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년 만에 돌아온 인순이가 "행복"을 노래하는 이유[★FULL인터뷰]

이정호 기자 / 입력 : 2019.12.06 08:00 / 조회 : 4521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제공=휴맵컨텐츠


"신곡 발표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죠. 저는 불러주면 가는 사람입니다."

최근 TV를 보면 유독 가수 인순이(62·김인순)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TV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 모든 매체에서 말이다. 데뷔한 이후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노래하며 대중과 호흡한 만큼 인순이는 누구보다 대중과 가까운 가수다.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MBC '나는 가수다' 등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최근 인순이의 얼굴과 목소리를 자주 접하면서 "활동 정말 열심히 하네"라고 신기하게 생각한 것을 보면 나 또한 그를 한 명의 가수가 아닌, 그저 나이가 많은, 과거의 가수취급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 나를 부르면 어디든 가고 노래를 부른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 그의 말이 더욱 인상에 남는다. 인생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말이 유독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혹자는 그를 두고 "시대를 넘나드는 파워 보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 가요사에 레전드 아티스트로 꼽히고 있지만 여전히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머슬퀸'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그의 도전 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그런 그가 신곡 '행복'과 함께 오랜만에 활동에 돌입했다.

"약 4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네요. 사실 노래는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일과 병행을 하다 보니까 조금 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제 계획은, 이렇게까지 긴 텀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좋은 곡을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 다시 돌아오게 됐습니다."

인순이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은 당연하게도 '거위의 꿈'과 '아버지'다. 두 노래는 '희망'과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선 대표곡이 됐기 때문에 신곡을 만나기 더욱 어려웠다는 게 인순이의 설명이다. 그러던 중 이현승 작곡가가 "좋은 멜로디가 떠올랐다"며 말한 게 지금의 '행복'이다.

"당시 '행복, 행복 / 행복을 불러요' 이 후렴구만 부르면서 정리만 하면 된다며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한 게 '난 또 행복이구나' 싶었죠. 결국 가수 인순이의 색깔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가수라는 것을 그제야 인정하게 됐죠."

이러한 인순이의 설명은 한편으로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중에게 인순이는 '긍정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가 불러 히트 친 노래들 모두 희망찬 메시지부터 듣는 이를 위로해주는 메시지까지 긍정적인 바이브가 강하다. 그런데 정작 인순이는 이번 신곡 '행복'을 발표하면서 이 색깔을 인정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하. 이번에 그런 생각을 굳힌 거죠. 당연히 저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고 강하게 살아왔지만 이러한 메시지만 주겠다고 고집한 가수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대중이 그런 메시지에 공감해 주신 거죠. 운명처럼 그 두 곡이 저의 대표곡이 되면서 그동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수화를 병행하는 '거위의 꿈'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화려한 액세서리도 못했고요. 손톱도 못 꾸몄어요. 그래서 다음에 컴백하면 화려하게 해보자고 했었는데 또 '행복'을 부르네요. 하하. 장르가 정해져버린 거죠."

가수가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진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한편 아쉬움도 매우 클 것이다. 인순이는 "이번에 생각을 굳히니까 아쉬운 마음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콘서트에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상관없다"고 웃었다.

"또 '행복'은 제가 참여하지 않았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현승 작곡가가 주제를 정했고, 김이나 작사가가 이런 가사를 썼어요.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저를 너무 잘 표현했어요. 특히 '눈을 감고 내 이름을 불러 / 어릴 적 친구가 부르던 것처럼 / 서랍 속에 감춘 말들 다시 꺼내 봐 / 소리 내어 불러봐' 이 부분이요. 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고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거든요. 현실이 너무 각박한 세상이잖아요. 이렇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행복인 거죠."

image
/사진제공=휴맵컨텐츠


그러면서 그는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스타일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지금까지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고, 여전히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여러 고난을 겪고 이겨내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때가 있기에 지금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 아는 것 같다. 저는 매일이 행복하다. 매 순간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인순이는 '행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인순이는 신곡 발매와 함께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자 "당연한 것"이라며 "연륜이 오래됐다고 노래가 히트하는 것은 아니다. 곡을 발매했으니 열심히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답했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 해보지도 않고 투덜거리는 건 정말 싫어해요. 견디지도 못하는 성격이고요. 사실 요즘도 열심히 활동하는 저를 보고선 방송국에서 '인순이가 나온다고?'하는 반응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반응 자체가 이상한 거죠. 전 가수입니다. 불러주면 가야죠. 또 까칠하고 무서운 사람도 아니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오해도 풀고자 해요. 이참에 잘됐다 싶은 거죠. 하하"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며 여러 후배들을 만나는 인순이다. 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최근 가요계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K팝 열풍을 한국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애써 무시하던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순이는 먼저 후배 가수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최근 던과 라디오를 같이 출연했었는데요. 제 딸이랑 동갑이더라고요. 던 뿐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 대부분이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하잖아요. 까불까불 돌아다녀도 보고, 하루는 술에 취해 길에서 넘어져도 보고, 마음껏 사랑도 해보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유리로 된 집에 살고 있어요. 대중도 그 또래의 아이들로 봐야 하는데 그렇게 보질 않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원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이 안쓰럽죠."

인순이는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보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이 누군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데 이게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되면 아티스트의 예술성도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가수의 길을 선택했으니까,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기엔 잔혹한 현실"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 업계 관계자들이 더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쇼 비즈니스 사업이기는 하지만 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합니다. 그럼 후배들도 작품에 더 전념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한 만큼 결과가 보이니까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우리(같은 세대 가수) 때는 가수의 인기가 조금 시들해지면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성장하고 극복해가면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 가수들은 소모품입니다.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가서 과도기에 도달했을 때, 그들을 버리고 새로 만들어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깝죠. 가수들이 오래 활동해 팬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그런 시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순이는 2013년 중등 대안학교 '해밀학교'를 설립,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처럼 다문화 가정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제가 매 순간이 기적이라고 말을 했었는데요. 다른 선배님들처럼 히트곡도 사실 많지 않은데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게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뭔가를 해야 되겠다고,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다문화 아이들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28%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립하게 됐어요."

인순이는 '해밀학교'를 설립하는 데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과거 아팠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했다.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기가 싫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어 '해밀학교' 설립을 계기로 용기를 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큰 규모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내보다는 시외가 좋을 것 같았고, 그러다 보니 기숙학교가 되면서 식구가 많아졌죠. 처음부터 비용을 생각했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회에는 더 많은 '해밀학교'가 생겼으면 해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4%가 다문화 가정입니다. 학교가 더 생겨서 이 친구들의 사춘기를 잘 어루만져줬으면 해요."

앞으로도 인순이는 대중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0년이 넘는 시간을 노래했다. 40주년 기념 공연 때에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얼마나 제가 감사하는지 느끼셨을까"라며 "지금도 '마주하다'라고 팬과 1대1로 라이브 노래를 들려드리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계속 하면서 제 마음을 표현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