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MVP 2회' 일라이 매닝 은퇴, 명예의전당 애매하네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1.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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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매닝. /AFPBBNews=뉴스1
뉴욕 자이언츠를 두 차례 슈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며 두 번 모두 슈퍼보울 MVP에 올랐던 쿼터백 일라이 매닝(39)이 25일(이하 한국시간) 공식으로 은퇴를 발표하고 16년 NFL 커리어를 마무리 한다.

자이언츠는 23일 매닝이 선수 커리어를 접기로 결심했으며 25일 은퇴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차저스(현 LA 차저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뒤 곧바로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돼 16년간 자이언츠 한 팀에서만 뛴 매닝은 커리어 통산 5만 7023야드 패싱과 366개의 터치다운 패스로 자이언츠 구단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보울 2회 우승과 함께 4차례 프로보울에 나간 바 있다.

그는 특히 두 차례 나간 슈퍼보울에서 모두 MVP로 뽑혀 NFL 역사상 슈퍼보울 MVP 트로피를 2개 이상 보유한 단 5명의 쿼터백(다른 4명은 바트 스타, 테리 브래드쇼, 조 몬태나, 톰 브래디) 중 한 명이다. 그의 커리어 패싱야드(5만 7023)와 터치다운 패스(366), 선발 출장경기(234)와 패스 성공 횟수(4895)는 모두 NFL 역대 랭킹 7위에 올라있다.

꾸준함 차원에서도 매닝은 역대급 선수임이 분명하다. 그는 2004년 11월21일부터 2017년 11월23일까지 연속 13년 동안 210경기를 빠짐없이 선발 출장해 NFL 쿼터백으로 역대 3번째로 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그는 16년 커리어동안 단 한 경기도 부상으로 빠진 적이 없다는 믿기 힘든 기록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치들에도 불구, 매닝의 커리어를 설명할 때 '최고의 쿼터백'이었다는 표현은 그다지 자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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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매닝. /AFPBBNews=뉴스1
그의 친형 페이튼 매닝(43)과 종종 비교되지만 5번이나 리그 MVP를 차지한 페이튼이 이구동성으로 역대 최고 쿼터백 중 하나로 언급되며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반면 일라이는 형도 오르지 못한 사상 단 5명뿐인 슈퍼보울 MVP 멀티 수상 쿼터백 가운데 한 명임에도 명예의 전당엔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4명은 이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거나 입성을 예약(브래디)한 것과 대비된다.

일라이가 이처럼 성적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일라이는 두 번이나 슈퍼보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것은 16년 중 6번 밖에 안 된다.

그의 정규시즌 성적은 승률이 딱 5할(117승117패)이고 포스트시즌 성적은 8승4패지만 두 번의 슈퍼보울 우승 시즌에 각각 4승씩을 올린 것이 승리의 전부고 그 두 시즌을 제외하면 14년간 단 4번 포스트시즌에 나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두 차례 슈퍼보울 우승시즌이 없었다면 일라이의 커리어는 정말 애매한 것이 될 뻔했다.

슈퍼보울 우승을 차지한 두 시즌(2007, 2011)에도 상당한 행운이 따라줬다. 두 시즌 모두 디비전 챔피언이 아닌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갔고 미친 상승세로 4연승을 거두고 슈퍼보울 트로피를 차지했는데 두 번 모두 슈퍼보울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브래디의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를 기적처럼 쓰러뜨리고 우승하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일라이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 것은 이것만으로도 분명하다. 하지만 나머지 시즌의 다른 경기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은 좋은 쿼터백일지는 몰라도 명예의 전당급이라는 확신은 갖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일라이는 한 가지 부문에서는 NFL 역대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커리어 수입 총액이다. 16년간 NFL에서 뛰면서 벌어들인 일라이의 수입 총액(연봉과 보너스 합산 금액, 광고수입 등은 제외)은 2억5230만달러로 NFL 역대 랭킹 1위다.

그는 이번 시즌 기본연봉과 보너스를 합쳐 2300만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려 지난 시즌까지 역대 NFL 수입랭킹 1위였던 형 페이튼(2억4870만달러)를 추월해 역대 수입랭킹 1위로 올라섰다. 매닝 브라더스가 NFL 역사상 최고수입 랭킹 1, 2위를 독차지한 셈이다.

이들을 턱밑까지 추격한 수입 랭킹 3~5위 드루 브리스와 브래디, 애런 로저스가 모두 다음 시즌에도 계속 뛸 예정이어서 매닝 형제의 톱2 군림은 올해를 넘기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들이 NFL 역대 최고수입 1, 2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NFL 역대 수입랭킹 Top 5 (단위 백만달러)

1 일라이 매닝(QB) $253.2

2 페이튼 매닝(QB) $248.7

3 드루 브리스(QB) $244.7

4 톰 브래디(QB) $235.2

5 애런 로저스(QB)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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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매닝. /AFPBBNews=뉴스1
페이튼과 일라이의 아버지 아치(Archie) 매닝은 1971년부터 1984년까지 NFL에서 스타 쿼터백으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두 차례 프로보울에 뽑힌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 그의 소속팀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워낙 '동네북' 같이 두들겨 맞기만 한 형편없었던 팀이었기에 그의 전체적인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세 아들 중 둘째인 페이튼과 셋째인 일라이가 각 두 번씩 총 4번이나 슈퍼보울 우승을 차지하고 페이튼은 리그 MVP를 5번이나 차지하는 등 지난 20여년간 리그를 지배하면서 매닝 가문은 오펜스와 디펜스 라인맨을 대거 배출한 매튜스 가문과 함께 NFL을 대표하는 최고의 로열패밀리로 부상했다. 특히 '쿼터백 하면 매닝가'이라는 등식이 떠오를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일라이의 은퇴로 매닝 가문의 NFL 행진도 일단은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매닝 가문이 이대로 NFL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페이튼과 일라이의 형이자 아치의 맏아들인 쿠퍼 매닝의 큰 아들이자 페이튼과 일라이의 조카인 아치(Arch) 매닝이 이미 다음 세대에 매닝 가문을 대표할 최고의 쿼터백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에 10학년(고교 2학년)이 되는 아치에 대해 그의 할아버지인 아치 매닝은 "고교 1학년 때를 비교하면 아치(손자)가 페이튼이나 일라이보다 더 앞서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아치의 아버지이자 페이튼과 일라이의 형인 쿠퍼는 3형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 재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교시절 희귀성 척추질환 진단을 받는 바람에 선수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었다. 이제 그의 아들 아치가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튼과 일라이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10년 뒤엔 또 다른 쿼터백 매닝이 NFL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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