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류승룡 "동굴 아닌 터널이어서 감사..감사 또 감사"

2019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2.17 11:50
  • 글자크기조절
image
2019 영화결산 릴레이 인터뷰, '극한직업' '킹덤'의 류승룡/사진제공=프레인TPC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첫주자 봉준호 감독에 이어 '극한직업'과 '킹덤' 류승룡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닥에) 갔다 온 사람들. 이준익 감독이 자신과 설경구, 그리고 류승룡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류승룡은 갔다왔다. 각종 CF를 섭렵하며 최고 인기를 누렸던 그는 출연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부침의 시기를 겪었다. 정상에 오르다 보면 골짜기로 내려가기도 하는 법. 류승룡은 골짜기를 묵묵히 걷다가 올해 다시 오르막길에 올랐다. 그는 "끝이 막힌 동굴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터널을 통과한 것 같다"고 했다.


류승룡은 올해 1625만명이 관람한 영화 '극한직업'으로 다시 큰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 '갓' 신드롬을 일으켰다. 류승룡을 만나 2019년을 마무리하는 그의 소회를 들었다.

-정상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길을 걷기도 하고 골짜기로 내려가기도 한다. 류승룡은 최근 몇 년간 골짜기를 걸었다가 올해 극적으로 다시 오르막길에 올랐는데.

▶빈말이 아니라 골로 갔었다.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가 '극한직업'이 흥행하면서 '류승룡, 심폐소생술' '부활' 등등의 반응을 보면서 "아, 내가 자꾸 잊으려고 했나" 싶더라. 과정이었던 것 같다. 깊고 어둡고 축축한데 끝까지 갔을 때 (막힌) 동굴이면 어떻게 하지, 그런데 끝이 있는 터널이었던 게 감사하다. 그 시간 동안 저를 되돌아봤다. 또 그 시간은 저한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길 위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을 통해 목공도 배웠고, 술을 끊으면서 차도 배웠다. 예쁜 그릇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이란 잘 될 때는 좋은 말들이 두루 퍼지고, 안 될 때는 나쁜 말들이 두루 퍼지는 법이다. 유명세란 건, 그 사람을 둘러싼 좋은 말과 나쁜 말이 갈수록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고.

▶굉장히 억울하고 속상할 때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도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난 갑자기 유명세를 얻다 보니 그런 것들에 대한 필터링이랄까, 내성이랄까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런 것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견디는 법도 알게 됐다.

-한때 코믹한 이미지를 벗으려 코믹한 작품들을 애써 피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 택한 '극한직업'이 엄청난 사랑을 받게 했는데.

▶잠깐 동안 해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전에는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했는데 다 잘 안됐다. 그러다가 '극한직업'을 만났다. 내 은인인 장진 감독님의 색깔이 많이 보이더라. 재밌고 행복해질 것 같았다. 그 그림들이 형상화가 되더라. 그리고 슬랙스틱이 아니라 시치미 뚝 떼고 할 수 있는 상황 코미디였다. 정말 과정이 모두 좋았다.

-'킹덤'은 결과가 좋았지만 과정은 힘들었던 작품이다. 사고도 있었고, 제작비가 오버돼 쉽지 않은 상황도 있었고.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일부러 출연료를 낮춰서 했다고 하던데.

▶일단 '킹덤'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새로운 시도인 한편 숫자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넷플릭스는 시청률 같은 걸 공개하지 않으니깐. 창작자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제작비에 대한 고민은 건너 건너 들었다. 같이 만드는 데 같이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도 그렇게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 나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킹덤'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갓'이 유행했다. 일부러 알리려고 알린 게 아닌데 외국인들에게는 갓이 정말 멋있는 모자였던 모양이다. 우리만 몰랐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킹덤'에 감사함을 더 느꼈다.

-'극한직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치킨CF가 물 밀듯이 들어왔는데 모두 고사했다. 류승룡이 그러면서 다른 배우들도 동참했고.

