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드 v 페라리' 심장이 요동치는 영화적 체험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1.21 11:00 / 조회 :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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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더 단순했던 시절. 자동차를 클러치와 기어로만 변속하던 시절. 자동차를 여자(She)라고 부르던 시절. 페라리가 땅 위에서 가장 빠르던 시절.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 리 아이아코카가 아직 포드에 있던 시절. '포드 v 페라리'는 그 시절을 7000RPM으로 밟는다. 심장이 마구마구 요동친다.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1966년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24시에서 페라리를 꺾고 포드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두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미국 포드사의 헨리 포드. 포드사를 세운 아버지에 이어 자동차 왕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컨베이어벨트로 자동차를 찍어내는 공장은 그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헨리 포드는 포드 자동차에 승리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페라리를 인수하자는 아이아코카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드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철저히 조롱당한다. "그 공장도 흉측하고 이사들은 쓰레기며, 당신은 돼지인 데다 헨리 포드가 아닌 헨리 포드 주니어일 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헨리 포드는 이를 갈며 르망24시 레이스에서 포드 자동차로 페라리를 꺾기 위한 팀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없다며.


미국인 최초로 르망24 레이스에서 우승 했지만 심장 질환으로 은퇴한 캐롤 셸비. 자동차를 만들고 레이싱팀을 이끌며 근근이 살고 있다. 그에겐 최고의 드라이버이자 사회성은 제로지만 누구보다 자동차를 잘 아는 켄 마일스가 있다. 아이아코카는 셸비에게 르망 24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꺾을 수 있냐고 제안한다. 돈은 원하는 대로 주겠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면서도 셸비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켄 마일스와 같이 레이스를 견딜 수 있는, 페라리보다 빠를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든다. 그렇게 전설은 시작된다.

'포드 v 페라리'는 단순하다. 24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야 하기에 최고의 차와 최고의 드라이버가 있어야 하는 르망24시 레이스에서 포드가 페라리를 이겨야 한다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한 사람들 이야기다.

그저 빠른 것만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 부릉부릉 거리는 엔진 소리에 심장 박동이 맞춰지는 사람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싸워가며 달리는 이야기다.

'포드 v 페라리'는 포드와 페라리의 싸움인 동시에 포드로 대표되는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과 싸움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영화를 이 두 가지 축으로 만들었다. 이 두 개의 싸움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이 싸움에서 끝내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엄청난 속도로 그려냈다.

레이스 묘사는 탁월하다. F1과는 다른, 장기 레이스의 속도와 풍경에 맞췄다. 좁고 빠르게 보는 게 아니라 넓고 빠르게 보게 만든다. 실제 같은 레이싱 사운드, 엔진 소리는 레이싱 경기장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레이스보다 두 주인공의 감정 묘사는 더 탁월하다.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특히 크리스찬 베일은 아무 말 없이 오롯이 표정으로 감정과 답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그 전설에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외고집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포드 v 페라리'는 관객을 자동차에 앉혀 7000RPM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아무것도 없고 달리고 있는 나만이 있는 세상. 단순한 세상. 그 너머로 데리고 간다. 극장에서 체험해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네마의 선물이다.

'포드 v 페라리'는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이자 포드라는 돈과 페라리라는 가치의 대결이다. 이 대결은 극장에서, 큰 화면에서, 엔진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봐야 마땅하다.

12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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