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타' 조은지 "배우는 계약직..짠내 난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1.14 16:40 / 조회 :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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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센타' 조은지/사진제공=프레인TPC


조은지가 배우로 먼저 관객과 만난다. 조은지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카센타'로 배우로, 내년 개봉하는 영화 '입술은 안돼요'에선 감독으로 찾아온다. 어쩌면 '카센타'는 배우 조은지의 넓은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영화인 동시에 '입술은 안돼요'의 서곡일 수 있다. 그녀는 배우로서 '카센타'에서 쌓은 것들을 '입술은 안돼요'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냈을 터다.

'카센타'(감독 하윤재)는 파리 날리는 한적한 국도변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와 선영 부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로에 날카로운 쇳조각들을 뿌린 뒤 타이어가 펑크 난 차들을 수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조은지는 선영 역을 맡았다. 선과 색이 명확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았던 조은지는 '카센타'에서 감정의 넓고 깊은 면을 보였다. 영화감독 조은지를 알리기 전에 배우 조은지의 이 모습을 먼저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다.

-'카센타'는 왜 했나.

▶시나리오가 좋았다. 처음부터 술술 읽혔다. 선영이란 캐릭터가 욕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끌렸다. 그래서 하윤재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었다.

-엔딩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바로 앞에서 끝냈으면 더 좋았을 법도 하고. 연기뿐 아니라 연출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시나리오는 엔딩이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찍으면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엔딩의 결이 좀 달라진 듯하다. 관객이 판단하게 만들었다. 감독님이 오래 준비한 영화라 원하는 게 명확했다.

-선영은 돈을 벌기 위해, 두 번의 선택을 한다. 특히 두 번째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는지.

▶영화 속에 재구와 선영 부부의 전사가 정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 부부의 삶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쌓였기에 그 선택이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그 선택의 한 원인을 환경으로 그리려 했다. 젊은 부부가 어느 것 하나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사는 환경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이 납득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두 번째 선택 이후 선영이 친구들과 만났을 때 다리를 감추는 장면은 애드리브인가, 디렉션인가. 말없이 많은 걸 설명하는 장면인데.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이다. 친구들에게 기름 때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 그리 표현한 것이다. 감독님과 촬영 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 이야기뿐 아니라 내 얘기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감독님이 한 마디씩 던질 때 아, 그림이 명확하구나라고 느꼈다.

-두 번째 선택을 한 뒤 남편 재구(박용우)와 같이 자는 장면에서 모욕, 분노, 좌절, 회한, 미안함 등 온갖 감정을 토해내는 게 아니라 누르는 게 정말 좋았는데.

▶감독님과 그 장면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장면에는 감독님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예컨대 이불을 뺏어서 펼치고 자는 모습 등은 감독님이 마음을 다잡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하더라. 그런 행동들 속에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테이크는 두 번에 오케이가 났다.

-상대역인 박용우와는 어땠나.

▶'달콤살벌한 연인' 이후 두 번째 같은 작품을 했다. 정말 많이 배웠다. 박용우 선배는 슛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주위의 어떤 사물 하나하나를 보면서 이걸 갖고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있을지 끝까지 고민한다. 열정적이고 많이 배웠다. 또 즉흥적이지 않다. 혹시 상대에게 실례되지 않을까란 배려에 촬영 전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떠냐고 먼저 제안을 꼭 한다.

-'카센타'는 조은지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속 모습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영화고 롤이다. 쾌감과 부담이 동시에 있었을 텐데.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데 끌렸던 마음이 물론 없지 않다. 극 중 롤이나 포지션에 의미를 뒀다기보다 그래서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하는 역할인데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컸다.

-기존 여러 작품들 속 조은지는 강하고 색이 명확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 '카센타'에서 그런 모습들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예. 탈피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좀 더 현실적인, 그런 진폭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카센타'로 그런 마음이 해소됐나.

▶어떤 작품이든 해소하려 한다. 표현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게 다반사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는 내가 제대로 표현했는지 잘 몰랐는데 완성본을 보면서 아, 내가 뭔가 표현하려 했던 걸 감독님이 잘 캐치해줬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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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센타' 조은지/사진제공=프레인TPC


-그런 마음이 바탕이 돼 영화감독도 하게 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영화감독은, 나도 한 번 보여주겠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20대 초반부터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버릇이 있었다. 내가 말을 잘 못하니깐 글로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시나리오도 썼는데 주위에서 이걸 단편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란 말들을 많이 했다. 직접 연출해 보란 소리도 했고. 처음에는 한 귀로 흘려듣다가 점점 한 번 해볼까, 하고 싶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단편영화 '2박 3일'도 찍고, 아직도 후반작업 중인 '2만원 효과'도 찍었다. 영화제에 초청돼 여러 독립,단편영화 감독님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찾아오면 또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그러다가 장편 연출작으로 '입술은 안돼요'를 제안받으면서 하게 됐다. 내가 영화감독에 맞다기보다 하고싶다,였다.

-'카센타'를 찍고 그 뒤에 '입술은 안돼요'를 연출했는데. '카센타'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나.

▶정말 큰 도움을 줬다. 관계에 대한 이해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감독을 더 이해하게 됐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더 이해하게 됐다. 그림과 구성에도 훨씬 더 생각하게 됐다.

-'카센타' 속 블랙코미디는 조은지와 박용우, 둘의 아이디어가 많이 녹아 들어갔다던데.

▶'카센타' 속 코미디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용우 선배 등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만들어 갔다. 난 원래 코미디를 좋아한다. 앞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도 코미디는 절대 뺄 수 없을 것 같다. 드라마가 있는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설정이 있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코미디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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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센타' 조은지/사진제공=프레인TPC


-'카센타'처럼 인간 조은지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 걸 따르게 되나.

▶마음이 가는 족으로 선택한다. 머리로는 계산을 하게 되는데 마음으로는 양심이랄지, 뭔가 꺼림칙하는 게 있다. 그런 게 있으면 그쪽으로는 안 하게 된다. 내 경험을 통계적으로 볼 때 머리로 선택했을 때 후회한 게 많더라. 그래도 마음으로 선택할 때는 뭔가 지켰구나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배우와 감독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고 싶나.

▶배우. 배우로 살고 싶다. 배우란 직업이 선택받는 입장이고 기다림이 더 오래 걸리지만 배우로 활동하면서 점점 더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 죽기 전까지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들고. 아직 감독으로 경험이 더 적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연기를 오래 하면서 슬럼프를 느낀 적은 없나.

▶매번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까지 계속 슬럼프다. 왜 그렇게 했을까, 고민하다가 죽기 전에 한 작품 남기면 되지 뭐, 이러곤 한다. 배우란 직업은 계약직이지 않나. 짠내 나기도 하고.

-'카센타'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감독님이 정말 오래 피, 땀, 노고를 들여 완성한 영화다. 보상이란 말보다는 감독님의 그 노력에 합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는 늘 그렇지만 조은지가 저런 모습도 있어? 이렇게 새롭게 발견되길 바란다.

-'입술은 안돼요' 촬영을 얼마 전에 끝마쳤는데.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원하는 후반작업 기간이 있다면.

▶만족될 때까지란 건 오만이고. 시나리오 느낌과 영화가 같다는 지점이 될 때까지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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