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러→스트라스버그→콜→RYU?' 보라스 회심의 미소 짓나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2.10 16:38 / 조회 :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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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보라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막을 올렸다. 그리고 그 첫날인 10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가 우완 특급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와 7년간 2억4500만달러에 재계약하면서 FA시장에 가장 큰 대어 중 한 명이 사라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드라마는 이제부터다. 바로 또 다른 우완 특급 에이스 게릿 콜(29) 쟁탈전이다. 사실 이날 스트라스버그 계약은 콜을 둘러싼 쟁탈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넘버 1 에이스’인 콜에 비해 약간 처지는 ‘에이스 1A’인 스트라스버그가 시장에서 일찌감치 빠져 나가면서 이제 콜을 놓치면 차선책이 될 ‘꿩 대신 닭’ 옵션이 사라진 것이다.

콜 영입전에 나선 팀들은 이제 다른 눈치 볼 필요 없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만약 여기서 진다면 이번 오프시즌에 팀의 간판 에이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콜을 둘러싼 영입전에 뛰어든 팀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LA 에인절스 등 정말 오랜만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헤비급 강타자들이 작심을 하고 링에 올랐다. 양키스가 일찌감치 콜을 이번 오프시즌 최대 우선순위로 규정하고 전력투구에 나선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후보들인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양키스와 제대로 한판 맞장을 뜰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인 양키스와 다저스는 최근엔 FA시장에서 전혀 큰 손처럼 행동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특히 양키스가 제대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동부의 양키스와 서부의 다저스는 미국의 최대 도시인 뉴욕과 LA를 대표하는 명문 팀들이지만 이들이 한 선수를 놓고 직접 경쟁한 사례는 그동안 별로 찾아볼 수 없었기에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도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은 양키스와 다저스가 작심하고 나선다면 뒤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양키스는 이미 콜과 개인 인터뷰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콜은 양키스에 “난 서부지역 팀에 대한 편애가 없다”고 확언했다고 한다. 그가 LA 남쪽 뉴포트비치 출신으로 UCLA를 나왔고 아직도 이 지역에 살고 있기에 고향팀인 다저스와 에인절스를 선호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은 것에 대해 그 것이 주요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더욱이 콜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은 양키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싸워보지도 않고 홈그라운드 출신의 최고 대어를 그냥 양보할 리가 없다. 다만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처한 입장에는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다저스의 경우는 이미 우승후보 전력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만약 콜을 얻는다면 금상첨화라는 입장이고 그렇게까지 필사적인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특히 콜을 붙잡으려면 그동안 대형 외부 FA 영입에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파격적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필요한데 과연 그가 그렇게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또 다저스가 FA 타자 가운데 최대어인 앤서니 랜던 영입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저스는 콜 영입전에선 관망만 하다 빠져나갈 수도 있다. 콜과 렌던을 모두 영입하는 것은 아무리 다저스라고 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다저스의 이번 오프시즌이 콜과 렌던, 둘 중 하나를 건지면 성공이라는 쪽에 맞춰지고 있다. 콜과 렌던의 에이전트가 모두 스콧 보라스라는 점에서 보라스가 적당히 줄다리기를 하다 콜은 양키스, 렌던은 다저스로 보내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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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최대어' 게릿 콜. /AFPBBNews=뉴스1


반면 에인절스는 다르다. 빌리 에플러 단장은 이번에 아무런 재정적 제약도 없이 윈터미팅에 왔다. 지난 수년간은 오프시즌에 쓸 수 있는 자금에 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어떤 한도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메이저리그 30개 구간 가운데 콜의 존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팀을 꼽으라면 바로 에인절스라고 할 수 있다. 양키스와 다저스는 사실 콜이 없더라도 현재 전력으로 소속 지구 우승이 가능한 팀들이고 오로지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확실한 레벨로 끌어올리기 위해 콜을 원하는 것이지만 에인절스는 다르다.

콜을 영입해 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인 선발진을 확실하게 보강하는 것이 최우선 절대 과제다. 이번 FA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선발진의 전력보강을 이뤄낸다면 당장 내년부터 우승을 노려볼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내년에도 중하위권을 헤맬 수밖에 없다.

특히 에인절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현 메이저리그 최고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이 소속된 팀이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트라웃이 풀시즌을 뛴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밖에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트라웃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전성기를 그냥 썩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에인절스로서는 트라웃이 전성기를 다 보내기 전에 그와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 마운드의 슈퍼스타가 절실한데, 바로 인근 동네 출신의 만 29세 최고 투수가 FA시장에 나왔으니 에인절스로선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 이번 콜 영입전에서 양키스의 최대 위협은 다저스가 아니라 에인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에인절스 구단주 아티 모레노(73)는 마음만 먹으면 진짜 큰 손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1년 10년간 2억5400만달러를 베팅해 알버트 푸홀스를 영입을 이뤄냈던 사람이 바로 모레노였다. 또 올해 트라웃을 12년간 4억2600만달러라는,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대 계약으로 붙잡은 것도 그였다.

평소에 돈을 펑펑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쓸 때는 진짜 화끈하게 쓰는 모레노가 작심하고 나선다면 양키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트라웃을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붙잡은 뒤 그에게 이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돈을 쓴 의미가 없기에 이번에 에인절스는 무조건 올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모레노 구단주는 바로 지난 주 에인절스타디움이 위치한 애나하임 시로부터 에인절스타디움과 그 주변 주차장 부지를 총 3억2500만달러에 사들이는데 합의했다. 그 매각 조건 중 하나는 에인절스가 앞으로 최소 30년동안 애나하임에 머물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트라웃과 12년 계약에 이어 두 번째 초대형 투자였다. 그리고 이런 투자가 빛을 발하려면 우승트로피가 꼭 필요하다.

한 가지 에인절스가 양키스나 다저스에 비해 유리한 것은 현재 팀 페이롤 상황이다. 현재 에인절스의 내년 예상 페이롤은 1억5200만달러로 양키스(2억400만달러)나 다저스(1억7600만달러)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다.

반면 양키스의 경우는 콜에게 예상되는 3억달러 이상의 풀베팅이 이뤄질 경우 내년 사치세 부과기준 중 최대 상한선인 2억4800만달러도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3개의 부과 기준 가운데 가장 많은 이 상한선을 넘긴다면 페널티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반면 에인절스는 그런 걱정없이 마음껏 베팅에 나설 수 있다. 여기에 콜의 집에서 지척거리에 있는 팀이라는 점을 보태면 양키스가 에인절스를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보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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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한편 에인절스가 콜을 양키스에 뺏길 경우 바로 류현진 영입에 뛰어들 가능성도 지켜볼 만 하다. 아니 어쩌면 콜의 영입 여부와 관계없이 류현진 영입전에도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에인절스는 선발진 보강이 그만큼 절실하게 페이롤에 여유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인절스라면 남가주 지역에 남기를 원하는 류현진의 선호도와도 맞아 떨어질 수 있다. 큼지막한 투자를 할 이유도, 의욕도 있는 동네 팀이 있다는 것은 실제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류현진에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팀들과 계약 협상에서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잭 휠러의 필라델피아 필리스 계약(5년 1억1800만달러)과 스트라스버그 계약에 이어 콜의 계약 수치가 드러나면 류현진의 예상 계약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스트라스버그와 콜, 렌던, 그리고 류현진까지 모두 고객으로 보유한 보라스가 짓는 회심의 미소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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