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 '싹둑' LG 이형종의 다짐 "이제 야구로 보여드려야죠" [★현장]

인천국제공항=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1.30 07:28 / 조회 :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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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 /사진=한동훈 기자
"이제 야구로 보여드려야죠."

LG 트윈스 이형종(31)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장발을 싹둑 잘랐다. 거친 매력은 줄어들었지만 한층 깔끔하고 댄디한 '도시 남자'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실력으로 보여드릴 때가 됐다는 짧고 굵은 각오를 남겼다.

'광토마'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소중한 스타일이었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이아몬드를 질주하는 모습이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를 떠오르게 했다. 머리는 '야생마' 이상훈처럼 길었다. 팬들은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이형종을 보고 '미친 적토마'라 느꼈다. 그렇게 광토마가 됐다.

이형종이 처음 머리를 기른 까닭은 간단했다.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였다.

머리 길이와 야구 실력이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심리적 이유가 크다. 본래 투수였던 이형종은 5년 전, 타자로 전향했다. 야구 인생을 건 모험이었다. 방망이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아직 부족했다. 초행길을 가는 불안감을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머리 길이와 함께 실력도 쑥쑥 늘었다. 방망이를 처음 잡은 2015년 퓨처스리그 시즌 타율 0.305를 기록했다. 2016년 바로 1군에 데뷔했다. 2017년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두 자리 홈런을 때렸다. 유니폼 등번호까지 내려올 것만 같은 장발이 그의 일발 장타력과 잘 어울렸다.

팬들과 미디어는 그의 만화 같은 캐릭터를 좋아했다.

다만 '너무 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형종의 아내도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형종은 과거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실 아내가 조금 우려했었다. 머리를 이렇게 기르고 다니면 감독님이 싫어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실제로 류중일 LG 감독은 이형종의 긴 머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문제 삼지도 않았다. 류 감독의 반응은 대체로 "불편하지 않느냐"면서 이해를 못 하겠다는 것이었지 '싫다'는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사연이 담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29일 전지훈련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온 이형종은 "(자른지)한 달 정도 됐다"고 웃었다. 이형종은 "솔직히 조금 불편했다"고 진실을 밝히며 "너무 덥고 모자도 잘 벗겨졌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길이 조금씩 보이는 모양이다. 이형종은 "다 경험 해봤으니 괜찮다. 무엇이 중요한 지 알 것 같다. 머리는 정말 나중에, 나중이 되면 또 기를지 혹시 모르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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