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이동귀 교수(연세대 심리학과)는 ‘감사일기’를 쓰길 주위에 권유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지난 한 주 동안 감사했던 일을 규칙적으로 쓰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미래를 낙관하게 된답니다. 감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 때문이죠.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화를 내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라운드 후 반드시 ‘골프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엔 1. 날짜와 티업시간 1. 동반자 1. 전후반 기록과 버디수 1. 라운드 후기가 간략하게 쓰여 있습니다. 이걸 나중에 읽어보면 라운드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며 잠시 즐거움에 젖게 합니다.
또 연말이 되면 지인들에게 ‘골프 연하장’을 보내는데 대상자는 골프 일기를 읽으며 정합니다. *나를 특별히 초청해준 이 *79 안팎의 기분좋은 기록을 낼 때 격려하고 도와준 이 *집까지 와서 픽업하고 라운드 후 다시 집까지 데려다 주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해준 이 *긴박하게 부킹 부탁을 했는데도 흔쾌히 들어준 이 등등 10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연하장을 보내는 겁니다. 이 중 가장 고마운 이에게는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요즘 연하장 보내는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고마움을 표시하더라도 문자나 카톡으로 ‘이모티콘’을 넣어 간단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NS가 대세이긴 하지만 정성을 가득 담은 연하장을 직접 보내면 받는 이는 ‘감동 백배’입니다.
뭘 바라서는 아니지만, 이처럼 연하장을 보내면 내년 시즌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훨씬 더 친절하고 상냥해집니다.
지금은 ‘김영란법’ 때문에 사라졌지만, 접대 골프가 성행할 때 A그룹과 B그룹은 감사의 표시를 달리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A그룹 홍보 담당자는 접대를 받는 이에게 융숭한 식사를 제공하고 가족을 위해 차 트렁크에 ‘과일 상자’를 실어줬습니다.
그런데 B그룹은 라운드 하루 전날 접대받는 이의 집으로 장미 100송이를 보내며 “가장(家長)과 함께 지낼 귀중한 주말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라는 편지를 함께 담았답니다. 과일 상자와 장미 100송이-. 가족들이 받을 감동의 크기는 말하나 마나죠?^^
어차피 하는 거라면 좀더 근사한 방법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제 곧 12월이니 고마운 분들에게 정성이 담긴 연하장을 꼭 보내시길 바랍니다. 물론 골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분들에게 보내면 더욱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