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조진웅 "아무리 봐도 아닌 건 달려든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1.12 09:40 / 조회 :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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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조진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진웅은 올해 '광대들: 풍문조작단'과 '퍼펙트맨'으로 관객과 만났다. 오는 13일에는 '블랙머니'로 또 한 번 관객과 만난다. 다작이라고 하면 다작이고, 쉼 없는 활동이라면 활동이다. 호평을 받는 영화도 있고, 혹평이 쏟아진 영화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조진웅의 넘치는 에너지다. 쉼 없이 에너지를 쏟아내도 차고 또 넘친다. '블랙머니'에서도 조진웅은 넘친다.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는 론스타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다. 극 중에서 조진웅은 희대의 금융 먹튀 사건 증인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모함을 받고, 누명을 벗으려 해당 사건을 조사하다가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치는 양민혁 검사 역할을 맡았다. 수사를 위해서라면 상사의 지시를 어기는 것은 물론 불법 감청, 불법 연행도 서슴치 않는다. 조진웅이 그런 역할을 맡았기에 납득된다. 그의 말을 들었다.

-'블랙머니'는 왜 했나.

▶제작사 이정호PD와 인연이 오래됐다. 그런데 한 번도 같이 작품은 못했다. 어느 날 '블랙머니' 시나리오가 있는데 한 번 봐달라고 하더라. 이걸 하면 처음 같이 작업하네,라면서 받았다. 내가 금융을 잘 모르겠는데 이해할 수 있더라. 이러면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지영 감독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해서 이PD와 셋이서 술 한잔을 찐하게 먹고 '가자' 라고 했다. 정지영 감독님은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시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누가 정지영 감독님은 (영화) 장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장인이랑 작업해 보는구나 싶었다.

-금융 먹튀 사건이란 게 전달하기가 쉬운 이야기가 아닌데.

▶사실 간단한 이야기다. 금융 용어가 어려울 뿐이지, 눈 뜨고 코 베인 이야기 아닌가. 내용이 철학적이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무척 스트레이트한 이야기다.

-최근작들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좀 더 흥행이 될 법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흥행을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업을 하고 싶은 게 전부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광대들'이 이렇게까지 안 됐네,란 생각에 울고 그러다가 털고 다시 시작한다. '퍼펙트맨'도 설경구 선배랑 처음 같이 작업했는데 흥행이 안타깝긴 하다. 그래도 그런 생각에서 무심하려 한다. 언제까지 침울해 할 수는 없다. 그건 내 데이터로 남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다른 영화 현장에서 갖고 가면 안된다.

또 영화가 잘 안되면 서로가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잘되면 잘 되는 대로 즐겁고. 안 된다고 같이 한 사람들 안 보면 지금 내 주위에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건 느꼈다. 요즘 관객들은 정말 현명한 것 같다. 이게 비었다 싶으면 정확히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집요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 감독님들과 할 때는 어리광도 부리곤 한다. 그런데 데뷔하는 감독님들과 할 때는 부담이 있다. 데뷔작이라 부담이 있는 게 아니라 혹시 작품이 나 때문에 잘못되면 그 감독님의 미래가 자칫 불투명해질 수 있으니깐. 그래서 서로 진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래서 정지영 감독에겐 어리광을 많이 부렸나.

▶일단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굉장히 열려 있으시다. 집요하고, 연륜이나 경험으로 억압하지 않는다. 그런 점은 1도 없다. 스스로 나오게끔 끌어주신다. 현장에서 난 모르면 언제나 손을 든다. 내가 손을 들면 감독님과 즉석에서 토론을 한다. 스크립터, 촬영감독 다 모여서 그 장면에 대한 당위를 서로가 알게 만든다. 영화를 같이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당시 론스타 사건을 조사한 실제 검찰 중에 참고한 인물은 있나.

▶없었다. 왜냐하면 직업 설정이 검사였을 뿐이니깐. 경제 전문 검사도 아니고 일반 검사다. 잘 모르는 금융을 알게 되는 한편 검사니깐 사건의 실체를 쫓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화자 역할로 적당한 인물이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설정에 충실하자고 생각했기에 롤모델은 없었다.

-열혈 검사라는 설정이 과거 맡았던 캐릭터들과 일부 겹치는 게 있는데.

▶겹치는 게 있긴 하지만 결이 다르다. '블랙머니' 양민혁 검사는 실제 있던 사건을 관객에 알리는데 기능적인 역할이 분명한 캐릭터다. 스트레이트한 인물이다. 내가 하면 잘 전달할 것 같았다. 다만 60% 정도 화를 내면 되는데 연기하다가 갑자기 화가 더 나더라. 아니 어떻게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지, 이게 다 국민 세금인데. 그런 장면들을 감독님이 결국 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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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조진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속 양민혁 검사는 큰 범죄를 잡기 위해 작은 범죄를 저지른다. 불법 감청, 불법 침입, 불법 연행. 거악을 잡기 위해 소악을 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실제 나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우선 그 길 밖에 없는지 고민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길 밖에 없다면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를 느끼게 하고, 내가 저지른 범죄는 그것대로 처벌받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인가.

▶그렇게 정의로운 건 아니다. 예민한 것 같다. 자잘한 것에는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확 마' 이런다. 계속 건들면 달려든다. 난 누가 건드리는 걸 싫어한다. 마사지도 싫어한다. 건들면 복수해야 한다.

