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 '슈퍼 빅딜'의 연속, 'CY' 디그롬만 초라해졌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2.13 17:06 / 조회 :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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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사진=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나흘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던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는 첫 사흘간 2억 달러(약 2340억 원)가 넘는 역대급 초대박 계약들이 연일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첫날인 10일(한국시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7년 2억 4500만 달러 계약에 워싱턴 내셔널스와 재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게릿 콜(29)과 앤서니 렌던(29)이 차례로 9년 3억 2400만 달러와 7년 2억 4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이번 윈터미팅이 시작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액으로 2억 달러가 넘는 '슈퍼 빅딜'은 총 16개가 있었는데 윈터미팅 시작 사흘 만에 그 수가 19개로 늘어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2억 달러짜리 계약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0년 말 알렉스 로드리게스(44)가 10년간 2억 52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었다. 1998년 말 케빈 브라운(54)이 7년 1억 500만 달러에 계약, 사상 최초로 1억 달러의 벽을 허문 뒤 불과 2년 뒤의 일이었다.

당시 브라운의 계약 소식을 전한 기사가 나간 뒤 어떻게 신문이 계약 규모를 10배나 잘못 전하는 큰 오보를 낼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그 당시에 1억 달러라는 계약은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보다 두 배 이상 더 큰 '슈퍼 빅딜'이 터져 나왔다.

이후 1억 달러 이상 계약들은 꾸준히 나왔지만 2억 달러 계약은 7년 뒤인 2008년 로드리게스가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새로 10년간 2억 7500만달러에 계약한 것이 두 번째였을 만큼 쉽지 않았다. 로드리게스가 아닌 선수가 2억 달러 벽을 돌파한 것은 2011년 말 알버트 푸홀스(39)와 프린스 필더(35)가 처음이었으니 로드리게스가 없었다면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로 넘어오는데 1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어 2014년 말 마이애미 말린스가 지안카를로 스탠튼(30)과 13년간 3억 2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3억 달러 시대가 열렸고 지난 3월엔 마이크 트라웃(28)이 LA 에인절스와 12년간 4억 2650만달러 연장계약을 체결, 사상 첫 4억 달러 선수가 됐다. 브라운이 처음으로 1억 달러 벽을 허문 뒤 20년 만에 4억 달러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로드리게스가 2억 달러 시대를 연 뒤에도 본격적으로 2억 달러 계약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0년 이상이 지나서였던 것처럼 4억 달러 계약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려면 앞으로도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올해 초 매니 마차도(27)와 브라이스 하퍼(27)가 각각 3억 달러와 3억 3000만달러 계약을 받아 3억 달러 클럽에 합류한 데 이어 이번 윈터미팅에서 콜이 역사상 4번째 3억 달러 계약선수가 되면서 3억 달러 시대는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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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보라스. /사진=AFPBBNews=뉴스1
이런 메이저리그 계약의 역사를 살펴보면 당연히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바로 스캇 보라스(67)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그동안 꾸준하게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꾼 기념비적인 계약의 중심에 있었다.

브라운의 사상 첫 1억 달러 돌파 계약과 로드리게스의 두 차례 2억 달러 계약, 그리고 이번의 계약의 연평균 가치(평균연봉) 기준으로 역대 랭킹 1위와 공동 3위에 오른 콜과 스트라스버그, 렌던 계약이 모두 보라스의 작품이다.

보라스 계약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이 FA 계약이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총액 기준으로 역대 최고 계약 톱10(공동 10위까지 11개) 가운데 보라스가 관여한 계약은 총 6개로 모두 FA 계약이다. 이중 로드리게스의 두 번째 2억 달러 계약도 첫 계약을 중도에 옵트아웃하고 난 뒤 다시 체결한 FA 계약이었다.

반면 역대 톱10 계약 중 FA 계약이 아닌 기존 팀과의 연장계약은 사상 첫 4억 달러 계약인 트라웃 계약(1위)과 첫 3억 달러 계약인 스탠튼 계약(3위), 그리고 놀란 아레나도(28)가 올해 초 체결한 8년 2억 6000만달러 연장계약(7위)과 미겔 카브레라(36)가 지난 2014년 체결한 8년 2억 4400만달러 연장계약(9위) 등 4개가 있는데 그 중 어느 것도 보라스의 작품이 아니다. 보라스는 기존 팀과의 연장 계약이 아니라 FA로 나서 여러 팀들의 경쟁을 붙여놓고 협상을 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FA 계약과 연장 계약은 어느 쪽이 유리한 것일까. 사실 그것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보라스에게 한다면 단연 FA 계약이라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단연 FA 계약을 선호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한다.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카브레라와 연장계약을 체결한 직후 곧바로 보라스의 고객인 맥스 슈어저(35)와도 초대형 연장 계약을 추진했으나 투수로 역대 최고 대우 오퍼를 뿌리치고 FA로 나서 결국 7년 2억 1000만달러에 워싱턴행을 선택한 것도 보라스 작품이었다.

연장 계약과 FA 계약을 비교할 수 있는 사례가 지난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제이콥 디그롬(31·뉴욕 메츠)의 연장 계약이다.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디그롬은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 때 메츠와 5년간 1억 3750만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 2년 후 FA 권리를 포기했다. 지난 2년 동안 오프시즌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FA 시장을 지켜봤던 디그롬으로서는 평균 연봉 2750만 달러의 이 계약이 당시에는 상당히 괜찮은 계약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스트라스버그와 콜의 계약이 터져 나오면서 디그롬의 연장 계약은 졸지에 초라하게 느껴지는 처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뉴욕 언론에선 "메츠가 횡재를 했다", "(메츠에) 세기의 계약이 됐다", "디그롬이 날강도를 만났다"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디그롬의 계약이 그의 진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헐값 계약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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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디그롬. /사진=AFPBBNews=뉴스1
결과론이지만 디그롬이 연장 계약을 하지 않고 예정대로 기다려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섰더라면 스트라스버그는 물론 콜과 맞먹는 계약을 얻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급히 FA를 포기하고 연장 계약을 택한 대가로 최소한 1억 달러, 어쩌면 거의 2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본 것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으니 디그롬 입장에선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연장 계약이 언제나 FA 계약보다 불리한 것은 아니다. 대박을 꿈꾸면서 소속팀의 대형 오퍼를 거부하고 FA로 나섰다가 대박 대신 쪽박을 찬 케이스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것은 시장의 상황과 당시의 경기력, 부상 등 예측 불허의 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디그롬의 에이전트가 보라스였다면 절대로 그 연장 계약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과연 이런 헐값 계약을 이끌어낸 디그롬의 에이전트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디그롬의 원래 에이전트는 브로디 밴 웨거넌(45)이었다. 다름 아닌 메츠의 현 단장이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톱 에이전트였던 밴 웨거넌이 메츠의 단장으로 임명됐고 그를 대신할 새 에이전트를 찾던 디그롬은 밴 웨거넌과 같은 회사인 CAA(Creative Artists Agency) 소속의 제프 배리를 새 에이전트로 삼았다.

이것이 실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에이전트였던 단장과 협상한 끝에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엄청난 헐값 계약을 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 밴 웨거넌으로서는 구단 단장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약을 한 셈이지만 디그롬 입장에서 보면 전 에이전트에게 '뭔가 당한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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