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방송총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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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프듀' 대국민 사기극..CJ ENM의 '무너진 공든탑'③[방송결산]

[2019 방송총결산-예능]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12.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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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6년부터 매 시즌마다 대한민국을 열광케 했던 '프로듀스'(이하 '프듀')가 시즌4 만에 그늘진 실체를 드러내며 2019년 '대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했다. 처음엔 화면상 연습생의 분량 차이로 'PD PICK'이 추측됐고, 이 합리적 의심이 안타깝게도 입증되고 말았다. 연습생들이 힘차게 외쳤던 '국민 프로듀서'의 개념은 사실상 없었다.


'프듀' 제작진이 소속사들과 비리 관계를 거쳐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은 지난 7월 19일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101')이 종영한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이한결, 차준호, 손동표, 강민희, 이은상, 송형준, 남도현'으로 그룹 엑스원(X1)의 최종 데뷔 멤버 11명이 발표됐지만, 시청자들은 '독특한 공식'을 발견했다. 데뷔 멤버들 사이에 최종 문자 득표수의 간격이 '7494.442'의 배수로 일정하다는 것. '프듀'는 시즌1부터 '국민 프로듀서(시청자)의 손으로 아이돌을 직접 선발한다'며 문자 투표율 100% 반영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워왔던 터라 충분히 의심해 볼만한 정황이었다.

제작진은 "집계 및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문자 투표와 관련 가공되지 않은 원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엠넷은 자체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시청자들은 '프듀X101' 진상규명위원회를 창설하고 제작진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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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즈원, 엑스원 /사진=스타뉴스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엠넷은 엑스원의 8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데뷔와 음악방송 무대, 예능, 광고 촬영 등의 스케줄을 강행했다. 엑스원 멤버들은 '조작 논란' 질문에 "바쁜 스케줄로 관련 소식을 접할 상황이 많지 않았다" "활동을 통해 의혹을 씻어내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엠넷과 엑스원을 향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지상파에서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엑스원의 음악방송 출연을 금지했다.

'프듀X101'을 시작으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민낯이 줄줄이 드러났다. 2017년 '아이돌학교'에서 탄생한 그룹 프로미스나인, 2018년 '프로듀스48'(이하 '프듀48')에서 탄생한 그룹 아이즈원 멤버들의 선발 과정에서도 투표 조작 정황이 언급됐다. 경찰은 수차례 CJ ENM 사무실 및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연예기획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결국 '프듀' 전 시즌 연출자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이 11월 5일 포승줄에 묶인 채 검찰에 구속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안준영 PD는 '프듀X101'과 '프듀48'의 결과 조작을 인정,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40차례 넘게 접대를 받았고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총 1억 원이 넘는 접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에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본격적으로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고, CJ ENM 고위 관계자와 기획사 관계자 등 10명이 입건된 가운데 엠넷은 '2019 MAMA' 라인업에서 아이즈원, 엑스원을 최종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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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안준영 PD, 김용범 CP /사진=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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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안준영 PD는 '프듀' 시즌1·2에서도 일부 조작 혐의를 인정해 활동 종료된 아이오아이, 워너원을 향해서도 뒤늦게 '조작 멤버 색출' 움직임이 생겼다. 아이즈원, 엑스원이 해체 위기에 닥친 가운데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준영 PD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엠넷은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쏟아지는 매체들의 질문에 줄곧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4개월 만인 11월 5일 안준영 PD의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처음 공식입장으로 "'프듀X101'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가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 최종 투표 결과 원 데이터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관련 수사는 올 하반기 내내 진행되며 뉴스거리로 떠올랐을 만큼 규모와 충격 여파가 상당히 컸다. 심지어 과거에 방송된 엠넷 대표 프로그램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에서도 조작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따랐다. 엠넷은 한 때 '프듀' 열풍이 전 국민을 사로잡을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는 CJ ENM 윗선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개입도 의심 받는 형국이 됐다. 대한민국 문화 산업의 리더로 활약하던 CJ ENM의 공든탑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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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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