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 20년 왕조 주역, 브래디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온다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20.01.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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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래디. /AFPBBNews=뉴스1
이번 주말 톰 브래디(43)의 ‘뉴잉글랜드 스완송(swan song·마지막 무대, 작품)’이 울려 퍼질까.

오는 5일(한국시간) 뉴잉글랜드 폭스보로의 폭스보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라운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테네시 타이탄스의 경기가 뉴잉글랜드의 전설적 쿼터백 브래디의 마지막 홈 경기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뉴잉글랜드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AFC 3번 시드를 받아 이날 AFC 6번 시드 테네시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뉴잉글랜드가 와일드카드 라운드를 부전승으로 건너뛰는 콘퍼런스 톱2(1번 또는 2번) 시드를 놓친 것은 지난 2009년 시즌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부터 2018년 시즌까지 브래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는 9년 연속으로 AFC에서 1번 또는 2번 시드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8년 연속으로 AFC 결승에 진출했고 이 중 5번은 슈퍼보울까지 올라 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10년간 NFL은 말 그대로 ‘뉴잉글랜드 다이너스티’가 지배했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 이번에도 뉴잉글랜드는 무난히 2번 시드를 얻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달 30일 안방인 폭스보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그 때까지 시즌 4승11패에 그쳤던 약체 마이애미 돌핀스에 24-27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시즌 12승4패를 기록, 같은 전적의 캔자스시티 칩스에 타이브레이커에 뒤져 2번 시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에 따라 뉴잉글랜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 라운드를 치르게 됐고 이 경기에서 이겨 시즌을 연장하더라도 이후 더 이상의 홈경기는 없게 됐다.

현재 만 42세인 브래디는 다음 시즌 복귀 여부가 아직 미지수여서 이번 테네시전이 그의 전설적인 뉴잉글랜드 커리어를 마감하는 마지막 홈경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최소한 45세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 브래디는 오는 3월이 되면 뉴잉글랜드와의 현 계약이 종료된다.

뉴잉글랜드는 지난 수년간 그와 장기 연장계약을 체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단기 계약으로 시간을 벌기만 해 이미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브래디와 장기 재계약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뉴잉글랜드가 브래디를 프랜차이즈 선수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적인 단기계약도 불가능해 다음 90일 동안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브래디의 뉴잉글랜드 커리어는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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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래디. /AFPBBNews=뉴스1
브래디의 NFL 커리어는 사실 큰 기대를 받지 못하면서 출발했다. 지난 2000년 신인드래프트 때 각 팀들은 대학풋볼 명문 미시건에서 활약했던 브래디의 신체적 능력을 과소평가했고 결국 그는 6라운드(전체 199번)가 돼서야 뉴잉글랜드에 지명됐다. 당시 7명의 쿼터백들이 브래디보다 먼저 호명됐지만 지금 그 이름들은 잊혀진지 오래다.

사실 브래디를 지명한 뉴잉글랜드도 당시 드루 블렛소라는 스타 쿼터백이 있었기에 ‘미래용’으로 그를 뽑았고 당장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국 브래디는 루키시즌에 벤치워머 역할만 하다가 1경기에 나와 3개의 패스를 던져 이 중 딱 1개를 성공시킨 것으로 첫 NFL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브래디의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2001년 시즌 2주차 경기에서 블렛소가 부상을 입는 바람에 주전 쿼터백 자리를 넘겨받은 브래디는 이후 말 그대로 ‘전설’이 됐다. 주전 쿼터백으로 첫 시즌부터 팀을 구단 역사상 첫 슈퍼보울 우승으로 이끄는 등 첫 4년간 3번이나 슈퍼보울 우승을 팀에 안긴 브래디는 올해까지 19년 연속으로 주전 쿼터백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수많은 리그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브래디가 이끈 이 기간 동안 뉴잉글랜드는 16번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13차례 AFC 결승까지 올랐으며 이 중 9번이나 슈퍼보울에 진출, 6번을 우승했다. 이 기간을 함께 보낸 명장 빌 벨리칙(68) 감독은 브래디와 함께 NFL 역사상 최고의 감독-쿼터백 콤비 신기원을 달성했다. 벨리칙-브래디 콤비는 NFL 역사상 정규시즌 최다승, 플레이오프 최다승, 최다 슈퍼보울 출전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브래디는 또 2001년부터 2008년 시즌 개막전까지 111경기 연속으로 스타팅 쿼터백으로 나서 NFL 역사상 9번째로 긴 쿼터백 연속 선발 출장 기록을 세웠으나 2008년 시즌 첫 경기에서 왼쪽 무릎 인대가 모두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시즌 아웃돼 그 시즌을 통째로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고 이듬해 복귀, 16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하며 완벽하게 컴백했고 이번 정규시즌까지 11년 연속으로 전 경기 선발출전이라는 경이적인 행진을 이어갔다. 중간인 2016년 시즌에 경기구에 바람에 뺀 소위 ‘바람 뺀 공 스캔들(Deflategate scandal)'로 인한 징계로 시즌 첫 4경기에 출장 정지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뛸 수 있는 172경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선발로 나선 것이었다.

그런 브래디가 이제 뉴잉글랜드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그의 커리어에서 통계적으로 볼 때 가장 좋지 않은 시즌 중 하나였기에 팀이 갑자기 그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당장 이번 테네시전을 앞두고 그에게 마지막 홈경기가 될지 모를 상황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브래디는 “나는 과거 추억에 대한 향수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겐 지난 20년간 치렀던 다른 경기들과 다를 바 없다”면서 “그런(마지막 홈경기가 될 가능성)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고 미디어의 관심에 대해 무심한 듯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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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벨리칙 감독. /AFPBBNews=뉴스1
브래디와 함께 뉴잉글랜드 다이너스티를 만들어낸 벨리칙 감독도 브래디와 마찬가지로 이 주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튕겨버렸다. ‘브래디와 함께 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타이탄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집중하고 있다. 토요일 밤(현지시간)에 베스트 게임을 하도록 준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동문서답으로 질문을 비껴나갔다.

하지만 이들의 ‘응답거부’에도 이날 경기의 포커스는 브래디의 스완송이 될 것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NFL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20년을 보낸 전설적 쿼터백의 커리어가 피날레를 향해 가고 있어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브래디가 뉴잉글랜드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입는 것이 이날 경기가 될지, 몇 경기가 더 길어져 7번째 슈퍼보울 무대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뉴잉글랜드 커리어가 ‘파이널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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