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휴스턴 선수들은 캠프에서도 침묵할 수 있을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2.11 09:31 / 조회 :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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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구단으로부터 해고된 A.J 힌치 감독(왼쪽)과 제프 루나우 단장.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가 이번 주부터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하루 이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팀들은 12일(한국시간) 투수들과 포수들이 먼저 스프링캠프에 입소하고 야수들은 17일부터 캠프에 들어와 본격적인 팀 전체 훈련을 시작한다. 첫 번째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는 오는 22일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의 시작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오프시즌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 주역(?)들이 처음으로 직접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전 휴스턴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의 폭로로 드러난 사인 훔치기 스캔들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번져나가 메이저리그 전체 감독의 10%에 해당하는 3명이 옷을 벗는 격변을 불러왔다.

MLB 사무국은 역대급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사인 훔치기가 사실로 밝혀졌다고 발표했고 휴스턴의 제프 루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이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곧바로 팀으로부터 해고됐다. 또 2017년 시즌 휴스턴의 벤치 코치였다가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으로 옮겨간 알렉스 코라와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선수 중 하나였다가 2019년 시즌 종료 후 뉴욕 메츠 감독으로 임명됐던 카를로스 벨트란도 잇달아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역대급 징계가 내려진 와중에도 정작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선수들은 단 한 명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휴스턴 수뇌부에 대한 자격 정지와 구단에 대한 벌금, 드래프트 지명권 박탈 등 중징계에도 휴스턴 선수들은 그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 겉만 번지르르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MLB 자체 조사에서 선수들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공식 발표를 하고도 선수들에 대한 징계는 그 흔한 구두 경고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MLB가 이처럼 선수들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이유는 조사과정에서 선수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조사에 응할 경우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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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에 연루돼 해임된 알렉스 코라 전 보스턴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럼에도 MLB 사무국이 왜 서둘러 그런 약속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단 그 이유는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선수들이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리그 측의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휴스턴의 프런트 오피스가 전자 장비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기에 만약 선수들이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경우 법리 다툼 측면에서 리그 측의 승산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즉 선수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규정을 위반한 것임을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징계가 번복되거나 경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실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전자 장비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과거 애플워치를 사용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사인 훔치기 시도 때도 광범위하게 보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MLB 사무국이 징계에 대한 어필 승산까지 걱정해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포기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MLB는 그 쪽은 선택했고 그 결과 조사는 비교적 신속하게 마무리됐으나 실제 주범들인 선수들은 그 누구도 공식적인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그 누구도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의 뜻을 표한 적이 없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잇달아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물론 사실 자기 혼자서 저지른 일도 아닌데 선수들이 각자 자기 집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오프시즌에 각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과연 이들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이는 스프링 캠프에선 뭔가 의견을 모아 선수들 차원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어떤 자세로 미디어와 팬들을 만나게 될지 스프링 캠프 첫 날 휴스턴 선수들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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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캠프에 합류한 류현진. /사진=토론토 인스타그램
한편 한국 팬들 입장에서 휴스턴 선수들의 입장 표명보다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에 새로 둥지를 튼 류현진(33)과 김광현(32)의 동정이 더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4년 8000만 달러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과 2년 800만 달러 계약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김광현은 이미 지난 주말 각자 스프링 캠프에 입소해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이제 당당한 팀의 에이스로 출발하는 류현진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하는 김광현에게 모두 이번 스프링 캠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름 비장한 각오를 갖고 캠프를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미 빅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은 새 팀에서 맞는 첫 스프링캠프라는 사실과 이제 당당히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는 해도 그런 정도의 부담은 별로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선수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관계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갈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 새로 도전하는 김광현의 경우는 류현진에 비해 좀 더 어려운 도전이 기다릴 전망이다. 리그와 언어 등 모든 환경이 달라진 데다 실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이기에 훈련이나 시범경기 하나하나에서 모두 시험대에 오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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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출국하는 김광현. /사진=뉴스1
김광현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도전하게 된다. 첫 캠프부터 단순히 로스터 진입이 아니라 선발 경쟁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부담을 이기고 성공적으로 팀에 안착하려면 우선은 팀 분위기에 녹아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훨씬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빅리그 진출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초반 일부 언론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자신의 루틴과 당당한 자세를 고수한 끝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 감광현 역시 산전수전을 거친 선수로서 어떤 도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은 선수이기에 잘 해낼 것이라 믿어본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 류현진과 김광현이 각자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장을 내는 이번 스프링 캠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새로운 기대와 흥분을 불러온다. 2020년 메이저리그 시즌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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