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표값 때문? 프리미어12 흥행부진, 비싸서가 아니라 '노잼'이라서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11.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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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사진=OSEN
지난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방한 경기는 예매 오픈 2시간 반 만에 매진됐다. 제일 비싼 자리는 40만원이었다. 1등석도 저렴한 자리가 15만원, 2등석 최저가도 7만원이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온다는데, 그 정도는 살 만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6만 5000석이 모조리 팔렸다.

노쇼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형' 호날두가 '날강두'로 전락했다. 희대의 촌극이었다. 호날두 없는 호날두 팀이었다. 애초에 결장한다는 걸 알았다면 그 돈을 주면서 표를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돈이 비싸게 느껴졌다. 아까웠다. 결국 환불 요청이 쇄도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서울 라운드 티켓 값이 논란이다. 프리미어12 흥행 부진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비싼 표값이 원흉이라는 지적이 대세다.

하지만 가격은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비교했을 때 오른 좌석도 있고 내린 구역도 있다. 당장 2주 전에 이 가격으로 팔린 한국시리즈도 완판이었다. 표값은 죄가 없다.


상대적이다. '비싸다'는 단어를 국어사전은 '물건값이나 사람 또는 물건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보통보다 높다'고 정의한다.

프리미어12 표값은 보통보다 높았을까. '보통'이 정규시즌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보통이 국제대회라면 '아니다'가 답이다.

2017년 3월 6~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던 WBC 예선 라운드 스카이박스 티켓은 13만원이었다. 이번 프리미어12 때에는 오히려 12만원으로 내렸다. 다이아몬드석은 12만원에서 10만 5000원으로 인하됐다. 골드 내야석과 골드 외야석은 각각 6만원과 5만원으로 그대로였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도 일반 1등석은 5만원에서 7만원이다. 지난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콜롬비아전은 패키지에 따라 9만원, 15만원, 23만원, 35만원 짜리도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프리미어12 한국 경기는 포스트시즌과 동일한 수준, 나머지 다른 나라들간 경기는 정규시즌 수준으로 표값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 경기 치고는 준수한 수준이다.

가격은 비슷한데 관중은 반토막났다. 2017 WBC 당시 한국팀의 3경기에는 총 4만 2654명(평균 1만 4218명)이 입장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는 3경기에 2만 4279명이 들어왔다. 1경기 평균 8093명이다. 1만 6500명이 입장 가능한 고척돔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표값보다는 재미가 없어서다. 5만원, 6만원씩 내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2년 전 WBC에선 상대 팀에 메이저리거들이 포함됐다.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안드렐톤 시몬스, 잰더 보가츠, 디디 그레고리우스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출전했다. 하지만 스타들이 빠진 프리미어12에는 한국 선수들 말고는 팬들이 아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당장 한국과 3차전서 만난 쿠바 대표팀에 야시엘 푸이그와 아롤디스 채프먼이 왔다면 어땠을까.

KBO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2016년은 당시 KBO 역대 최다 관중인 833만 9577명을 유치한 시즌이다. 이 기세가 2017년 초반 WBC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728만 6008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10만원을 내도 호날두가 없으면 '비싸게' 느껴진다. 뼈아프지만 이게 한국 야구 현실이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거가 오지 않는 B급 대회이니 표값을 더 싸게 책정한다? 기준도 모호하고 모양새도 이상하다. 우리 대표팀은 WBC 때나 지금이나 A급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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