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만의 눈] 한국경마, 온라인 베팅에 목숨을 건 까닭은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 입력 : 2019.12.13 10:20 / 조회 : 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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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마공원 전경


한국경마, 한국마사회가 온라인베팅 실현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온라인베팅이란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마권을 발매해 베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경마장과 장외발매소라는 제한된 장소에서만 베팅이 가능하다. 사실상 줄을 서서 마권을 구입하는 오프라인 베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마사회는 온라인 마권발매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여기저기에 호소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그 대표적인 예로 국회의원 19명은 최근 온라인 마권발매에 대한 내용이 담긴 ‘한국마사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언론 등에도 설득하려 분주하다.

왜 한국마사회는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국내 동종업종간 기회의 형평성을 하소연하는 것이다.

한국경마를 짊어진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지난 2012년 7조839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뒤 지난해(7조5376억원)까지 내리막길을 걷거나 정체인 상태다. 이런 상황이 오래되니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연 관련 산업들은 동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반면 동종 사행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는 2009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 7000억원으로 2.6배, 그리고 복권시장은 2조 5000억원에서 4조 30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한때 카지노까지 합친 국내 총 사행산업 매출총량에서 33.7%나 차지한 국내베팅산업의 맏형인 한국경마는 도박이라는 갖은 수모와 질타를 받아온 데다 매출마저 사실상 떨어져 미래전망마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불법 베팅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불법사설경마 규모가 지난해 한국마사회의 합법 경마시장보다 2배 가까운 13조 9339억원에 달한다하니 주변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경마가 들고 나온 것이 온라인 마권발매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다른 베팅산업군은 모두 온라인 베팅이 가능하다. 스포츠토토, 복권 등은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

동종업계에서 경마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업종이 있다. 경륜, 경정이다. 역시 매출이 계속 빠지고 있고 온라인베팅을 할 수 없다. 소위 3경이라 불리는 경마와 경륜 경정은 사실 입장이 좀 다르다. 경마는 한국마사회가 운용하지만 경륜 경정은 스포츠토토를 운용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맡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륜 경정에서 빠지는 매출을 스포츠토토에서 보전해도 남는다. 그러니 좀 맘이 조급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외국을 보자. 미국 일본 영국 등 모두 온라인 베팅이 가능하다. 오히려 외국의 사행산업 관계자는 우리의 현실을 얘기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온라인베팅을 하면 더 투명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경마의 온라인베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실 우려 때문이다. 장소에 구애없이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베팅을 할 수 있으니 도박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럼 스포츠토토와 복권은 왜 온라인베팅을 일찌감치 허용했나. 한국마사회의 주관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오히려 이런 우려를 더 앞세워 온라인베팅에 소극적인 입장이니 소가 웃을 일이다.

온라인베팅은 어디서든 가능하니 보급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베팅금액과 고객이 투명하게 기록되니 베팅상한제를 지킬 수밖에 없고 모든 프로세스가 투명하다. 간혹 벌어지고 있는 뭉텅이 현금 베팅은 더 이상 발생될 수 없다. 온라인 베팅의 장단점이 있거늘 단점을 앞세워 주저한다는 것은 디지털 전자시대에 오히려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까.

미국 일본 영국 등 소위 베팅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각국 마다 수정, 발전시키고 있는 온라인 마권 발매. 한국경마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 도입되어야 할 베팅 변천사의 한 굵직한 대목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한국경마는 일제시대에 들어왔다. 1919년 3.1독립만세운동 이후 일제의 강압이 극에 달했을 무렵인 지난 1922년 들어왔다. 일제는 경마를 산업과 레저라는 분야로 육성시키지 않고 오로지 베팅 공간으로만 키워 한국민을 우매화시키려는 의도가 매우 컸다.

결국 ‘내기’라는 인간의 본성을 만족시켜주며 복합적인 마필산업을 이끌 역동적인 경마는 한국에서는 왜곡된 역사적인 운명 속에서 탄생했다. 태생부터 불행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후 오랫동안 건전한 레저공간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박이미지를 완전 탈피하지 못했다.

마필산업은 경마를 정점으로 해서 마필육성 및 종마, 승마, 목장 등 그 관련 산업이 매우 다양하고 넓다. 자연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그러나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해온 것 같다.

한국마사회가 호소하는 합법적인 온라인베팅의 실현은 마필산업이 제대로 서기 위한다는 측면에서 이젠 귀를 열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들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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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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