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직한 후보' 이 영화의 웃음에 한표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1.29 10:58 / 조회 :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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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서민을 위한다는 것도 거짓이요, 좁은 아파트 사는 것도 거짓이요, 장학재단 세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거짓이다. 심지어 4선을 앞두고 경쟁 후보와 적당히 주고받고 콩고물을 나누는 것까지 말을 끝냈다.

할머니는 너무 안타깝다. 없는 사람들, 없어서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국회의원이 된 손녀가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고 사는 게 너무 안타깝다. 그리하여 천지신명에게 기도한다. 제발 상숙이가 정직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가 이뤄졌다. 주상숙은 입만 열면 속내를 그냥 쏟아낸다. 자서전은 대필이요, 베스트셀러가 된 건 알바를 풀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보이는 라디오에선 적나라한 19금 유머까지 폭탄처럼 던진다.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환장하지만 그나마 좋은 건, 쩔쩔맸던 시어머니에게 그동안 못했던 속말을 다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이다.

결국 주상숙은 방향을 바꿔 정직한 후보라는 점을 내세운다. 거짓말을 못하는 정직한 후보 주상숙은 바람몰이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짓말로 쌓아올린 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직한 후보'는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거짓말을 일삼는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변호사 이야기인 '라이어 라이어' 등 익히 많이 다뤄진 소재다. 이 익숙한 설정, 익숙한 이야기를 한국상황에 맞는 코미디로 바꾼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유정 감독은 이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매우 웃기게 해냈다.

'정직한 후보' 코미디는 주상숙을 맡은 라미란의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웃기고 울리고 천연덕스런 라미란의 원맨쇼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직한 후보' 코미디가 주목받아야 할 건, 좋은 리듬이다. 구성이 찰지다. 보좌관 박희철 역을 맡은 김무열과 라미란의 앙상블이 매우 좋다. 그 리듬에 남편 봉만식 역의 윤경호의 단짠단짝 코미디도 천연덕스럽다. 과장된 코미디가 '오버'라고 느껴지지 않고 웃음으로 전달되는 건, 앙상블의 힘이 크다.

'정직한 후보'는 잔웃음 2번, 큰 웃음 1번, 드라마 1번,으로 리듬이 반복된다. 이 반복되는 리듬이 주는 효과가 좋다. 크크큭 웃다가 푸하하 웃다가 뭉클이 되풀이된다. 정해진 수순, 익숙한 이야기로 전개되고 마무리되지만 반복되는 리듬이 주는 학습효과가 크다. 계속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종욱 찾기' '부라더' 등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정직한 후보'에서 비로소 뮤지컬과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적용하게 된 듯하다. '정직한 후보'는 앞선 영화들보다 훨씬 영화적이다. 원작이 뮤지컬이 아닌 점도 있지만 편집의 리듬과 액션의 조화가 보다 영화적이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의 진정한 타이틀롤이다. 뻔한 전개와 과장된 묘사, 정해진 신파 등을 라미란은 신비하게 납득시킨다. 웃고 울리며 속 시원하게 납득시킨다. 배우와 이야기, 연출, 삼박자가 행복하게 맞아떨어졌다. 보좌관 박희철을 맡은 김무열은 이런 보좌관을 곁에 뒀으면 진심으로 행복할 것 같도록 연기했다. 윤경호는 차츰차츰 길을 넓혀가고 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과 위선이 요동치는 정치인의 세계, 군대 안 보내려는 권력층 비리, 취업 특혜, 사학 비리, 고부 갈등,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녹였다. 웃기게 녹였다. 사이다는 사이다일 뿐이지만 그래도 투표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정치인 이야기가 브라질과 한국에서 모두 통한다는 건, 그만큼 거짓말을 안 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할 터다. '정직한 후보'에서 주상숙은 기호 1번이지만 최대한 정치색을 지우기 위해 정당색은 보라색으로 만들었다. 다만 영화 속에서 투표일을 슬쩍 4월 15일로 표기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날짜다. 여러모로 한 표를 던지고 싶은 영화다.

2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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