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감수성 져버린 '연애의 맛3'[★FOCUS]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11.18 07:30 / 조회 :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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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연애의 맛'이 모성애를 요구하는 걸까.


최근 시즌3를 맞은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맛'('우리가 잊고 지냈던 세번째 : 연애의 맛', 이하 '연맛3')이 여성 출연자들의 '연애' 이전에 '모성애'를 요구하는 그림이다.

'연맛3'가 윤정수, 정준, 이재황, 박진우, 강두를 출연시키며 좀 더 '자극적인 맛'으로 돌아왔다. 아직 3회째인데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뜨겁다. 반면 공감도는 하락한 듯하다. 이번 '연맛3'는 앞선 시즌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출연자마다 연애에 임하는 태도에서 '개성'이 참으로 뚜렷하다.

먼저 윤정수는 아직 소개팅 2전 2패인 분위기다. 첫 번째는 소개팅녀 박수진에게 자신의 보증 얘기, 무리수 개그, 2세 계획 등 부담스런 질문으로 거부감을 샀다. 두 번째로 만난 김현진에게는 이를 보완해 민감한 질문은 다소 피했지만, 상대방을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홀로 마사지를 받게 만들어 커플 성사에 불안감을 줬다.

정준은 두 번째 만남 만에 김유지와 예정에 없던 1박 2일 경주여행을 떠났고, '과속 스킨십'으로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첫눈에 반한 탓인지 정준은 김유지에게 "나는 진심인데 왜 내 마음을 모르냐"며 빨리 마음을 터놓으라 하고, 김유지는 자신과 다른 속도에 "연기하는 것 아니냐"며 난처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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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연애의 맛3' 방송화면 캡처


이재황은 '집돌이'이자 10년째 연애 단절자인 '황솔로', '겁재황'으로 별명부자 출연자에 등극했다. 유다솜과 식사, 운전, 놀이동산 등 모든 상황에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진우는 김정원과 첫 만남부터 능숙한 터치와 귀에 속삭이는 기술로 '연애 고수'임을 자랑했지만, "심쿵"과 "연출의 맛"이란 반응으로 양분됐다.

강두는 '짠내의 맛'이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월 수입 30~50만 원 생활고에 '연포자'(연애 포기자)였다가 겨우 소개팅녀 이나래를 만났다. 강두는 소개팅 기념으로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코트를 구입하는가 하면, 이나래와 편의점 커피를 마신 후 중국집 쿠폰 80장을 선물로 주고 짜장면과 양장피를 결제했다. 마무리는 코인 노래방. 첫 데이트 코스로는 흥미롭지만 앞으로의 만남이 순탄히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을 사기도 했다. 짜장면을 먹던 강두가 "자주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 말하는 장면은 눈물마저 자아냈다.

이처럼 개성 강한 이들의 소개팅 장면으로 '연맛3'는 첫 회 만에 시청률 4.5%를 달성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앞선 시즌의 초반 시청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상황이 많아진 '연맛3'를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응원만큼 우려도 많다. 특히 여성 소개팅 상대들에게 가혹한 짐을 안기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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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연애의 맛3' 방송화면 캡처


'연맛3' 소개팅녀들은 소개팅남들의 특이 상황을 '멋쩍은 미소'로 받아들인다. '거부' 의사를 표시한 이는 윤정수의 첫 번째 소개팅녀 뿐, 대부분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불편함은 당사자를 넘어 시청자의 몫이 된다. '연맛'에선 소개팅의 주체가 남성 측이고, 객체가 여성이다. 그래서 수고를 감내하는 쪽이 여성으로 그려진다.

일부 '설정'이 가미됐다고 가정해도 '연맛3'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불편함을 주는 쪽과 묵묵히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쪽의 성별이 애초에 정해진 듯한 구도다. 출연자의 스펙은 다양할 수 있다. 여자가 무리수 질문을 할 수도, 빠르게 스킨십 시도를 할 수도, 어리바리할 수도, 생활고에 허덕일 수 있다. 그러나 '연맛3'에선 그런 당사자가 남자로만 나온다. 이는 곧 출연녀뿐만 아니라 출연남까지 모두에게 '불편한 설정'이 된다. 2019년판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를 보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회차에선 '연맛3'가 연애의 맛을 알 전제로 출연자에게 모성애를 요구하는 눈치다. 가뜩이나 '젠더 감수성'이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요즘의 시청자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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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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