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는 反日감정 희생양인가? 미디어캐슬이 답하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1.05 16:16 / 조회 : 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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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는 반일 감정의 희생양일까, 아니면 한일 관계 경색 국면에서 무리한 개봉을 추진한 것일까, 아니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보다 재미가 부족했던 탓일까.


10월 30일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가 개봉했다. '날씨의 아이'는 371만명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라 팬들 사이에 관심이 컸다. 개봉 첫 주말을 거쳐 4일까지 36만명이 관람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적잖은 관객을 모았지만 '너의 이름은.'에 비해선 저조한 성적이다.

그 때문인지 '날씨의 아이' 수입사 미디어캐슬은 지난 4일 '안타까운 시대 속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란 입장문을 냈다. 미디어캐슬 등은 "첫 주말 약 33만 7000여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미디어캐슬은 '날씨의 아이'가 경쟁작 대비 낮은 인지도로 준비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낮은 예매율과 저조한 첫주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추진했지만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 예고편이나 소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거절당하고 외면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날씨의 아이'는 한일 관계 경색으로 마케팅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미디어캐슬에 따르면 지난 6월 '날씨의 아이' 예고편을 공개하고 10월 초 개봉을 염두해 마케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적잖은 광고 협업 제안을 받았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이사는 스타뉴스에 "액세서리, 편의점 상품 등 여러 콜라보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그런 제안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상욱 이사는 "'너의 이름은.'은 지상파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소개됐지만 이번에는 일절 없었다"며 "다른 플랫폼에서도 일본어가 나오는 예고편 등은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극장 외벽에 걸리는 포스터도 중간에 내려지는 사례도 많았다고 밝혔다. 강 이사는 "그래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럼에도 알릴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 유통사로서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절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 터다.

확실히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에 비해 여러 매체에서 푸대접을 받은 건 분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너의 이름은.'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얻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371만명을 동원했다. OST와 각종 굿즈 열풍도 상당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이 매우 특별한 경우였을 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간 한국 시장에서 방학 특수를 겨냥해 개봉, 30만명 가량을 동원하면 흥행 성공으로 여겨졌다. 마니아층을 갖고있는 '에반게리온:서'와 '에반게리온:파'도 각각 7만 6397명, 6만 6788명에 그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도 4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지상파 영화 정보프로그램은 애초 디즈니 등 미국 애니메이션 외에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은 잘 소개하지 않는 데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은 좀처럼 다루지 않는다. '너의 이름은.'이 워낙 특수한 사례였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이라고 '날씨의 아이'가 특별히 더 한국에서 흥행해야 한다는 당위는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 내 시장성을 고려하면 첫 주말 36만명을 동원한 건 상당히 흥행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가격과 마케팅 비용에 따라 손익이 다를 뿐이다.

미디어캐슬은 '날씨의 아이' 수입가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너의 이름은.'보다 더 높은 가격인 건 분명하다. P&A 비용은 '너의 이름은.'과 비슷하게 18억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엄청난 비용을 집행했다. '날씨의 아이'도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성과를 기대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왜 굳이 10월 30일에 개봉을 했어야 했던 것일까. '도라에몽' 등 연내 개봉을 목표했던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아직 개봉을 기약조차 못하고 있지만 '날씨의 아이'는 10월 초에서 10월 30일로 한 달 가량 미루는 선택을 했다. 한일 경색 국면에서 이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예상 했을텐데 그럼에도 왜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 일본 회사와 계약 당시 연내 개봉 또는 10월 개봉 조항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란 의구심이 든다. 강상욱 이사는 "그런 조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우선 10월 개봉을 오래전부터 약속했기에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한일 관계가 경색돼도 문화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강 이사는 "'날씨의 아이'가 인도에서 9월, 중국에서 11월 초에 개봉한다. 그러면 불법 파일이 퍼지기 쉽다. 내년으로 한국 개봉을 미룰 경우 이미 불법 파일이 유통돼 극장 개봉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봉 첫 주말이 끝나자마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의아하다. 노이즈 마케팅도 아니고 2주차 흥행을 포기한 듯한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극장 흥행은 접고 IPTV 등 VOD서비스를 겨냥한 호소문인지 의문이 따른다.

강 이사는 "곧장 입장문을 발표한 건 좌석판매율이 너무 안 나왔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내린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영화들과 엇비슷하게 알릴 수 있는 상황만 됐어도 좀 더 많은 관객이 '날씨의 아이'를 알고 찾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VOD서비스는 일본에서 '날씨의 아이' 블루레이가 나오는 시점에서 가능하다. 처음부터 내년 여름에 '날씨의 아이' VOD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VOD서비스를 겨냥해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너의 이름은'처럼 소년소녀의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는 전형적인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초기작 같은 정서에 대중성이 어설프게 결합 됐다는 평이 상당하다. '날씨의 아이'는 일본에서도 흥행은 성공했지만 250억엔을 번 '너의 이름은.'에 절반 가량인 138억엔에 그쳤다.

그렇기에 '날씨의 아이' 한국 흥행이 저조한 건, 알릴 기회가 적었던 탓도 분명 있지만 완성도에 대한 불호도 컸다. '너의 이름은.'이 특수한 경우였을 뿐이란 걸 간과한 탓이다. 한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불법 파일 유포를 우려해 개봉을 강행한 것도 흥행 실패의 분명한 이유 중 하나다.

미디어캐슬의 입장문은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다. 동시에 절절한 호소문이다. 판단과 선택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미디어캐슬의 몫이다. 다만 미디어캐슬의 호소는 한 번쯤 귀 기울일 법하다. 이 호소문이면 충분하기도 했다.

미디어캐슬은 지난 9월 11일 '날씨의 아이' 개봉 확정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겸허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콘텐츠로만 소비해 달라’는 주장도 감히 하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얼마든지 질책해 주십시오. 다만 이 영화를 보시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사랑에 대한 한 창작자의 예술세계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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