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열린 '프듀' 기자회견..구체적 방안·처벌 없었다[★FOCUS]

이건희 기자 / 입력 : 2019.12.30 18:35 / 조회 :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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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회 CJ ENM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논란과 관련, 허민회(57) CJ ENM 대표이사가 공개석상에 나서 사과문을 낭독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평가다. '원 데이터'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 연습생들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듀스X101'을 담당한 김용범CP, 안준영PD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 멀티스튜디오에서 '프로듀스X101' 조작 관련 사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허 대표는 오후 3시부터 공식 석상에 한 5분 정도 사과문을 낭독했다. 사과문에는 '프로듀스' 피해 연습생들에게 금전적 보상과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아이즈원, 엑스원 등을 통해 얻는 수익금에 대해서 엠넷은 전부 포기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해 K팝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각각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허 대표가 사과문을 낭독한 뒤, CJ ENM 실무진인 이용수 경영지원 실장과 신용운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시청자가 요구하는 원 데이터 공개, 피해 연습생들에 대한 보상 범위 등이 주를 이뤘다. 또한 김CP, 안PD 등에 대한 내부적 징계 여부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우선 원 데이터에 대해선 "확보하지 못했다. 원 데이터가 없어 수사 기관에 조사를 요청한 사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때문에 투표 조작으로 인한 피해 연습생과 수혜 연습생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CJ ENM 측은 피해자 보상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피해 연습생이 누구인지 파악도 안된 상황인데, 실질적인 논의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 절로 든다. 설령 수사 과정을 통해 원 데이터를 확인하더라도 "또 다른 2차 피해가 우려될 수 있다"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CJ ENM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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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김CP, 안PD 등 CJ ENM 소속 PD들에 대한 내부 처벌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내부 지침상 법적 처벌이 확정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이들이 현재 어떤 업무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이들이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의혹만으로도 CJ ENM의 이미지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만큼,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CJ ENM 측은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태가 K팝 발전을 저해한 점도 상당 부분 인정된다. 한류 열풍을 이끌어나갈 '국민 아이돌'이 조작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그야말로 세계적인 망신이었다. 그동안 K팝 발전에 앞장섰던 CJ ENM으로서도 책임 회피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CJ ENM 측은 "이 사건은 K팝이나 한류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일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팝을 알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적극 진행할 예정"이라고 뜻을 전했다.

마치 이 사건에 대한 사측의 시스템에 대한 잘못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CP, 안PD에게만 잘못을 돌리는 '꼬리 자르기'로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CJ ENM은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직접 경찰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CJ ENM 측은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사에 한계가 있어 수사한 것이다. 책임질 부분에 있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결국 논란 이후 5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CJ ENM이 진행한 이번 기자회견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구체적 방안, 처벌조차 논의되지 않은 '구색' 맞추기 기자회견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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