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스크린독과점 논란에 가려진 것들

[전형화의 비하인드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2.03 12:11 / 조회 :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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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단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독과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2'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독점금지법(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988년 설립돼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소통본부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시민단체다. 2016년 방송인 김제동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최근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던 법무부 간부들도 고발했다.

또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곰팡이 호박즙 사태로 논란을 겪은 유명 인플루언서 임블리도 고발했다.

한국사회 각 사안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는 이 시민단체의 고발로, '겨울왕국2' 스크린독과점 논란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겨울왕국2' 개봉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가 '겨울왕국2'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며 영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검찰 고발까지 열흘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겨울왕국2'는 858만명을 동원했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고 행정이 방치한 이 문제가 결국 한국사회 여러 사안들처럼 검찰과 법원의 판단 아래 놓이게 됐다.

왜 한국영화 스크린독과점에는 침묵하고 할리우드 영화 스크린독과점에만 핏대를 세우냐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사실 반독과점영대위의 기자회견 요점은 영비법 개정이다. 특정영화에 쏠린 스크린독과점을 문제 삼기보다는 바람직한 정책 수립을 촉구한다는 게 요점이었다.

문제는, '겨울왕국2' 개봉 이튿날에 경쟁작인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까지 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바람에 여론의 환기는커녕 한국영화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말았다. 결국 반독과점영대위와 무관한 단체의 고발로 이어지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반독과점영대위가 필요하다고 밝힌 영비법 개정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 등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된다. 일괄 규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겨울왕국2'를 비롯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기생충' '극한직업' 같은 영화가 향후 상영될 경우 극장에서 한 영화로 줄 세우는 현상은 사라지게 된다. 얼핏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들에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럴 경우 '윤희에게' '벌새' 같은 영화는 오히려 극장에서 상영될 기회조차 얻기 힘들게 된다. 현재 박스오피스에 개봉 중이라며 이름을 올린 영화는 100여편 가량이다. 이 영화들에 고루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분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영화들이 과점 형태로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나눠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년에 3~4차례 있는 스크린독과점을 막기 위해 일년 내내 과점 형태로 바꾸자는 소리다.

스크린상한제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 다만 일괄 규제는 필연적으로 과점 형태로 극장문화를 바꾸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독립영화, 외국 작가주의 영화들은 개봉 기회조차 얻기 힘들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도 영비법 개정안을 요구하는 영화계 일각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건, 그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방치했다가는 한국영화산업이 대기업의 입맛에 따라 좌우돼 공멸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관계도 이 목소리들에 감춰져 있다. 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20대 국회 상황상 이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건 쉽지 않다. 법사위 통과는 고사하고 해당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기에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기에 더욱 여론을 환기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여론전의 다음 주제로 부율, 부금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를지도 영화계 관심사 중 하나다. 그동안 스크린독과점 해법으로 대기업의 상영업과 배급업을 분리시키자는 방안이 거론됐다. 파라마운트 판결을 모체로 안철수, 도종환 의원이 각각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CJ ENM이 CGV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롯데시네마를 매각해야 한다는 게 요체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해결해야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상영업과 배급업 분리를 해법으로 제시했던 게 지금은 50% 일괄 스크린상한제 적용으로 주제가 옮겨졌다. 이 해법 제시들에 이어 다음 여론전 화두가 극장 부율, 부금 문제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와 배급, 상영업을 겸한 대기업들이 전체 그룹의 이해를 위해 부율 조정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영화의 배급 대 극장 부율은 55 대 45 가량이다. 극장이 45를 갖는다. CJ엔터테인먼트가 CGV와 같은 그룹 계열사가 아니었다면, 이익율 악화를 막기 위해 극장에 부율 조정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부율이 배급사가 아닌 극장을 위해 조정된 만큼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배급사가 더욱 유리하게 부율이 조정되면 각 영화 제작사에 돌아가는 몫도 더욱 커지게 된다. 대기업에게 돌아갈 몫을 중소기업에 더 돌리자는 주장이다. 과거 필름 시절 관행이었던 모든 극장에서 영화가 다 내려지면 정산하는 부금도, 현재 매일 집계되는 시스템으로 바뀐 만큼 더 빨리 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화산업 각 주체들이 논의해야 할 주제인 건 분명하다.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에 치열한 격론과 협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스크린독과점 해결에 대한 여론전이 이해관계 해결이 목적인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겨울왕국2' 스크린독과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해를 사고 여론환기에 실패한 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라는 걸 짚어야 한다.

스크린상한제는 필요하다. 일괄 규제가 아닌 탄력 규제에 다양한 저예산, 독립영화 지원책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 비난은 박수받기는 좋지만 통쾌하게 하려고만 하면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일괄 규제가 답이라고 하더라도 탄력 규제부터 적용해 시장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겨울왕국2' 스크린독과점 논란은 한국영화산업에 화두를 던졌다. 매번 제기된 화두지만 이번에는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 가려진 것들, 오해를 산 것들을 차분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분명하기에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 비난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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