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인'.. '벌새' 박지후 "한지민 존경..평생 배우하고파"

2019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1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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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박지후 / 사진=이동훈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첫주자 봉준호 감독과 '극한직업' 류승룡,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에 이어 올해의 신인배우 '벌새' 박지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극한직업'만큼 관객을 모은 것도 아니고 '기생충'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의 날갯짓은 꽤 힘찼고 많은 관객과 공감을 나눴다. 누군가는 이 영화에 감동했고, 또 누군가는 위로받았다. 그렇게 모인 관객이 14만이 넘었다.


'벌새'의 중심에는 1994년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 시절 은희는 제 한 몸으로 오롯이 표현해낸 배우 박지후(16)가 있다. 박지후는 김보라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겨온 1994년 그 시절 서울에서 때로는 웅크리고 때로는 팔딱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2019년을 며칠 남기지 않고 박지후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 온 고등학생 1학년인 박지후는 최근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마쳤다며 밝게 웃었다. '벌새' 속 딱 중2 소녀의 모습이던 박지후는 어느새 훌쩍 자라 맑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 올해의 신인배우로 이렇게 인터뷰 하게 돼 반갑다.


▶ 여러 시상식도 가고, 연말이라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벌새' 상영도 끝났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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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박지후 / 사진=이동훈 기자


- 올해 첫 주연 영화인 '벌새'로 큰 사랑을 받았다. 1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는데 뜻깊을 것 같다.

▶ '벌새'가 개봉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 제 친구가 말하길 개봉 전 제가 화장실에서 "'벌새'를 5000명 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더라. 많이들 봐주시고 입소문 내주셔서 감사하다. 그 작품에 제가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좋다.

- 영화 속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 많이 자란 것 같은데?

▶ '벌새'를 중학교 2학년 때 촬영하고,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그때는 단발머리에 통통했고, 지금은 공부에 연기를 병행하느라 찌들었다. 그때는 메이크업도 하나도 안 하고, 중2인 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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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스틸컷


- '벌새'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도 물론 많지만 '벌새'는 감성을 건드린달까. 삐삐나. 카세트테이프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요소들도 있고, 은희의 생활 자체가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 또 한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볼수록 다른 면들이 보여서 계속 찾아보신다고 해서 감사하다. 많은 관객분들이 여러 번 보시고 GV(관객과의 대화)에 오는 걸 좋아하셨다. 영화에 관한 질문 뿐 아니라, 고민도 들어주고 서로 위로하고 공감했다. GV를 하며 저랑 김보라 감독님이 울컥한 순간도 많았다.

- 2003년생 박지후의 눈으로 본 1994년의 은희는 어떤 사람이었나?

▶ 되게 풋풋하게 순수하다고 느껴졌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 고백도 직접적으로 하는데 은희는 고백도 돌려서 하는 게 신선했다. 또 그때는 노래방 가는 것도 날라리라고 했다더라. 그것도 신선했다. 은희는 집안에서 자기 주장을 못하지만 당당하고, 또 당차면서도 수줍음이 많은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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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스틸컷


- 본인이 살아보지도 않았던 1994년도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 감정적인 부분은 같은 10대라서 어려운 것이 없었다. 성수대교 사건 등을 알아야 하는 일인데, 직접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통해서 듣고 영상을 찾아봤다. 그렇게 조금씩 은희의 감정을 이해했다. 또 은희의 우울하고 쓸쓸한 감정을 느끼고, 촬영을 위해서 그때는 SNS도 끊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 영화 속 은희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중2병'의 모습을 보인다. 이제 고등학생으로 본 '중2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 저는 그게 나쁘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도 중2병을 지나고 사춘기를 겪어왔다. 투덜대고 짜증내고 그랬던 것 같다. 다들 한 번씩 지나가는 시기고, 그 나이대는 친구가 가족보다 소중한 그런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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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박지후 / 사진=이동훈 기자


- 어떻게 처음 배우라는 일을 꿈꾸게 됐나.

▶ 저는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 계기는 잘 생각이 안나는데, 엄마가 말씀해 주시기를 제가 어렸을 때부터 뉴스 진행하는 것을 따라하기도 했고 원래 나서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웃음) 그리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도 2학년 때부터 반장선거를 나가서 반장을 많이 했다. 리더가 되고,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다. 제가 집이 대구인데, 중학생이 됐을 때 대구 동성로 교보문고에서 캐스팅 에이전시를 통해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배우를 하게 됐다. 중학생이 되고 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반장 선거에 안 나갔다. 하하. 반장이 학교를 빠지거나 하면 피해를 줄 것 같았다. 아직까지 배우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아마 평생 즐거울 것 같다.

- 대구에서는 여고생으로, 또 서울로 오면 배우로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어떤가.

▶ 저는 아직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학생 박지후가 더 익숙하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허당 같고 바보 같은데 인터뷰 하고 화보 찍을 때는 달라지는 것 같다. 제가 대구에 있을 때는 사투리를 쓴다. 그런데 KTX를 타고 와서 서울역에 딱 내리면 자연스럽게 서울말이 나온다.(웃음) 마치 이중인격인 것처럼 이중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 생활에 적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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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박지후 / 사진=이동훈 기자


- 이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간다. 학업에 대한 고민과 욕심도 있을 텐데.

▶ 사실 제가 이번 기말고사를 잘 쳤다.(웃음) 잘 몰라서 찍은 것들이 맞았다. 선생님도 이번에 잘 쳤다고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다. 앞으로 계속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고 싶다. 지금처럼 시간을 잘 분배해서 공부해야 할 계획이다. 좋은 성적을 만들어서 제가 원하는 학교에 가고 싶다.

- 배우 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 지난달 영평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님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 하하.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한지민 선배님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얼마 전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한지민 선배님과 만나서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한지민 선배님과 같이 상도 받고 사진도 찍어서 너무 좋았다.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날이었다.(웃음)

- 올해를 마무리하며 세운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 일단 올해 벌새의 날갯짓이 되어주신 관객분들 감사하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을 찾아서, 제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성실한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응원해주는 아빠 엄마 언니, 가족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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