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행님, 강동원 행님"..배정남에게 '행님'이란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01.24 10:00 / 조회 :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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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정남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배정남(37)을 만났다. 상남자 부산 '싸나이'인줄 만 알았는데 그는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한 남자였다. 1시간 짧은 시간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배정남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모르는 말이 있으면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고, 영화 속 캐릭터가 '살짝 모자라는' 점이 실제 자신과 비슷하다며 웃었다. 배정남은 자신을 숨기고 가리고 멋있는 척 했던 20대보다, 다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모델에서 어느새 배우가 됐고, 자신의 캐릭터 있는 그대로 연기하는 배정남의 얼굴에서 진짜 배우가 보였다.

배정남은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열정 과다 요원 만식 역을 맡았다. 넘치는 열정으로 영화의 활력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영화의 웃음 포인트로 활약하다 보니 슬랩스틱 연기와 오버가 넘친다. 웃음포인트가 되느냐, 과장된 모습이 불편하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연기를 펼친 배정남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 '내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하겠노'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배정남을 보노라면, 왜 그가 연예계 수 많은 '행님'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 예능에서 자주 보는 배정남을 보면 '행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보안관'과 '미스터주'를 같이한 이성민도 '행님'이고, '스페인 하숙'을 함께 했던 차승원과 유해진도 '행님'이고 밥 잘사준다는 강동원도 '행님'이다.

배정남을 만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 그에게 '행님'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 이 작품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 일단 '미스터 주' 캐릭터를 봤을 때, 진짜 하고 싶었다. 캐릭터가 세고 망가지는 게 많더라. 이런 캐릭터는 한동안 우리나라 영화에 없었던 캐릭터다. 보면 정상이 아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연기 수업도 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현장에서 탈쓰고 하니까 더위도 심했지만 잘 이겨내고 싶었고 포기하기 싫었다. 그만하자고 했을 때 제가 한번 더 하자고 했다. 코믹 연기지만 저는 진지하게 연기했다. 목표가 확실했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캐릭터를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하는 생각으로 했다. 작품 속에서 나를 내려놓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요새 방송에서도 망가지지 않았나. 멋있게 폼 잡는 연기보다 이런 게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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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정남 / 사진=이기범 기자


- 남들을 웃기는 코미디 연기가 쉽지 않은데.

▶ 코미디 연기가 어렵더라. 영화 시사회 때 웃기는 포인트에서 관객이 안 웃으면 부담되고 속상했다. 제가 언론시사회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멘붕이 왔다. 그래도 그 다음번 일반 시사에서 일반관객들은 많이 웃으셨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다. 이제 코미디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될지 조금 알겠다. 영화를 보니까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다음에는 슬랩스틱이 아니라 블랙코미디나 다른 느낌이 코미디를 해 보고 싶다.

- 20대 모델 시절에는 카리스마, '간지'의 대명사였다. 배우 생활을 하고 예능을 하면서 코믹한 이미지를 갖게 됐는데.

▶ 요새 행복하다. 20대 때 모델을 할 때는 허세가 있었다. 그때는 망가지는 게 두려웠고, 말을 하면 사투리 나올까봐 말도 안하고 일부러 나를 숨겼다. 나를 놓는 순간 너무 편안하고 훨씬 좋고 행복하다. 좀 망가져도 사람들이 열려 있으니까 이해해준다. 예전에는 저를 보며 무서워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저를 보면 웃는다. 반갑게 맞아준다. 예전에는 남자팬들이 많았다면 요새는 초딩부터 아줌마 아저씨까지 알아보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알아봐 주신다. 절 보면 웃고 그런 게 너무 좋다. 제가 이제 낼 모레 마흔이다. 부끄러울 것도 없고 신비주의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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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정남 / 사진=이기범 기자


- 최근 '아는 형님'에 출연해서 '노안'으로 놀림 받았다. 강동원에게 '행님'이라고 불러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는데.

▶ 그거는 (강동원) 행님이 잘못한 거다. 주변에 봐라. 어디 누가 40대에 그 얼굴인가. 그건 내가 (노안이) 아니라, 강동원 행님 잘못이다. 20대 때 잠깐 꽃미남 소리를 들었는데, 고생을 많이 해서 확 가더라. 얼굴에 주름도 많고, 따로 관리도 안한다. 그런데 나는 내 주름이 좋다. 영화 '영웅'을 촬영할 때, 격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있다. 그때 감독님이 '니는 얼굴 근육 다 쓰네' 하시더라. 그 말이 좋았다. 관리하고 주사 맞고 하면 저처럼 이렇게 안된다. 저는 제 주름이 좋다. 제가 이러다가 50대 때 동안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지금 (김)희철이 이런 애들이 동안 인거지 제가 많이 그런건 아니다.

- 유독 형들에게 사랑 받는 것 같다.

▶ 제가 솔직해서 그런 것 같다. 숨김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얼마나 내공 있는 사람들인가. 제가 몇 년을 봐도 똑같아서. 제 주위 사람들은 다 편한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불편한 형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저는 안 본다. 저는 억지로 싫은데 허허 이런 걸 못한다. 티도 바로 나서 잘 안되더라.

- 그래서 그런지 배정남 하면 '행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예능에서도 '행님' 하면서 잘 지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배정남에게 '행님'이란 뭘까?

▶ 아 그런가. 그냥 난 생각도 안하고 '행님'이니까 '행님'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친하고 맞는 사람한테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저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선배라고 한다. (김)종수 행님한테도 '행님'이라고 한다. 11살 차이인데도 편하고 우리집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까, '행님'이라는 것은 정(情), 정겨움 같은 거 같다. 불편하면 '형님'이라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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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정남 / 사진=이기범 기자


- 모델로 데뷔해 지금 영화 주연을 맡기까지 오래 걸렸다.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 포스터에 제 얼굴이 나온 건 처음이다. 제가 모델부터 해서 거의 19년차인데,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다. 일을 안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도 놓지 않으려고 작은 것도 했고 계속 몸도 만들고 준비했다. 그렇게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나오고 잘 온 것 같다. 예능에서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일이 한달에 하나 있을까 말까 했을 때도 계속 이쪽 끈을 잡고 있었다. 악착같이 버텼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 명절마다 배우 이성민의 집에 가서 함께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 설에도 이성민과 함께 보내나.

▶ 올 설에는 '행님'과 무대인사 일정이 잡혀있다. 이번에 열심히 돌아야 된다. 그리고 '행님'집에 갈 것 같다. 이성민 행님 형수님이 떡국을 기똥차게 잘 끓이신다. 진짜 친동생처럼 잘 챙겨 주시고, 걱정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성민 '행님'이 항상 형수님 같은 사람과 결혼하라고 한다. 제 주변에 좋은 사람이 참 많다. 물론 안 좋은 사람도 많이 있었지만, 결국 좋은 사람만 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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