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2연패, 설욕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9.11.20 08:27 / 조회 :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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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다른 팀에는 다 져도 일본에만은 이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우리에겐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전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각오가 대단합니다.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고,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라는 김응용 전 야구 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야구 본선 티켓을 따냈습니다.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일본과 2연전에서 내리 패하며 대회 2연패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해결사를 발굴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았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졌습니다. 전날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난타전 끝에 일본에 8-10으로 패한 뒤 한국은 결승에선 최정예 멤버로 이틀 연속 일본에 맞섰지만 타선이 막히며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감독이 잘 했다면 우승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면서 “중심 타선이 끝내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중심타선은 좀처럼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올해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키움)는 4번 타자로 나섰지만 타율 0.179에 2타점이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타격왕 양의지(NC)의 성적은 타율 0.087에 1타점으로 더 나빴습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은 당시 부동의 4번 타자 이승엽(전 삼성)이 있었습니다. 이승엽은 2008년 3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불방망이를 터트렸지만 올림픽 본선에서는 저조한 타격으로 고전했습니다. 그러다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역전 투런포로 기사회생하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선제 투런포를 날려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은 득점력이 떨어져 슈퍼라운드에서 대만에 0-7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미국이 대만에 패했다면 끝까지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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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김하성. /사진=뉴스1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타자로는 이정후(키움)라는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이정후는 중견수로 나서 8경기 타율 0.385, 4타점 5득점을 기록했습니다. 10개의 안타 중 5개가 2루타였습니다. 이런 활약으로 대회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인 베스트11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내야수 김하성(키움)도 베스트 11에 선정됐습니다. 김하성은 타율 0.333(27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 7득점 등을 올렸습니다. 선발 투수로는 창이(대만)가, 구원 투수로는 브랜던 딕슨(미국)이, 포수 부문에서는 에릭 크라츠(미국)가 베스트11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일본의 스즈키 세이야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번 대회 타율 0.444(27타수 12안타) 3홈런 13타점 9득점을 기록하고, 한국과의 결승전에서도 0-3으로 뒤진 1회말 적시 2루타를 날리는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 몫을 해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야수나 투수 쪽에서 눈에 띄는 재목을 발견했다”고 했지만 중심타선 구성 문제는 계속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와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출전국이 최종 결정되는 2020년 4월 초부터 대표 선수 선발 등을 논의합니다.

한국은 모든 선수가 대표팀에서 헌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 안에서의 모습은 이런 다짐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맥없는 타격과 어설픈 수비 및 주루 플레이는 대표선수로서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수십억 원의 몸값, 스타 대접 등 안방에서 받는 대우를 국제무대에서도 증명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프리미어12에서 일본전 2연패와 대만전 참패는 곱씹어볼 만한 일입니다. 김경문호는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일본에 다시 설욕할 기회가 있습니다. 쓰라린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준비한다면 분명히 다시 웃을 기회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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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제31회 도쿄 올림픽은 내년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립니다. 야구는 모두 6개 나라가 출전합니다. 개최국 일본은 자동출전하고 대한민국은 프리미어12에서 확정됐으며, 이스라엘이 유럽 아프리카 야구선수권 1위의 성적으로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야구 변방의 나라로 여겨지던 이스라엘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우리나라를 이기며 본선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프리미어12 아메리카 1위팀 멕시코 등 4개 나라가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나머지 출전국 2개는 내년 3월 아메리카대륙 최종 예선과 세계 예선에서 1개 나라씩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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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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