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강경헌 "80, 90세까지 연기하는 게 소원"[★FULL인터뷰]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오상미 역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9.11.10 10:40 / 조회 : 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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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사진제공=etm


"정신적으로는 즐거웠는데, 육체적으론 고된 면이 있었어요. 하하."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정경순, 연출 유인식)에서 맹연기를 펼친 배우 강경헌(44)이 환하게 웃었다. 강경헌은 '배가본드'에서 반전의 중심에 섰다. 비통한 사건을 맞닥트린 유가족부터 테러의 공범으로 '악녀'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강경헌은 "촬영하는 동안 몸쓸 일이 많았다"며 "촬영 끝나고 며칠 지나면 관절이 아프더라. 오랜만에 전력질주를 2시간 하니까 구토 증상까지 났다"고 쉽지 않았던 촬영 현장의 기억을 돌아봤다.

육체적인 부담은 컸지만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 것은 함께 한 스태프들과 '팀워크' 덕분이었다. 강경헌은 "장영철 작가님, 유인식 감독님 등의 팀워크가 워낙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드라마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면서 이 팀과 같이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년 3월쯤 연락이 와서 기쁜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 나로선 처음 했던 팀이지만 호흡이 워낙 좋았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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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사진제공=etm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극 중 강경헌이 연기한 비행기 사고 유가족 대표 '오상미'는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반전의 캐릭터였다. 극 초반 비행기 사고로 잃은 남편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듯했지만, 사망보험금 50억 원을 받기 위해 비행기 테러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 전반을 뒤흔들었다.

"반전을 들키지 않아야 해서 저도, 감독님도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엔 (오)상미의 욕심이 들키지 않고 유족처럼 보여야 하니까 '가짜'처럼 연기해야 했죠. 촬영하면서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수위 조절을 어느 정도 해야 하나' 항상 신경을 많이 썼어요. 4회부터는 제 계산대로 조금씩 상미의 본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아요."

강경헌은 '존앤마크사' 아시아 담당 사장 제시카 리 역의 배우 문정희와 서로 다른 악역을 맡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는 문정희와 친한 사이라고 밝힌 그는 "워낙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같이 연기하게 돼 굉장히 기뻤다"고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문정희와) 서로 눈을 마치고 연기하면서 오히려 친하기 때문에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서로 배려를 잘 해서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어요. 서로 때리는 신도 많아서 아플까 봐 '괜찮냐'고 계속 챙기면서 촬영했어요. 서로 릴렉스 된 상태에서 믿음을 가지고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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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사진제공=etm


극 중 오상미의 남편 김우기로 분한 배우 장혁진도 '반가운 얼굴'이라고 했다. 그는 "(장)혁진 오빠는 고등학생 시절 YWCA에 속해 있는 연극 서클에 함께 다닌 선배였다"며 "어렸을 땐 되게 잘생기고 멋진 선배였다"며 웃었다.

"함께 배우의 꿈을 안고 있던 서클 사람들이 몇 십 년 뒤에 작품으로 다시 만난다는 건 너무 반가운 일이에요. 혁진 오빠랑은 드라마 '구해줘'에서도 잠깐 합을 맞췄는데, 이번엔 남편으로 만나서 더 반가웠죠. 하하."

'배가본드'의 두 주인공 이승기(차달건 역)와 배수지(고해리 역)에 대해선 "맑고 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둘 다 성실하고 맑고 건강한 청년들"이라며 "현장에서 스태프, 동료 배우들도 잘 챙기고 본인들의 역할도 잘 해내더라. 만나면서 더 좋은 인상이 생겼다"고 치켜세웠다.

특히 그는 이승기의 열렬한 팬이라며 "(이)승기 씨를 만나 '(내가) 콘서트 가서 소리 질렀다'며 좋아하니까 '누나 왜 그러세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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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사진제공=etm


강경헌은 지난해부터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합류해 배우와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모로 시청자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불타는 청춘'에서 활약에 힘입어 '2018 SBS 연예대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타는 청춘'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배우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고백한 그는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알아봐 주셔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며 '불타는 청춘' 출연 이후 높아진 관심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1996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 포토제닉상을 수상하며 21세의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배우 생활 24년차가 됐다. 중간 중간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40대가 된 지금까지 묵묵히 달려왔다.

"시간이 참 빨리 가요.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찾아줄까', '내가 배우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이 맞나' 고민할 때도 많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너무 막 '잘하는 걸 보여줘야지' 보다는 내려놓으려고 노력했어요. 준비를 철저히 잘 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내려놓으려고 했어요.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으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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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사진제공=etm


아직 미혼인 그는 결혼에 대한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을 더 하고 싶은데, 결혼을 하면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잘 해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며 "주위에서 '너무 그렇게 완벽하게 잘하려고 강박관념을 갖지 말라'고 얘기해 주더라. 이제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가 일하는 것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과 일에 대해 여유를 되찾은 그의 꿈은 가능한 한 오랜 시간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는 "80~90 나이를 먹어도 대사를 외울 수 있고 인지가 된다면 끝까지 놓지 않고 연기하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남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우로 계속 살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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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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