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변신' 이동현 위원 "LG 편파요? 저 이제 방송사 소속이에요" [★인터뷰]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2.13 05:17 / 조회 : 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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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이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근황을 전했다. /사진=한동훈 기자
이제 이동현(37) 해설위원이다.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고 글러브가 아닌 마이크를 들었다. 선수 시절 과묵하고 진중한 이미지였던 그는 의외로 말하는 걸 좋아한다며 새 임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은퇴한 이동현은 올해부터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약한다. 스타뉴스는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이동현을 만났다. 은퇴 후 심경과 근황, 그리고 앞으로 목표를 들었다. 이동현은 일단 팀을 떠나온 이상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현역 때보다 학습량이 훨씬 늘었다. 선수는 상대만 연구하면 되지만 해설가는 넓은 시야로 훨씬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노트를 두 권씩 들고 다닌다.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메모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입에 익은 단어 중 순화할 표현도 많다.

2001년부터 19년간 트윈스에서만 뛴 그는 LG 색이 너무 강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펄쩍 뛰었다. 이동현은 "나는 이제 방송사 소속"이라며 웃었다. 그는 "LG에 좋은 이야기만 하는 해설은 LG 팬들도 싫어할 것"이라며 공과 사는 반드시 구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언젠가 LG가 우승하는 날이 올 때 나도 그 일원으로 함께 반지를 끼고 싶다"는 소망은 숨기지 않았다.

아쉬움도 크다. 최근에는 일부러 스포츠뉴스를 멀리 한다. 이동현은 "차라리 내가 아파서 그만 뒀으면 모를까, 못해서 깨끗하게 물러났다. 한창 전지훈련 기간인데 그런 영상이나 기사를 보면 '하고 싶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2월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건 처음이다. 이동현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정말 좋다. 정말 좋은데 미련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뿐"이라 덧붙였다.

나중에는 재활코치가 꿈이다. 일단 해설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뒤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다. 선수 시절 숱한 부상과 싸운 이동현은 그야말로 재활의 달인이다. 이동현은 "재활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공부를 많이 했다. 다쳐서 재활하는 친구들과 호흡하고 교감하고 싶다"고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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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해설위원. /사진=SBS스포츠 제공
다음은 이동현과 일문일답.

-과묵한 이미지가 강한데 해설은 조금 의외다.

▶원래 말 하는 것 좋아한다. 야구를 못해서 인터뷰를 꺼렸다. 친한 사람들하고만 터놓고 이야기했다. 또 요즘에는 말 한 마디 잘못하면 파장이 크다. 말수를 줄이려고 했다. 그래서 해설도 조심스럽다.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

-방송 언어는 많이 다를 텐데.

▶아웃을 '잡았다'는 표현도 안 된다. '아웃카운트를 늘렸다'라고 해야 하더라. 포볼, 데드볼, 방어율도 안 된다. 볼넷, 몸에 맞는 공, 사구, 평균자책점이 맞다.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다 적는다. 메모하는 노트가 두 권이다. 잘 메모를 해놓고 다음에 또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나.

▶처음에 그냥 야구를 틀어놓고 1회부터 9회까지 쉬지 않고 해설을 해보라고 하시더라. 어떤 해설을 하는지도 중요한데 말하는 체력도 필요하다. 화장실을 얼마나 가는지도 포인트다. 다행히 한 번도 안 갔다. 클리닝타임은커녕 공수교대 시간도 없이 안 쉬고 했다.

-요즘에 편파 해설을 했다간 큰일난다.

▶당연히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방송국에서도 당분간 LG 경기는 넣지 않을 거라 말씀하시더라.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없다. 내가 LG를 많이 아는 건 맞다. 그렇다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별개다. 옹호만 해선 안 된다. 이제 방송사 소속이다.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어차피 편파적인 해설을 하면 팬들이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LG와 연은 잠깐 내려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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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해설위원(오른쪽)이 모의중계를 하는 모습. /사진=SBS스포츠 제공
-해설위원 멘토는 누구인가.

▶(이)종열이 형과 (이)상훈이 형이다. 상훈이 형은 이제 타방송사라면서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내가 이 형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답을 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답을 알아서 찾아가게끔 방향만 제시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모양이다. 종열이 형은 야수, 상훈이 형은 투수 출신이지만 그게 공통점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면서 연구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라고 하셨다.

-이제 스프링캠프 취재를 가지 않나. 다른 팀 훈련은 처음일 텐데.

▶대만(키움), 오키나와(삼성, LG), 미야자키(두산)를 돈다. 전지훈련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간판 스타 중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뒤를 받치는 배경을 밝혀보고 싶다. 작년 LG를 예로 들자면 김대현이 필승조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이성우 같은 백업 포수가 어떤 마인드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또 타격코치를 보면 그 팀이 보인다.

-사실 해설위원이 은퇴 후 첫 번째 목표는 아니었을 것 같다.

▶당연히 코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명석 (LG) 단장님께서 일단 프로 물을 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도자는 나중을 기약했다. 내 실력에 비해 투수코치는 어려울 것 같다. 재활코치가 꿈이다. 재활하는 친구들과 호흡하고 교감하고 싶다. 재활을 제일 잘 알고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나도 재활하면서 심리, 멘탈 부분의 공부를 많이 했다. 일단은 내 일이 생겼으니 해설에 올인하고 매진하겠다.

-'인간' 이동현의 목표는 무엇인가.

▶정말 이제 가족들과 행복을 찾고 싶다. 또 언젠가 LG가 우승할 때 내가 그 일원이면 좋겠다. 다만 그건 지금 당장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운이 따라야 하고 막연한 바람이다. 무슨 일을 하든 나와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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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이동현의 은퇴식에서 차명석(왼쪽) LG 단장이 이동현과 인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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