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곤 감독이 '해치지않아'에 콜라 협찬을 받지 않은 이유는?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1.23 12:36 / 조회 :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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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손재곤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손재곤 감독이 돌아왔다. '해치지 않아'로 '이층의 악당' 이후 꼭 10년만에 다시 관객과 만났다. 손재곤 감독은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에서 특유의 시니컬한 코미디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10년만에 새롭게 선보인 '해치지 않아'는 전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해치지 않아'는 폐장 위기를 맞은 동물원의 원장이 동물원을 되살리려 직원들과 동물탈을 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밝고 건강하고 따뜻하다. 손재곤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10년에 연출을 다시 했는데. 복귀작인 '해치지않아'는 그전 영화들과는 달리 시니컬한 웃음이 줄어든 반면 따뜻한 웃음이 가득한데.

▶'이층의 악당' 이후 계속 영화를 준비해 왔지만 잘 안됐다. 그러다가 '해치지 않아' 연출 제안을 받았다. 내가 영화를 많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는 시니컬한 범죄영화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시니컬한 영화를 만들려는 게 내 목표는 아니다.

'해치지 않아'는 원작이 있다. 원작 웹툰은 스릴러와 범죄가 아닌 코미디가 어울리는 따뜻한 정서를 갖고 있었다. 원작의 정서에 맞는 코미디가 이 영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물원에서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연기를 한다는 설정이 영화화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구현됐는데.

▶이 장르 안에서 관객이 설정을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했다. 논리만이 아니라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이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동물 탈이 가능한지는 특효업체와 상의를 많이 했다. 특효업체에서도 해본 적이 없어서 예측은 하지만 구현이 잘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선택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관건이었다. 가능해? 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 해내면 해냈다는 지점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동물탈은 영화 속 드라마 전개와 캐릭터까지 고려해서 어떤 동물로 할지 결정했을텐데.

▶원작에 있는 동물들 중 코끼리처럼 구현이 불가능한 동물탈은 배제했다. 가능한 동물들 중 인간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연기할 수 있는 동물로 선정했다. 강소라가 맡은 사자는 원작에는 없던 동물이다. 사자탈이 일부분만 자연스럽게 보인다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고릴라는 인간과 흡사한 동물이라 자연스러웠다. 북극곰은 사족보행을 하지만 두 발로 서기도 하기에 채택했다. 대신 고릴라보다는 어려웠다. 나무늘보는 사람과 유사한 부문이 있지만 문제는 사이즈였다. 실제 나무늘보는 작은 동물이어서 고민했지만 사람들이 사이즈를 잘 모른다. 그래서 채택했다.

구현을 할 수 있느냐가 먼저였고 그 다음이 각색이었다. 원작의 정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편 B스토리를 넣고 싶었다. 동물원에 동물이 갇혀 있는 게 과연 옳은 일 일까란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연출 제안을 받고 동물원에 갔다. 하필 간 곳이 일종의 사설 동물원이었다. 불곰이 좁은 우리에서 고개를 계속 돌리면서 왔다갔다 하더라. 그게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정신병인 정형 행동이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 아빠가 추억을 쌓기 위해 아픈 동물을 보러 왔나는 생각이 들더라. 큰 동물원들은 개선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의 목적은 코미디다. 그리고 그 코미디에 이런 이야기를 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안재홍을 비롯해 강소라, 전여빈, 김성오 등 주연 배우들은 전작의 캐릭터들에 비해 덜 극적인 반면 박혁권, 한예리 등 조연들이 전작 캐릭터들 같은데.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게 좋다. 짐 캐리, 로빈 윌리엄스의 코미디 연기를 좋아하지만 그들의 영화와는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전체에서 한 두번이면 괜찮은데 더 코미디 연기를 하게 되면 캐릭터들의 일관성을 깨는 것 같아 집중이 잘 안된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들이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전체 스토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작 캐릭터들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우며 비뚤어진 성격의 소유자들이었고, 그런 캐릭터들이 충돌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됐다. 반면 '해치지 않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 설정에 집중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유발되도록 했다.

-강소라가 영화 속에서 깜짝 욕설을 하는 게 신선한 웃음을 주는데.

▶강소라가 맡은 한소원은 이 영화에서 가장 합리적인 캐릭터다. 그런 합리적인 캐릭터가 욕을 하면서 신선한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강소라란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기에 더 신선할 것이라 생각했다.

-전 동물원장인 박영규는 한동안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던 배우인데.

▶그 나이에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물론 있다. 그러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다. 박영규는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 사극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온 배우다. 그런 내공에 코믹한 이미지가 있고 관객들도 익히 그걸 알고 있다. 영화에서는 최근에 자주 못 본 배우라는 점에서 믿을 수 있고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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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 손재곤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나무늘보 역을 맡은 전여빈은 상업영화에선 익히 볼 수 없었던 배우인데.

▶전여빈은 몇 년 전 다른 감독에게 소개받았다. 그녀가 출연한 단편을 봤는데 좋은 배우였다. 그러다가 드라마 '구해줘'를 봤는데 예전에 봤던 모습과는 다른, 시선이 확 가는 배우가 됐더라. '여배우는 오늘도'에서는 능청스런 코미디를 선보였고.

'해치지 않아'는 앙상블 코미디니깐 새로운 배우를 소개하고 싶고, 재능 있는 배우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나무늘보를 맡기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 뒤에 전여빈이 '죄많은 소녀'로 많이 알려졌다. 내가 그녀의 가능성을 알린 첫 감독이길 바랐지만 한발 늦었다. 오히려 반대로 내가 전여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여빈의 캐릭터는 자칫 요즘 시대상과 안 맞는다고 여겨질 수 있었을텐데.

▶나무늘보란 캐릭터와 성격을 맞추기도 했다. 영화의 앞 부분만 본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뒷 부분을 본다면 이 캐릭터의 전체를 알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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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금곰 탈을 쓴 안재홍에게 디렉션을 하고 있는 손재곤 감독/'해치지 않아' 스틸


-북극곰이 코카콜라를 마신다. 협찬을 받았나.

▶협찬은 안 받았다. 특정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으면 감독이 목적이 관객에게 가는 데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코카콜라에서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는 CF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이유가 정확하진 않지만 동물을 의인화해서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도 들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산파크라는 지명은 어떻게 만들었나. 동산파크는 세상과 떨어져 있는 일종의 판타지이기도 한데.

▶원래는 주파크였는데 다른 작가 한 분이 가상의 지명인 '동산'을 만들고 거기에서 동산파크를 가져왔다. 전국 동물원 네 곳과 식물원 한 곳에서 찍고 오픈세트와 조합했다.

-극 중 재벌2세로 나온 한예리 캐릭터가 무척 재밌는데.

▶한예리는 영화 '코리아'에서 처음 봤다. 너무 잘하고 개성 있는 배우라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특별출연이지만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해줬다. 이번은 특별출연이지만 다음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

-북극곰 CG 등은 만족하나.

▶마음에 든다. 동물CG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배우들이 동물과 연기할 때 어떻게 시선을 맞춰야 하는지도 다 계산을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요즘에 개봉하면 시대에 더 잘 맞는 코미디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니컬한 범죄극으로 돌아가게 되나.

▶글쎄. '달콤, 살벌한 연인'보다 '이층의 악당'이 기자, 평론가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흥행은 정반대였고. 흥행은 그래서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걸 목표로 영화를 만들어서도 안되고. 다음 이야기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준비했던 액션물이 있는데 진행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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