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에 김치맛이.." 넷플릭스 드라마에 눌러진 스위치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0.01.09 12:25 / 조회 : 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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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에서 김치맛이 난다"는 장면이 삽입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 예고편 캡쳐와 김치 냄새 논란을 겪었던 영화'버드맨'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영어제목 Sex Education2)가 새로운 시즌 공개를 앞둔 가운데,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한국인 인종차별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 예고편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한국 비하, 인종차별 등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에는 '내 정액에서 김치맛이 난다'라는 자막과 남자의 얼굴이 담겨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이 사진을 증거로, 넷플릭스가 인종차별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진만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비하한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국의 19금 코미디 드라마다. 영어 제목 '섹스 에듀케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상담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다. 엄마가 성 상담사인 오티스를 중심으로 10대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생각과 고민, 그리고 우정과 가족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표현 수위가 높다.

예고편에서 공개된 문제의 장면은 성병에 걸린 등장인물이 오티스에게 자신의 정액에서 김치맛이 난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인터넷과 SNS에서 떠돌던 이 사진과 한국인 비하 주장은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넷플릭스 보이콧, 드라마 보이콧 운운하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난무하고 있다.

2015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트로피를 거머쥔 영화 '버드맨'에서 극 중 엠마 스톤이 꽃집에 들러 "모두 김치 냄새가 난다"는 대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한국 비하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인터넷과 SNS에서 떠돌던 내용들이 기사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부채질 됐고 결국 '버드맨' 보이콧 소동까지 번졌다.

논란 끝에 한국에서 개봉한 '버드맨' 속 엠마 스톤의 대사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분노 섞인 표현이었다. 김치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였다는 것만으로 한국 문화 혐오, 인종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이었지만 '김치'라는 단어에 민족감정 스위치가 눌렸다. 맥락 없는 인종차별이라는 '어그로'에 끌려 들어갔다.

물론 김치 냄새, 또는 김치맛이란 서구인의 표현에 무의식적인 인종차별 뉘앙스가 담겼을 수 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동남아' 또는 '동남아 냄새'라는 표현이 맥락에 따라 무의식적인 인종차별 뉘앙스가 담기는 것처럼.

그렇기에 맥락에 따른 이해가 우선이다. 앞뒤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달려드는 건, 섣부르다. '버드맨'으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스위치가 눌리고, 똑같은 어그로에 끌린다면 안타깝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 예고편에 등장한 그 장면이 한국을 헐뜯거나 비하하는 내용인지는 앞뒤 맥락을 살펴야 한다. 김치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였다는 것만으로 분노하는 건, 조급하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2 한국 예고편에선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넷플릭스는 김치맛 논란에 대한 입장 자체를 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더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고려한 듯하다.

알려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수고스러우면 진실 여부와 관련 없이 적당한 이유를 붙이고 만족한다. 무지의 상태에 머문 채 행복해한다. '버드맨'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지의 상태에 머문다면 곤란하다.

김치맛이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어떤 맥락에 담겼는지, 역겹다는 뜻인지, 인종차별적인 뉘앙스인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지는 오는 17일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시즌2가 공개된 뒤 확인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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