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세가지 순수무용

채준 기자 / 입력 : 2019.12.24 16:59 / 조회 :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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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쯤만 하더라도 공영방송국에 방송국 이름을 단 무용단들이 있었다. MBC무용단, KBS무용단처럼 방송국 자체에서 공모하여 직원으로 활동했을 때다.

무용단의 주된 역할은 쇼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에 걸맞은 안무를 하거나 각 프로그램에 맞는 볼거리 제공과 활력을 넣어주는 춤으로서의 활동이다. 백댄서라고도 부르는데 요즘의 백댄서들의 활동은 예전과 개념이 다르다.

요즘은 단순히 가수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전문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 가수를 하기 위한 실습 기간으로 백댄서 활동을 하며, 댄서들만의 단독 공연이 이루어진다든지, 세계대회에 나가는 등 세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론 최근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져 방송국 자체 운영 무용단은 사라지고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개별적인 팀을 만들어 전문적인 백댄서 활동을 하는 등 문화가 변화된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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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내가 10대 때였을까 방학 때 시골 친척 댁에 내려가면 마을 어른들이 모여 널찍한 마루에 고구마를 먹으며 둘러앉아 TV를 보곤 했다. 어느 쇼 프로그램에서 가수들 뒤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일 때면 “무용과 나오면 저런 거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했던 나는 전혀 다른 춤이라며 상기된 얼굴로 왜 다른지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 했던 기억이 난다. 옛 어른들, 아니 아직도 무용을 접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용이면 모두 같은 움직임으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 무용과는 세 개의 순수무용 전공이 있다. 졸업 이후 무용 전문가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로 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 3분법으로 나누어진 순수무용의 분류 환경으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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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물론 학문적 분류법은 동∙서양무용 분류법, 기능상의 분류, 직능상 분류, 예술학적 분류, 사회과학적 분류 등 다양하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지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학문적인 것은 잊고 가장 쉽고 전반적인 무용 분류를 기준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3개의 순수무용 중 첫 번째 한국무용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무용으로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으로 분류된다. 긴 역사 속에서 전승되어 내려져 온 전통무용은 왕실 중심으로 발전된 궁중 무용과 민간 대중의 생활 속에서 계승 발전된 춤 민속무용으로 나눌 수 있다. 다시 궁중 무용은 ‘당악정재’와 ‘향악정재’로 분류되고 민속무용은 ‘종교 의식무’, ‘민속춤’, ‘교방춤’으로 나뉜다. 창작무용은 한국 무용 기법을 바탕으로 표현의 자유를 더 넓혀 미를 추구한 한국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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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순수 무용 중 두 번째로 프랑스 궁중무용에서 시작한 발레가 있다.

발레는 크게 ‘클래식발레’와 ‘모던발레’로 분류되며 정형화된 기법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발레를 클래식 발레라 하며, 정형화된 기법에 구속받지 않고 형식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표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모던발레이다.

3개의 순수 무용 중 세 번째로 서양에서의 예술무용으로 유일한 발레를 부정하면서 시작된 현대무용이다. 현대무용은 판에 박힌 동작과 형식적인 고전 발레를 거부하고 광범위한 감정의 영역으로써 개인적인 자유로운 표현하고자 한다.

그런데 순수무용의 3분법 활동 현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순수무용 이외의 힙합, 사교댄스, 방송댄스, 브레이크댄스, 재즈댄스, 테크노댄스 등등 수많은 댄스들은 모두 실용무용으로 보면 되고, 초입부에 다루었던 방송국 무용단과 백댄서들의 춤은 모두 실용무용에 속해있다. 이러한 실용무용을 배척하며 순수무용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3개의 순수무용 전공만을 고집하던 것이 대부분의 무용학과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차츰 실용무용 전공을 추가하거나 무용과 와 연기과를 통합한 학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무용 콩쿠르에서도 실용무용이 추가되며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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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이러한 변화들이 현시대에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발레만을 인정하던 시대에서 모던발레가 생겨나고, 마음의 해방뿐만 아니라 신체의 해방을 주장했던 현대무용이 예술로 인정받았던 시기가 왔듯이 지금이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아직 대부분의 순수 무용계에서 실용무용을 예술로 인정하기를 꺼리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오랜 역사 속에서 무용의 변화의 물결이 일어났듯 앞으로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한 그 변화될 무용계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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