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설리 죽음, 女아이돌 편견→'성희롱 악플·기사' 생성[★밤TView]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11.17 01:13 / 조회 : 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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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고(故) 설리의 죽음을 '악플'로 초점 맞췄다.

16일 오후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설리가 사망한 배경을 재조명했다. 설리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경찰은 설리에게서 타살의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내사 종결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해 설리가 "개강이다"라며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 캠퍼스에서 평화롭게 누워있는 모습의 사진을 SNS에 게재했던 당시부터 시작했다. 해당글이 올라온 후 네티즌들은 상의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노브라' 상태의 설리를 향해 "저거 찌찌" "완전 껌딱지네" "보인다 보인다"라며 성희롱성 댓글을 남겼다.

설리는 2014년 최자와의 열애설이 불거진 후 본격적으로 성희롱 악플과 루머에 시달렸다. 특히 설리가 스트레스성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설리가 자궁외 임신을 했다"는 출처 불명의 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설리의 나이는 만 20세였다. 이에 설리는 몇 년 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다가 2019년이 돼서야 복귀한 JTBC 예능 '악플의 밤'을 통해 "검사를 다 해봤는데 산부인과 검사를 하게 됐다. 그 검사를 받았더니 소문이 나더라"고 해명할 수 있었다.

설리의 팬은 "다른 연예인들의 루머보다 좀 더 더럽고 이미지 깎아먹는 루머가 많았다"며 "비행기에서 마약에 취해 똥 위에 구르고 있더라는 소문도 있었고, 배가 나와보이는 사진에 '애 밴 거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그걸 버티고 어떻게 활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돌그룹 에프엑스로 활동하던 설리는 결국 2015년 그룹에서 탈퇴했다.

설리는 사망 하루 전까지 환하게 웃으며 광고 촬영을 하고 그날 오후 6시 30분경 매니저와 다음날 일정을 얘기했다고. 지인들은 "내가 아는 진리는 하나의 사건 때문에 그렇게 할 사람은 아니다. (설리는) '왜 이럴까'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그렇게 보이지'란 말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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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이 가운데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네티즌들은 유튜브 등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거짓성 영상을 게재했다. '고인 모독'에 해당 됐지만 '설리의 남자친구'라 주장하며 영상을 올렸던 한 남자는 "연예인들이 악플로 상처 받는 건 좀 아니라 본다. 연예인으로서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 설리 씨가 악플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지 않느냐. 악플 때문에 징징대고 그럴 거면 연예인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리의 지인들은 설리가 연예인이 아닌 인간 최진리로 먼저 다가와 줬다며 함께 술자리에서 라이브를 가졌던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설리는 '노브라'를 묻는 질문에 "나는 괜찮아요. 근데 시선강간하는 사람들이 되게 싫다"고 말했지만 네티즌들은 반 이상 '오늘도 속옷 안 입었냐' '약 했냐' '술 마실 거면 라이브 왜 하냐'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라이브 방송에서도 네티즌들은 "뱃 속에 애가 있냐" "멍청이"라고 성희롱, 인신공격성의 악플을 달았고, 설리는 속상해했다. 신년회에서 남자의 도움을 받아 장식을 달던 모습을 올렸을 때도 설리는 성희롱 악플에 시달렸다. 설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한테만 유독 색안경을 끼는 분들이 많아서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설리에겐 이미 대중들로부터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남들이 올리면 웃고 넘어갈 수 있던 영상과 사진도 설리가 올리면 외설적으로 풀이됐다. '가슴골' '관종' 등 설리에게 악플을 달았던 이들은 인터뷰 요청을 하자 "저는 그쪽한테 단 게 아니다" "그냥 장난이었다. 연예인은 사랑만 받는 게 아니다. 악플도 받으니까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걸 다 누리며 사는 게 아니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악플러들은 자신이 쓴 댓글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설리는 또 다른 라이브 방송에서 "그래도 욕하는 건 싫다. 이게 문자로 남는다는 게 그 사람의 감정이 안 보이니까 정말 무서워요. 좀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털어놨다. 설리의 소속사 관계자는 "(설리가) 4, 5년 전부터 본인이 정서적 문제를 회사와 상의했고 정기적으로 1주일에 한 번 씩 상담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설리와 친분이 있던 홍석천은 "(악플은) 교통사고 갚은 거다.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일을 당하면 제정신으로 버티는 것도 희한한 일이다. 나도 샤워를 하는데 심장이 너무 조여오더라. 어느 순간 답답하고 무섭고 사람 많은 데가 싫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설리가 숨지기 한 달 전인 지난 9월 라이브 방송에서 설리는 외부에서 한 남성이 다가오자 팔로 자신을 방어하며 극도로 기피하고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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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설리에 대해 '논란' '파격' '엽기' 등 자극적인 수식어로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이번 사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중 두 기자는 "기자 한 명 당 써야하는 기사수가 있다 보니 발로 뛰는 데엔 한계가 있다. 오로지 돈 때문에 그렇게 쓴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게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 사진이다. 거기에 더 독특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붙인다"고 고백했다. 기사 조회수를 기준으로 광고료가 책정되다 보니 낚시성 기사를 쓴다는 것. 자극적인 기사들 중엔 '이슈팀'이란 식으로 정확한 기자의 신상을 파악하기 힘든 바이라인도 많았다. 매체에 있던 이는 "기자가 아닌 아르바이트가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설리 소속사에선 정정 요청을 묻는 질문에 "모든 기사에 다 문제를 삼는 게 애매하다"고 말했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매체에서 잘 다뤄줘야 연예인의 신분이 유지된다. 소속사에선 긁어 부스럼이라 생각했을 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설리의 "기자님들 저 좀 예뻐해주세요"라고 말한 모습이 전해졌다. 그럼에도 네티즌들과 언론사 관계자는 "'관종'이라고 하죠? 본인 스스로도 논란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리에게 책임을 물었다.

여자 아이돌로 활동한 설리는 그동안 존중받아야 할 '인격'보단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됐다. 이에 설리는 극심한 다이어트, 열애 금지 등 사회의 '여성 인권 신장' 변화와 대비되는 대중의 기대틀에 맞춰 살아야 했다. 설리는 '악플의 밤'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노브라'란 표현에 대해 "개인의 자유가 아니냐. 와이어가 소화 기관에 안 좋다. 나는 편해서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브라를 액세서리로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가 페미니스트로 욕을 먹었던 일,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소녀는 뭐든 할 수 있다'는 휴대폰 케이스 문구가 찍힌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지적 받고 삭제한 일이 있었다. 설리는 "(악플에) 숨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설리의 지인은 "진리는 잘못된 걸 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했다. 그때 진리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했다"며 "어떤 환경이었고 어떤 성정체성을 가졌든 여성주의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함부로 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혐오 차별에 대한 내용들이 법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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