▶(흥행이)잘되니깐 딱 겁부터 났던 것 같다. 동료들에게 "우리 무조건 고개 숙이자. 조용하자. 너무 감사한데 우리끼리 좋아하고 이빨 보이지 말자"고 했다. 골에 있었던 기억도 분명 그렇게 낮아지게 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치킨 광고는 이 영화가 소상공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걸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특정 브랜드를 광고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난 이렇게 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날 신경쓰지 말라고 했는데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image
2019 영화결산 릴레이 인터뷰, '극한직업' '킹덤'의 류승룡/사진제공=프레인TPC


-'배달의 민족' CF는 한 때 류승룡의 대표작이라 불릴 만큼 화제를 모았다. 광고주들도 그런 콘셉트로 류승룡을 많이 찾았고. '극한직업'으로 인기를 되찾으면서 그런 콘셉트 광고 제안도 다시 많았을텐데.

▶난 CF는 15초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5초 안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런데 부작용에서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다. 틀면 나오는 데, 처음에는 광고해서 좋았는데 어느 순간 '어' 하게 되더라. 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손님' 관객 반응 보려 극장에 몰래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영화 상영 전에 내가 한 코믹CF가 연속으로 계속 나온 다음에 '손님'이 상영되더라. 이런 게 소진이구나 싶었다.

-골에 있었던 시간은 선물이기도 했다고 했는데. 뭘 했나.

▶사실 원래 난 마이너였고 비주류였다. '난타'를 오래 했고. 스스로 여유 있는 사람이고 유쾌한 사람, 자신 있는 사람이라고 계속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기방어로 나를 지켜왔던 것 같다. 그런 게 와르르 무너졌다. 여리고성처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면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됐다. 이제 취한다는 게 뭔지도 알게 됐다. 고마운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을 더 알게 됐고 만나게 됐다.

'극한직업' 제작자 김성환 대표과는 여섯 작품을 같이 했다. 솔직히 몇 작품 안되면 또 하자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먼저 손 내밀어줬다. 힘들 때 같이 힘들어해줬고, 잘 될 때 같이 기뻐해줬다. 위축되고 조심스러울 때, 이런 좋은 사람들 때문에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극한직업'을 같이 한 독수리 오남매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극한직업'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을 때 김혜수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서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어서 물어물어 내 연락처를 알아서 연락을 했다더라.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문자였다. 정말 엄청난 감동이었다. 다 지켜보고 있었구나란 생각도 들고.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차기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에 출연했는데. '극한직업'이 잘 되고 있을 때고, '자산어보'에서 그리 비중이 큰 것도 아닌데 선뜻하겠다고 했는데.

▶이준익 감독님이 전화가 왔다. 저예산이고 비중이 적은데 할 생각이 있냐고 해서 무조건 한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님에겐 배운 게 워낙 많아서 그 현장에 가고 싶었다. 이번에도 정말 많이 배웠다. 설경구형과 내가 감정을 잡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준익 감독님이 못 울게 하더라. 그때 그 말을 했다. 우리는 (바닥에) 갔다왔잖아. 오십이 넘고 그렇게 갔다 온 사람들은 울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말 많이 배웠다.

image
2019 영화결산 릴레이 인터뷰, '극한직업' '킹덤'의 류승룡/사진제공=프레인TPC


-'킹덤2' 촬영을 마쳤다. '킹덤3'에도 나오나.

▶뭐 좀비물이니깐. 시즌3은 모르겠고 시즌4에선 푸하하. '킹덤'은 시즌이 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대서사가 될 것이다. 정말 기대된다.

-'킹덤'으로 해외에서도 알아보던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남아공을 갔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알아보더라.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와 염정아와 함께 주크박스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하는 등 쉼없는 활동을 이어가는데.

▶조은지 감독은 같은 소속사 식구기도 하지만 정말 좋은 배우이자 좋은 감독이다. 김성환 대표는 내가 두 작품이 안됐을 때 나를 선택해줬지만 조은지는 네 작품이 안됐을 때 나를 선택해준 감독이다.(웃음) '입술은 안돼요'는 감독 조은지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정말 나를 자극하는 영화다. 가족사이긴 하지만 누나와 매형을 먼저 보냈기에 더 그렇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2020년 목표가 있다면.

▶목표나 계획은, 음...예전에는 다음 작품이 없으면 불안해했다. 지금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작품에 충실하려 한다. 내년에도 '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마운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