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 올해 2군 도입, 뭐가 달라지고 좋아질까 [★분석]

김동영 기자 / 입력 : 2020.02.13 17:23 / 조회 : 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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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왼쪽) 두산 감독이 경기 도중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OSEN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utomated ball-strike system), 일명 '로봇심판' 도입에 나섰다. 시범운영 대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 이르면 올해 퓨처스(2군)리그 후반기 일부 경기에서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은 제로베이스, 준비 단계다. 그러나 야구의 기본을 뒤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라 미리 생각해볼 문제들도 있다.


◇ 왜 도입하나

어느 스포츠나 오심은 존재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있다. 판정을 심판이 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 야구도 마찬가지다. 심판 판정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심판마다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연스럽게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런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로봇심판이라 할 수 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1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작년부터 심판 평가 시스템을 바꾸는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로봇심판 도입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공정성이다. 특히 요즘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심판이 잘 보고 못 보고 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판정을 팬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빨리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데이터 업체가 많다. PTS(투구추적시스템), 트랙맨, 호크아이 등의 시스템이 있다. 입찰을 통해 좋은 제안을 받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빨리 도입하고, 문제가 있으면 또 다른 시스템을 찾아볼 것이다. 아직 어떤 시스템을 쓸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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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공식야구규칙에 정의된 스트라이크 존.



◇ 무엇이 좋은가

가장 먼저 '정확성'이다. 야구규칙 '용어의 정의' 73항은 스트라이크 존을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한다.

기존 심판들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규칙상의 존보다 넓기도, 좁기도 하다. 경기 초반 투수와 포수가 그 날 심판의 존을 일찍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다. 로봇심판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딱 규칙에 정해진 존에 들어오는 공만 스트라이크다.

다음은 '일관성'이다. 지금은 경기 초반과 후반 스트라이크 존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경기 내내 볼로 판정되던 투구가 막판에는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기도 했다. 그 반대도 있었다. 3시간가량 진행되는 경기인 데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집중력이 흔들릴 수 있다. 기계는 그런 것이 없다. 경기 내내 일관된 판정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결국 KBO가 강조한 '공정성'이다. 1회부터 9회까지, 양 팀 모두에 똑같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나온다. 판정에 대한 이견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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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대회에 설치된 트랙맨 시스템. /AFPBBNews=뉴스1



◇ 좋기만 할까

미리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라이크 존의 상부와 하부의 판정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투수 시점에서 정면에 보이는 사각형이 전부가 아니다. 존 앞부분이 있고, 뒷부분이 있다. 육면체 박스 형태다. 즉, 2D가 아니라 3D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크 존 앞부분을 살짝 스치면서 떨어져 포수가 미트를 밑으로 내려 잡아야 하는 낮은 변화구라면 어떻게 될까. 높은 공도 있다. 스트라이크 존 뒤편을 스쳐 들어오는 높은 커브를 예로 들 수 있다. 예전이라면 누가 봐도 볼인 것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될 수 있다. 존을 스쳤기 때문이다. 규정상 스트라이크는 맞겠지만, 이는 타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존 상부의 경우 타자들의 신장 차이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키 170cm인 선수도 있고, 190cm인 선수도 있다. 타격 준비자세도 다 다르다.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도 다르다. 레이더 기반(트랙맨)이든 카메라 기반(호크아이, PTS)이든 이 부분을 정확히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제대회도 있다. KBO리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 등을 거치면서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에 변화를 줬다. 정확히는 넓혔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셈이다. 하지만 로봇이 규칙대로 판정한다면 다시 변한다. 또 한 번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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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경기장에 호크아이 시스템을 설치 중인 스태프의 모습. /AFPBBNews=뉴스1



◇ 초반 혼란 최소화해야

미국 메이저리그가 도입하고, KBO도 의지가 있다. 로봇심판이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언제가 됐든, 도입됐을 때 초반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로봇심판 시대가 되면 투수나 타자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기존 정보가 리셋된다. 다시 구축해야 한다.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에서 로봇심판을 도입했는데, 볼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하는 선수도 나왔다.

투수들의 경우 더 정교한 제구가 필요할 수 있다. 로봇심판이 판정을 하면 '스트라이크를 줘도 되고, 볼을 줘도 되는' 공은 없어진다.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 볼은 볼이다. 보더라인 피치를 선호한다면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포수들은 프레이밍(미트를 움직여 볼을 스트라이크로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 없어진다. 현재 야구에서 프레이밍은 포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됐지만, 굳이 '미트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견제와 블로킹을 비롯한 다른 부분에 역량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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