-영화에 금융 전문 변호사로 등장하는 이하늬가 조진웅이 정지영 감독과 같이 '블랙머니'를 통해 론스타 사건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열의가 현장에서 엄청났다고 하던데.

▶그 정도 안 하는 영화가 있을까요? 다들 의기투합해서 한땀 한땀 좋은 영화 만들자고 노력한다. 정지영 감독님은 지인들이 현장에 찾아와도 알아서 커피 마시고 가라고 하신다. 오롯이 모니터만 보고 촬영에만 신경쓰신다. 어디 이하늬도 설렁설렁 했겠나. 에너지가 엄청난 친구 아닌가. 지구상 텐션이 아니다. 2~3km 밖에서부터 이하늬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로 몰입했다.

-송강호는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블랙머니' 같은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송강호 선배의 말에 동의한다. 난 고 최진실 선배가 롤모델이다. 방에 포스터도 사방에 있었고, 출연한 모든 작품을 다 봤다. 6개월 동안 라디오를 하셨는데 그때 방송을 전부 테이프로 녹음했다. 최진실 선배에 대한 동경으로 자연스레 영화와 연기에 대해 알게 됐다. 내 세상이 바뀐 것이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수는 없어도 누군가의 세상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랙머니' 같은 영화를 누군가는 정치색이 있다고 꺼려 할 수 있는데. 블랙리스트가 있기도 했던 세상이라 걱정되는 건 없었나.

▶정치색이 있는 영화가 아닌데 그렇게 본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 외압 같은 건 받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런 게 오면 내 성격대로 달려들 것 같다.

-작품을 쉼 없이 하는데. 쉼 없이 해도 지치는 법이 없는 것 같은데.

▶갈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시나리오들이 재밌고. 언제까지 나를 찾아줄 지는 모르겠지만. 난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 다닐 때부터 항상 대본을 여러 개 끼고 다니면서 동시에 여러 일을 했다.

다만 관객들이 봤을 때 조진웅 연기 이제 별로다, 라고 하면 그것만큼 슬럼프가 없을 것 같다. 사실 연기를 할 때 오히려 슬럼프를 느낀다. 어제도 차기작인 '경관의 피'를 찍고 왔는데, 그냥 브릿지 장면이었다. 그런데 계속 안 풀리더라. 미치겠더라. 그러다가 밥 먹고 양치질하면서 어떤 생각이 퍼뜩 들어 풀리더라. 그러게 작업할 때 슬럼프를 느끼곤 한다. 그래서 작품 하나 할 때 이백만년은 보내는 것 같다.

개봉 전날이면 언제나 악몽을 꾼다. 무대인사를 하는 데 관객들이 그냥 별로라는 표정으로 나가는 꿈을 꾼다. 그럴 때 무섭고 두렵다.

-무엇이 두려운가.

▶내가 (배우를)그만둘까 봐 두렵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럴 생각이 들까봐 두렵다. 난 할 줄 아는 게 연기 밖에 없다. 모아둔 돈도 없고, 집도 전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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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조진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지영 감독은 조진웅이 스펙트럼이 엄청 넓은 배우인데, 다이어트를 하면 그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어질 것 같다고 하던데. '독전' 때처럼 유지하면서 작품에 따라 폭을 넓힐 계획은 없나.

▶살을 빼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독전' 때는 이해영 감독님이 살을 빼라고 하길래 '아니 얼마나 살 빼는 게 어려운 줄 아세요'라고 했더니 '아니 운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해서 오기로 뺐다. 당시 내 역할이 마른 장작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작품마다 살을 빼야 한다면 뺄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뭐. 담배는 끊었다.

-단편을 연출했는데. 장편 연출도 생각이 있나.

▶주위의 도움으로 품앗이처럼 찍었다. 이 이야기는 10여년 전부터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이야기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라. 그래서 찍었다. 원래는 장편 분량의 긴 이야기다. 거기에서 몇 시퀀스를 단편으로 만들었다. 이 단편을 레퍼런스로 삼아서 시나리오를 들고 장편으로 만들 생각이 있는지 다녀볼 생각이다. 연출을 해줄 분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내가 하고 싶다. 하정우처럼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에너지는 하정우니깐 가능하다.

-'블랙머니'처럼 유혹의 순간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가.

▶글쎄. 내 입장에선 쪽 팔려서 (유혹을 받아들이는 걸)못할 것 같다.

-상대역인 이하늬와 첫 연기 호흡이었는데.

▶잔소리하는 것 빼고는 완벽한 동료다. "야, 양말 치워라. 어지르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냐" 왜 이렇게 오빠한테 말하는 친동생 있지 않나. 나보고는 제발 술 좀 끊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영어도 배우라고 하고. 그러면 내가 알아서 할게, 제발 윤계상한테 이야기해 라곤 했다.

이하늬에게 이번 연기는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계속 절제해야 했으니깐. 그러면서도 쳐다볼 때 그 스트레이트한 시선에 올곧게 감정을 전달시켜야 했다. 정말 멋진 배우다. 그걸 다 해낸다. 현장에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

-작품에 대한 무게를 느끼진 않나.

▶'대장 김창수'를 봤을 때 내가 작품이 갖고 있는 무게에 너무 짓눌렸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배우로선 실패한 작업이었다. 그 때 공부를 많이 했다. 사명이나 무게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게 하나의 숙제였다.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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