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협찬 아닌 오스카 맞춤 드레스 진짜 속사정

[김미화의 ★탐구생활]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2.14 08:28 / 조회 :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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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기뻐하는 '기생충' 팀 / 사진=AFPBBNews뉴스1


명품 아닌 맞춤, 조여정 오스카 드레스 이모저모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 미국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을 탈 때마다 들을 수 있었던 봉준호 감독의 멋진 소감, 그리고 마지막 작품상 수상 후 무대에 올라간 '기생충'팀의 모습은 한국 관객에 큰 감동을 안겼다.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최고라고 인정받고 들어 올린 값진 트로피였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나라를 대표해서" 각본을 쓰거나, 영화를 찍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만든 건 사실이다.

무대에 오른 '기생충' 배우들의 모습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오른 남자배우들은 물론, 각각의 매력을 살린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배우 조여정의 드레스에 관심이 쏠렸다. 위쪽은 스킨톤이며 아래쪽은 블랙인 컬러블록 드레스는, 검은색 일색의 턱시도 속에서 세련되고 단아한 조여정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드레스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는 각각 다르다. 화려함보다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택한 덕분에, 조여정의 얼굴이 더 빛나 보였다. 일부에서는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들 속에서 너무 심플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 디자이너의 의상이라 의미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직접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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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생충' 작품상 수상 후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AFPBBNews뉴스1


취재에 따르면 조여정이 입은 드레스는 알려진 것처럼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아보아보에서 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보아보에서 모든 것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정확하게는 조여정 소속사 스타일리스트가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해서 제작한 맞춤 옷이다.

조여정의 소속사 스타일리스트 고민정 이사는 그녀와 10여년 간 호흡을 맞췄다. 그렇기에 조여정의 장점과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명품 드레스보다, 조여정의 몸에 딱 맞는 드레스가 더 조여정을 빛나게 해주는 것을 알기에,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청룡영화제, 골든글로브 시상식,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모두 제작한 드레스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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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서도 맞춤 드레스를 입었던 조여정 / 사진=AFPBBNews뉴스1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정 이사가 아보아보에 제작을 의뢰했고, 아보아보의 한아름 한보름 자매가 이를 디자인해 의상을 제작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인 조언을 하고 그렇게 협업을 통해 조여정이 입는 드레스를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조여정은 여러 시상식에 참석할 때마다 명품업체에서 협찬을 받은 드레스를 입는 대신, 자신에게 맞게 제작한 한 벌의 드레스를 입는다.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라 가능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여정이 입은 드레스는 드라마 '99억의 여자' 촬영 일정, 설 연휴 등이 겹치며 참석 확정부터 드레스 제작까지 약 일주일 정도 걸려 만들었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조여정에게 가장 어울리는 완벽한 핏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조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였던 일명 '쪽진머리' 헤어스타일도 이유가 있다. 일부의 추측처럼 일부러 한국의 미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매니저 혹은 스타일리스트 없이 홀로 비행기를 탔다.

스타일리스트가 챙긴 의상을 배우가 직접 들고 갔고, 시상식 현장에 있던 메이크업·헤어스타일리스트가 모든 배우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평소 손발을 맞추던 스태프가 아니었고, 여러 명을 담당했기에 평소에 가장 자주 하는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했다. 조여정은 평소 작은 얼굴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심플하게 묶는 헤어스타일을 자주 했었고 이번에도 그 헤어스타일로 오스카 무대에 오른 것이다. 가장 영광스럽고 빛나는 순간이었지만, 무대 뒤에서 배우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헤어와 얼굴을 맡겼고 그렇게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긴급하게 진행된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 드레스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여정만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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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 / 사진=뉴스1


다른 배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 한국에서 LA로 간 것과 달리, 조여정은 하와이에서 화보를 촬영하다가 바로 LA로 갔다. 당초 '기생충'팀은 오스카 시상식 다음날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시상식 이틀 전 시간을 바꿔서 시상식 당일 날 행사가 끝난 직후에 하기로 결정했다.

조여정은 하와이로 출국할 때 오스카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드레스까지 미리 준비했기에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홀로 부랴부랴 갈아입었다.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준 드레스를 그대로 에코백에 넣어간 조여정은 시상식이 끝나고 기자간담회까지 10여 분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혼자 정신없이 드레스를 갈아입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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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 조여정은 준비한 의상을 홀로 갈아입고 나왔다. 오른쪽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모습 / 사진=뉴스1


그렇기에 조여정이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찍힌 사진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 머리카락이 한 가닥 삐져나와 있다. 언뜻 보면 잘 모를 수 있는 한 가닥 머리카락이지만, 조여정의 스타일리스트는 사진 속 그 머리카락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정돈되지 않은 그 삐져나온 머리카락에는 짧은 시간 동안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 취재진 앞에 선 조여정의 노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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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생충' 작품상 호명 후 나가는 배우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박수를 치며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사진=AFPBBNews뉴스1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장식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화려함은 드레스의 장식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드레스가 심플하다고, 배우가 수수해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여정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장 조여정에게 어울리는, 또 조여정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을 입고 자랑스럽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올랐다. 조여정의 자신감과 태도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결코 못지 않았다. 당당하게 환호하는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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