 못다 한 이야기 귀국보고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그날에 있어야 할 국가의 존재에 대해 묻는 29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다.

지난 10일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2학년 8반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와 2학년 5반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 감병석 프로듀서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두 어머니는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아들들의 명찰을 목에 걸고 레드카펫에 같이 섰다.

비록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부재의 기억'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세계 언론에 알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승준 감독과 오현주씨, 김미나씨,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한경수PD 등이 참석했다. 기자간담회에는 3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해 '부재의 기억' 팀의 이야기들을 듣고 물었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는 룰이 엄격하더라. 4번의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게 정해져있다. 더 하게 되면 룰 위반이라 패널티를 받는다"면서 "25일부터 시작해 28일 LA 공식 상영회 등을 가졌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공감하고 분노해야 할 지점에서 분노하고, 자기네 나들에서도 그런 사고와 재난이 있을 때 국가가 기능 못한 경험 등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감독은 "상영회 이후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자기가 아카데미 회원인데 이 작품에 보팅할 것이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도 자기도 아카데미 회원인데 노미네이션 보팅할 때 자기 작품이 아니라 '부재의 기억'에 보팅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뉴욕타임즈, 가디언, 인디와이어 등 현지 언론에 훌륭한 작품이라는 기사들이 실렸다. 인디와이어에는 최악의 작품부터 최고의 작품까지 나열했는데 '부재의 기억'이 최고라고 하는 기사도 실렸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감독은 "현지에서 상영회를 할 때 가장 먼저 반응이 터져 나온 부분은 선장이 제일 먼저 나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웅성웅성 하다가 그 부분에서 반응이 폭발하더라. 청와대에서 영상을 자꾸 달라고 했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승준 감독은 "그런데 상은 다르더라. 뉴욕타임즈는 '부재의 기억'이 최고라고 했는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더라. 칭찬을 막 하고 미안한데 상은 못 주겠다는 희한한 반응,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경험이 굉장히 훌륭했다. 저희 초심은 해외에 나가서 많이 알리는 것이었다"면서 "그런 약속을 했고. 유가족 분들과 해피엔딩은 현실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이런 관심이 식지 말고 이 작품을 통해서 세월호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주씨는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부재의 기억' 간담회에서 늘 그랬듯이 별이 된 우리 아이들과 고 김관홍 잠수사, '부재의 기억'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신 고 박종필 감독님에게 묵념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오현주씨의 제안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두는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오현주씨는 "뉴욕 상영회 때 영화를 같이 보고 응원해준 분들이 계시다. 뉴욕 맨해튼에서 한달에 한번씩 집회를 하시는 교민들이다. 이번에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소식으로)지나가던 미국 사람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접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오현주씨는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간절하게 바랐던 것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해외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이 이번에 목걸이, 나비, 손편지 등으로 응원해줬는데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전 세계 아이들은 반드시 안전하게 차별받지 말고 적절하게 교육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6년간 진실을 밝히도록 싸워왔는데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부분적으로나 현실이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노력에 조그만 결실을 맺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김미나씨는 "원래 우리 둘이 레드카펫에 오르는 건 예정이 없었다. 감독님과 PD님 와이프들이 양보를 해준 것이었다. 그래서 원래 가져간 옷은 평범한 정장이었다. 그걸 보고 교민분들이 남의 잔치에 이렇게 입으면 안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당당한 옷이어야 한다면서 드레스도 빌려주고 화장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으로 들어갔다. 제 마음은 거기에 없었다. 건우를 비롯한 300여 아이들이 같이 갔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사람들을 보니깐 너무 설레더라.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과 당당한 사진을 찍어서 너무 좋았다. 그게 가장 가장 행복했다"고 전했다.

장훈 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다. 그런데 독립 다큐멘터리PD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리려 열심히 노력해서 이런 결과를 냈다. 오늘만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알리려 노력한 PD분들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고 다녀온 모든 일들에 대해 "처음 소감을 물어봤을 때 되게 다행이라고 했다. 그 생각이 지금도 똑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나고보니 상은 못 받았지만 정말 잘 됐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고, 유가족협의회분들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고, 노미네이트된 것도 다행이었다. 현지에서 좋은 반응도 다행이었고 전부 다 참 다행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 다행이 더 많은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부재의 기억'팀은 공동체 상영과 유튜브 공개 외에 극장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관객에 소개할 수 있는 계획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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